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하라!” 평생교육 참여율 0.2%로 드러나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하라!” 평생교육 참여율 0.2%로 드러나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4.0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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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평생교육법'에 통합된 후 장애인 특수교육 법안 더욱 모호해져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과 운영 기준 뚜렷하지 않아... 지자체별로 상이
기본 학습권 보장도 못 받는 현실 속 중학교 학력 이하 장애인 50% 넘어
서울시교육청이 먼저 기준 법안 만들도록 요구안 전달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등 장애단체들이 4월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평생 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0.2%로 극소수의 장애인만이 평생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평생 기본 교육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법 제정하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비롯한 장애단체들이 4월 1일 광화문 광장 앞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인 특수교육법에 대한 호소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어 법외 시설이었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지자체별로 장애인 평생교육에 지원하는 예산은 천차만별이다. 적은 예산으로 시설 운영과 제대로 된 학습 프로그램조차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7년 6월 ‘평생교육법’이 시행됐지만 장애인 평생교육에 관한 법률이 함께 통합되면서 ‘장애인 특수교육’을 위한 예산과 법률안은 더욱 모호해졌다.

법안에 따르면 지자체장들은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교사와 해당 학생들은 정부의 법안 통합 취지가 무색할정도로 달라진 건 없다며 비판했다.

인천 작은자야간학교 장종인 사무국장은 “2007년에 장애인 특수교육 법안을 세우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 변한 건 거의 없다. 저희 야학도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수업을 못하고 있고 학생과 교사 모두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장애인 평생교육의 봄은 언제 올 수 있을지 참으로 갑갑하다“고 말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령기 의무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54.4%로 나타났다. 국민 평생교육 참여율이 36.8%이지만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50만 등록 장애인 중 0.2%로 극소수만이 평생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대표는 “평생교육법 안에 장애인 관련 법안 몇 줄 집어넣고 통합이라고 하는 건 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결과”라며 “장애인 평생교육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자들이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차례로 박경석 이사장, 장종인 사무국장, 이형숙 협회장, 김종옥 대표, 김명학 활동가의 모습.
발언자들이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차례로 박경석 이사장, 장종인 사무국장, 이형숙 협회장, 김종옥 대표, 김명학 활동가의 모습. ⓒ소셜포커스

장애인 특수교육에 투입되는 예산도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장애인 평생교육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2019’에 따르면 장애인 1인당 지원받는 평생교육 예산은 연간 2천2백87원으로 매우 적은 액수인 것이 드러났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31조 5항에 국가는 평생교육을 지원해야하는 강제 조항이 있음에도 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을 배제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평생 교육을 외치고 있다”며 “과거 요리를 배우려 평생교육센터를 갔는데 휠체어 접근성이 되지 않아 전액 환불해줄테니 돌아가라고 했다. 장애를 가진 것만으로도 너무 속상한데 한낱 요리 교육도 받지 못하는구나 싶어 내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 주변 많은 장애인 분들이 학교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나도 어릴 때 개근상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장애인들은 부모가, 가족이 데려다주지 않으면 학교를 갈 수 없다”며 “장애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든 정책을 비장애인 중심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장애인은 교육계에서도 차별받고 격리되는 것이다”라며 비판했다.

어제 교육부가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는 사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학령기 장애학생들에게 원격 영상으로 수업을 대체하라는 정부의 권고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협의회 박경석 대표는 “어제 세종시에 가서 교육부 과장 두 분을 만났다. 지금 교육권보다 생명권이 위험하니 영상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거리를 둬야한다고 말하더라. 발달장애학생이 보조인력 없이 혼자 컴퓨터를 켜고 학습 자료를 확인해서 교육을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보조인력 충원이 절실히 필요한데 이에 대한 예산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한 푼도 없다고 하더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포커스

협의회를 비롯한 장애 단체들은 오늘을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시작의 날로 기념한다며 집회 참석자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며 축하하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서울시 교육청으로 이동해 법안 마련 촉구안을 전달했다. 현재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안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참고해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장애인 평생교육법을 시혜와 동정의 눈길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로서 보장해야한다며 정부가 법안을 제정할 때까지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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