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전파력 보다 무서운 혐오의 확산
전염병 전파력 보다 무서운 혐오의 확산
  • 양재원 학생인턴기자
  • 승인 2020.03.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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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몰고 온 차별의 확산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내 안에 감추어진 차별의 본성을 먼저 찾아보자”

중국 우한 발(發) ‘코로나19’가 온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감염자가 없는 대륙이 없다. 발원지가 있는 아시아를 비롯해서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물론 호주에서조차도 이 유행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그리고 언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판데믹(Pandemic) 선언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판데믹은 WHO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공인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사회에 가져온 것은 단순히 공포뿐만이 아니다. 이 유행병이 몰고 온 가장 큰 폐해는 ‘차별의 재발’이다.

“전 세계 사람들은 아시아인을 비난하고, 아시아인들은 중국인을 비난하며, 중국인은 후베이(湖北)성 사람들을 비난하고, 후베이성 사람들은 우한(武汉)시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한시 사람들은 야생 동물을 잡아먹은 사람들을 비난한다.”

최근에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은 단순히 유행병의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비난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유행병의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모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병을 매개로 한 차별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는 말이다. 우선 코로나19에 의한 아시아인 차별은 CNN, BBC 같은 외국 유명 매체에서 자주 보도가 되고 있다. 한국 유명 매체에서도 한국인 유학생이나 여행자들과 관련하여 심심찮게 다루고 있다. 이런 종류의 차별이 오로지 전염병 때문인지를 살펴보자.

워싱턴포스트의 편집자 마리안 리우(Marian Liu) 씨가 쓴 기사(코로나19 바이러스와 질병을 외국인 혐오에 이용한 길고 긴 역사)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었다.

“전문가들은 유행병의 발발은 자주 사회 소수자들이나 다른 이들의 탓이 된다고 언급했다. 얼마나 오래 이 나라(미국)에 살았든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여전히 영원한 외부인으로 비춰진다. 언제나 그들(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질병을 옮겼다는 이유로 비난 받아왔다.”

이 기사는 미국 내 중국인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핵심은 ‘영원한 외부인으로서의 아시아인이 받는 차별’로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외부인이며, 그러기에 자주 사회 혼란을 가져오는 존재로 취급된다. 따라서 쉽게 차별과 멸시를 받는다. 만약 이번 코로나19에 의한 유행병같이 사회적 대 혼란을 초래하는 사건이 터진다면, 우리는 그 병 때문이 아니라, 그 병을 매개로 수시로 차별을 받게 된다.

이 현상이 비단 미국 내에서의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차별은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나온 사례로 입증되듯 유럽이나 호주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영원한 외부인’에 대한 차별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물림 되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보고 우리의 속이 부글부글 끓을 이유는 없다. 우리에게도 이런 차별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자리 문제나 사회 혼란에 대한 책임을 다른 민족이나 집단에게 돌리는 사례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런 차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서 유행하는 지금 여러 기사와 여론에서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정 정치집단과 코로나19 확산에 엄청난 기여(?)를 한 특정 집단을 엮어 매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고 하지만, 조사를 하지도 않아서 정확한 확진자 수를 알 수 없는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일본을 다녀온 말레이시아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뉴스도 최근 보도됐다. 그리고 코로나 확진자 수를 바탕으로 투표를 잘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는가 하면, 그 사람을 비평하는 논객도 있다.

누구의 의견이 옳고 그른지 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기사를 통해 깨닫는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도 좋겠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나는 무언가를 이용해 상대방을 차별하면서도 이를 옳다고 여기지는 않았는가?”

이탈리아의 한 그라피티 “무지(無知)가 주위에 유행 중...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There is an epidemic of ignorance around… We must protect ourselves.)” 사진 출처=BBC
이탈리아의 한 그라피티 “무지(無知)가 주위에 유행 중...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There is an epidemic of ignorance around… We must protect ourselves.)” 사진 출처=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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