발달장애인 미술교사의 보람과 고민
발달장애인 미술교사의 보람과 고민
  • 서인환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8.11.15 11: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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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창작 강사들과의 인터뷰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미술교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주 강사는 남편이 청각장애인으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장애인차별을 받아 퇴직하게 되면서 장애인과 인연을 맺었다. 보조강사 A씨와 B씨는 여형제로 브라질교포인데, 한국에 유학을 와서 봉사를 하게 된 자이고, 그 중 A씨는 외대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이다.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장애인 미술지도를 하게 되었다. 보조강사 C는 시각디자인과 출신으로 기업에서 디자인을 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D씨의 경우 장애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자이고, E씨의 경우 미술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즉 주 강사 남편의 제자로 만화를 전공한 자였다. C씨와 D씨는 보조강사 공개모집으로 채용된 자이다.

먼저 발달장애인 미술교실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발달장애인에게 통합미술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미술교육비를 개인별로 지원하여 일반 학원에 보내도 될 것을 별도로 미술교실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이다. 청년기 미술학원이나 교실은 대학 진학 준비를 하는 곳으로 발달장애인 미술교실과 맞지 않을뿐더러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장애인이 차별을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발달장애인과의 의사소통 방법에도 문제가 있고, 발달장애인의 잠재적 예술 능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기에는 일반 미술학원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조강사들은 말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장애인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과 느림을 이해하고, 예술창작을 통하여 자기존중감과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예술교육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했다.

미술창작에 발달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여가활동을 통하여 정서적 안정과 창작의 기쁨을 알게 하며, 표현방법을 익혀 자기의 의사소통을 예술을 통해 발전시키고, 사회적 활동을 통한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게 된다고도 했다.

미술창작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교육전과 후를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첫째 발달장애인의 밝아진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둘째는 마음을 열고 세상을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발견한다고 했다. 사물과 타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자발적 참여가 활발하게 되어 자아존중감도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예술창작교실이 장애인의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면 새로운 재량을 개발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될 수 있는데, 그러한 실적이 별로 없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강사들은 단순히 예술실력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진학에 장벽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예술 분야는 장애인 특례입학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고 특례입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수업이 발달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아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했다. 장애인의 고등교육에서의 편의제공의 미비와 평가방법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었다. 만약 그러한 편의가 제공된다면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실력자가 있다고 평가하는지 물었더니 몇몇 장애인들은 그러한 수준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포토폴리오 평가를 통한 그 동안의 작품들을 보고 평가를 한다거나 장애인에 대한 교수법이 개발되거나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충분히 해 주는 교수법이라면 얼마든지 대학 진학을 하여 좋은 성과를 낼 학생들이라고 자신했다. 그럼 장애인 예술대학을 설립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것이 강사들의 꿈이라고 했다.

교육 프로그램이 기초반이나 창작반, 심화반 등이 비슷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물었다. 한지공예, 판화, 캐릭터, 인물화그리기 등 비슷한 교육과정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기초반은 미술의 이해와 회화기법에 집중하고, 심화반은 회화에 대한 기술을 익히도록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인데, 여러 가지 기법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겉핧기식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꼬집어본 것이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처음 해 보는 기법에 대해, 그리고 처음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 장애인과 학부모들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기회라고 했다. 그리고 1년 과정에 그러한 다양한 기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예술교실을 지원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요구라고 했다. 기초반과 심화반 등 수준별 반에 따라 성취목표나 난이도가 다르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반복하는 것이 교육효과가 크다고도 했다. 만약 서울시가 3년이나 5년 교육의 지원을 약속한다면 보다 집중화된 창작연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창작수업이 마무리될 시점에 작품 전시회를 갖는데, 관람자들은 장애인들이 수고했다는 표현과 감동했다는 표현 중 어느 것이 더 많은지 물었다. 재정이 허락하여 인사동 등 전문화랑에서 전시를 하면 예술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많이 관람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면서 장애인의 잠재력과 표현력을 보여주게 되어 감동의 반응을 많이 보인다고 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전시회를 복지관 등에서 하게 되면 발달장애인 관계자들이 많이 오게 되고 그런 경우 수고했다는 반응이 더 많아진다고 했다.

