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그 이후 풍경
민식이법 시행, 그 이후 풍경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0.04.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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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모호한 ‘민식이법’… 개정 필요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간이 지나면 곧 잊혀 진다. 일명 ‘민식이법’도 그 중 하나다. 민식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들끓었던 여론이 법 제정 후 잠잠해지더니 실제 시행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주요 핵심은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서의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서 여론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 시행 당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여전히 달라진 게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고발생시 이 법 적용이 너무 과한 처벌이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하고 있다.

민식이법은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어린이 이름을 따서 붙인 법률이다.

당시 블랙박스를 살펴보면 사고는 스쿨존에서 시속 23.6km으로 주행하던 차량이 불법 주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이를 충격하여 사망케 하였다. 사고는 고의성 없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사고지역이 스쿨존이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운전자는 처벌되었다.

이 법은 강성훈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2019년 12월 10일 국회에서 의결되었고 12월 24일 공포되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과속 방지턱 등 설치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에는 운전자 처벌이 강화됐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어린이가 사망하면 무기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개정 전의 5년 이하의 금고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엄청나게 강화된 것이다. 상해의 경우도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법적 보호 대상은 어린이 보행자에서 13세 미만 보행자 또는 자전거, 킥보드를 탄 어린이로 확대됐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어린이 보호구역의 모든 차도의 제한 속도를 30km이하로 낮추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은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 구역의 속도위반 과태료는 7만원, 주•정차 위반 과태료는 12만원으로 변경하여 일반도로보다 훨씬 높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3월 25일 스쿨존 현장을 스케치한 일간신문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사고당시 들끓었던 여론이나 자성의 목소리와는 달리 신호등과 단속카메라 설치도 부족했다. 특히 자동차는 평소와 다름없이 과속운행 또는 신호위반 사례가 여전했고 불법주정차 차량도 변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시행일 이후 스쿨존 회피기능이 포함된 네비게이션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법 개정에 맞춰 사고예방 취지와는 달리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벌금 담보를 3천만 원으로 늘린 상품을 내놓아 씁쓸하지만 발 빠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민식이법 개정에 따라 청와대 청원 등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낳은 윤창호법과 ‘스쿨존 교통사고’로 만들어진 민식이법의 처벌 수위가 크게 다르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윤창호법은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한 미필적 고의로 판단 할 수 있지만 민식이법은 중대한 하자 없는 운전자의 과실운전의 경우임에도 처벌 수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에 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다.

시속 30km/h 미만 속도 준수, 전방 주시 의무 및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고 충분히 주의 했다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이미 사고가 일어났다면 과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반 운전자의 의견이 많다. 그래서 청와대에 민식이법 개정과 폐지를 청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변의 많은 운전자들은 민식이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 받아들인다. 법원은 스쿨존 교통사고 발생을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 처벌 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은 일반적인 교통사고 사건에서 운전자에게 예측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 두 가지로 불가항력을 따져 안전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판단기준이 일반 형사 사건처럼 민식이법 위반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함이 목적이다. 특성상 어린이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렇지만 법이 무서워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언제까지 피해 돌아갈 수는 없다.

따라서 법의 처벌기준이 애매모호한 부분과 처벌내용도 다른 법률 규정과 비교하여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의로 시작되었지만 선의가 아닌 법률은 국민들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운전자들은 스쿨존뿐만 아니라 안전운전에 대한 인식과 안전운전을 습관화하여야 한다.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를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론은 더 합리적일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법률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신문고를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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