서울시의 지원정도나 예산 사용기준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았는데, 장애인이 아닌 일반 예산집행 기준이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미술지도의 노동정도나 피로도를 감안하지 못해 주 강사는 보조강사에게 늘 미안해한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은 단체수업보다는 소규모 수업에서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는데, 이러한 더 필요한 강사 인력의 인정이나 장애인 활동지원과 보호인력이 더 필요함도 감안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폐성 장애인이 절반 정도인데 과잉행동을 하는 장애인이 있는 날에는 작품 완성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서비스를 바우처제도로 실시할 예정인데, 여가활동이나 예술활동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다만 강사자격을 자격관리위원회를 두어 심의할 예정인데, 최소한 ‘장애아동의 이해’ 등 필수이수과목을 대학에서 이수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 설명해 주었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미술대학에서 ‘장애아동의 이해’를 강의하지도 않고 있어 결국 장애인의 창작교육을 치료사에게만 맡기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체육이 재활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이 있듯이 예술창작이 치료의 목적만이 아니라 생활화하고 엘리트 예술인을 양성하려면 치료사의 손만으로는 어렵지 않느냐고 했다. 그리고 성인의 교육이나 청소년 교육에 장애아동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 맞느냐고도 했다. 사춘기를 맞이한 청소년이 발달장애인들은 자제력이 부족하여 성적 표현을 하는 이도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치마를 왜 입지 않았느냐라든가, 여선생 중 관심을 가진 교사 수업을 받기를 고집하는 정도의 표현은 있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며 오히려 좋은 에너지며 자연스러운 일로 여긴다고 답했다.

장애인이 수업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보조강사가 도와주는 것이 지나친 간섭이나 자신의 작품이 아닌 개입으로 여기고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주 강사가 작품 완성을 도와주면 부모들은 자세히 보고 배우라고 하고, 보조강사가 도와주면 왜 개인작품을 간섭하느냐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전시회 작품 수준을 높이기 위해 개인이 완성하도록 두지 않고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고 하자, 제 시간에 완성하지 못하여 작품 완성을 미완성으로 남기면 실패감을 가지게 되고, 흥미를 잃거나 자신감도 잃어버릴 수 있어 교육적으로 시범을 보이거나 협동을 하여 작품을 만들 필요가 있거나 시범을 보일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 완성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장착지도에서 발달장애인 수업에서 차별화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 물었다. 발달장애인은 선호하는 색이나 사물이 뚜렷하여 다양한 시각이나 미술적 감각의 다양성을 갖도록 하기까지 큰 고비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 개법이나 재료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친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입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면으로만 인식한다거나 단순화하여 인식하는 등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과정이 최우선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창작교실의 장애인에 대한 효과에 대하여 물어보았는데, 자기주도의 능력에 큰 변화를 보인다고 했다. 집중도가 높아지고, 장시간 창작에 집중하는 것이 발달장애인으로서는 어렵지만 산만한 성격이 변하여 집중하여 완성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했다. 미술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고 작품 완성과 창작을 통한 표현의 쾌감을 알게 되면 미술교실에 언제 가느냐고 부모에게 조르고, 수업과정이 종료되면 내년에 다시 오게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이러한 행동이 바로 변화라고 했다. 그것이 장애인을 사랑하게 되는 매력이고 보람이라고 했다.

교육생을 선발하는 면접은 객관적인지를 물었다. 엄마의 욕구인지, 장애인의 욕구인지를 먼저 판단한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수용태도와 재능, 그 동안 만든 작품 등을 보고 매뉴얼화하여 면접과 선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문제해결 즉 신변처리는 가능한지, 알르지가 있는지, 감정조절과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지도 참고로 보지만 면접은 1회로서는 관찰이 충분하지 않아 2회는 보아야 한다고 했다.

장애부모들의 요구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15회차나 8회차 교육으로는 너무나 갈증을 느낀다고 했다.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차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고 했다. 그리고 8개월의 교육과정은 휴식 기간이 생기므로 상시 교육 프로그램을 해 줄 수 없느냐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가 개인사정이 있어 장애인을 창작수업에 데려오지 못할 경우 보충수업을 해 줄 수 없는지에 대한 요구도 많다고 했다. 그렇지만 인력 부족으로 보충수업은 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재료비는 무료이지만 입학금 10만원은 받으니 사실 완전 무료는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소속감과 무료가 아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의식이 오히려 수업에 더욱 충실하게 되고 본전 생각을 해서라도 더 애착을 가지게 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입학금은 10만원 상당의 화구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하여 최소 준비물을 마련하여 되돌려 주고 있다고 했다.

기타 사항으로 코멘트를 부탁하자, 문화는 모든 사람이 누릴 인류 재산이라며 복지 서비스가 아닌 문화의 향유 차원에서 창작활동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년 과정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교육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서울시가 지원하면 자생력을 갖추어 어느 정도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지 않느냐며 서울시가 계속 지원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자, 발달장애인의 문화향유는 재난복구처럼 일시적 지원에 그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이며, 단기 지원이 아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인환 객원논설위원(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Social Focus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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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 2018-11-16 12:26:33
미술시간에 함께한 교사도 발달장애인분들도 행복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지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태 2018-11-15 18:30:36
정말 좋은 글입니다^^더 많은 분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더 관심 갖을 수 있게 그림이나 사진을 중간 중간에 넣어 주셨음 더 많은 분들이 읽으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우 2018-11-15 16:25:17
다름을 이해하고 맞춤형 교육의 기회가 지속 가능한 쪽으로 발달장인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기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