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수원 만석공원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수원 만석공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4.13 0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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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문제점 불구 다른 공원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설
최근 추가된 시설에서 오히려 불편요소 많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치명적 위험시설도 있어

살고 있는 주변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은 사회 구성원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대표적인 대중시설이다. 그러나 공원이 갖추고 있는 시설물을 어떤 사회적 약자들은 전혀 유용하게 이용할 수 없다. 대표적인 대중시설인 우리 주변의 공원을 휠체어를 타고 둘러보기로 한다. [우리 주변의 공원 휠체어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시리즈 첫 번 순서로 수원 만석공원을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만석공원은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있으며 1998년도에 조성되었다. ‘만석거’라는 저수지를 둘러싸고 호반길이 조성되었으며 그 주변에 다양한 휴게시설과 운동시설, 아름다운 조경으로 꾸며져 있다.

수원에는 호수(저수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이 참 많다. 만석공원(만석거), 서호공원(서호), 일월공원(일월저수지), 광교공원(광교저수지), 광교호수공원(원천호수, 신대호수), 이렇게 여섯 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5개의 공원이 있다. 이중에서 만석공원이 가장 먼저 생겼다.

수원이라는 좁은 면적의 도시(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 중 가장 작은 면적) 치고는 많은 수변 공간을 갖고 있다. 과거에 농사용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공원을 가꾸는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그래서 수원에 큰 강은 없지만 저수지가 많아 물 수(水)자를 써서 수원(水原)이라고 했을까?

필자가 중학생이던 1972년도에 백영호씨가 작곡하고 가수 이미자가 불러 한때 인기를 누렸던 수원처녀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랫말에는 “달 밝은 호반길, 임과 걷던 길…”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 당시 이웃집 전축에서 흘러나왔던 그 노래가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수원에서 왕복 2천리나 떨어진 남쪽 바닷가에 살았던 필자는 “큰 강도 댐도 없는 수원에 무슨 호반길?”하며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노래에 나오는 “호반길”이라는 가사는 당시의 수원의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여러 호수 중 이 만석거의 호반길이 유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냥 호수가 많은 수원을 상징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만석거는 1795년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을 쌓고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인근에 이주해온 백성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든 저수지다. 이 저수지가 축조되어 쌀을 1만석이나 더 생산하였다고 해서 만석거라고 불렀다한다. 따라서 만석공원은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들어 있는 그 유서만큼이나 멋진 공원이다.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에 만석공원을 찾았다.

출입구는 동서남북 사방에 설치되어 있다. 각 출입구마다 공간이 충분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멀리서 차를 타고와도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300m가 넘는 호반길은 수면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도로의 폭도 충분하여 휠체어나 유모차, 노인보행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체로 불편하지 않게 통행할 수 있다. 호수 안에는 자그마한 섬 하나가 그림처럼 떠 있다.

공원에 산책이나 투어를 하러 온 사람들 중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도 있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과 보행기에 의존하여 걷는 아주 나이 많은 노인들도 보인다. 이밖에 자전거나 ‘싱싱카’ 등을 타고 달리는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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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둘러싼 공원은 탐방로가 평지이고 넓어서 이동약자의 접근성이 양호하다. ⓒ 소셜포커스
공원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공원은 많지 않다. ⓒ 소셜포커스

공원과 같은 대표적이 공중시설은 누구든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공원은 자기의 발로 불편함 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 없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행로 특히 갈림길에 단차가 없어야 한다. 특히 바닥은 요철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단이 없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계단을 설치하려면 적법한 경사로도 함께 설치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만석공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른 공원들과 비교할 때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설이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정자형 휴게시설은 단차 없이 도로와 평면을 이루고 있어 휠체어 등의 접근이 용이하다. 몇 군데 설치된 급수시설도 접근성이 매우 좋다.

장애인용 화장실에는 휠체어 회전이 충분할 만큼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변기와 세면대는 손잡이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다. 특히 벽면을 가득채운 풍속화가 한껏 운치를 더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는 정자 형태로 지은 휴게시설이 있는데, 휠체어도 곧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식수나 손을 씻을 수 있는 급수대 역시 휠체어 접근성이 좋다.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공원 가운데는 이런 당연한 기준을 지키고 있지 않는 곳이 너무 많이 있다. 만석공원은 다른 공원에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공원에 속한다.

만석공원에는 실내외 체육시설이나 야외공연장도 있는데, 진입로에 모두 경사로를 갖추고 있어서 휠체어 접근성이 우수하다.

주 탐방로와 오솔길로 진입하는 갈림길에도 단차가 없어야 통행이 편리하다. ⓒ 소셜포커스
휠체어 등의 접근이 용이한 정자형 휴게시설 ⓒ 소셜포커스
주변 단차 없이 설치된 급수대 ⓒ 소셜포커스
장애인 화장실은 충분한 내부 공간을 확보했다. 벽화로 채운 외부 공간이 매우 정감 있게 다가온다. ⓒ 소셜포커스
실내체육시설 및 야외무대는 휠체어 접근이 쉽도록 경사로를 갖추고 있다. ⓒ 소셜포커스

그러나 시정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공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실망스럽게도 최근에 새로 설치한 시설일수록 불편시설이 많았다.

공원 서쪽지구에는 최근에 설치한 데크 탐방로와 맹꽁이학습장이 있다. 밖에서 바라본 내부의 모습은 볼거리도 많아 보였다. 데크 산책로는 거의 수평이라서 들어 갈수만 있다면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진입로에 단차가 있어 휠체어는 들어갈 수가 없다. 데크 양쪽은 추락을 방지할 턱이 없어서 혹시라도 휠체어가 들어가면 밑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공중시설인 공원에서 새로운 시설을 보강하면서 이동약자의 평등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서북편 출입구 근처에는 숲길 탐방로에서 게임장 마당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통로가 있다. 통로 위쪽은 탐방로와 단차가 없이 연결되지만 아래쪽 진출로 부분은 시공 잘못으로 높은 단차가 형성되어 있다.

휠체어를 탄 채로 탐방로를 이동하다가 이 통로로 들어서면 아래쪽의 단차유무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연히 단차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내리막길을 그대로 진행하다보면 그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이런 높이의 단차에서 만일 추락하게 되면 휠체어에 앉은 사람의 머리 부분이 먼저 땅바닥에 처박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곳이다.

단차로 인해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맹꽁이 학습장과 관람 데크에는 추락을 방지하는 턱이 없다. ⓒ 소셜포커스
내리막 하단에는 높은 단차가 있다. 휠체어에 앉아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진입할 경우 단차 높이를 확인할 수 없다. 모르고 진입할 경우 추락할 수 있다. ⓒ 소셜포커스

공원 곳곳에는 다른 공원과 마찬가지로 주 탐방로에서 숲속산책길로 들어가는 통로를 조성해 놓았다. 그런데, 그 통로의 진입로는 단차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다.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와 노인보행기, 아이들의 싱싱카 등은 들어갈 수가 없다.

공원 숲길도 누구나 평등하게 즐겨야 함에도 다른 보행 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은 큰길만 뱅뱅 돌다가 나와야 한다.

공원의 야외음악당 근처에는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서 물위를 걸어 볼 수 있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양쪽의 데크 진입로는 계단과 경사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지만, 양쪽 모두 경사로의 기울기는 법정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시공됐다. 그 기준을 월등히 초과하여 계단과 거의 같은 각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휠체어 등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다.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굴러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위험시설이다.

도대체 어떤 기업에서 시공을 했고, 어느 공무원이 감독을 했고, 누가 준공을 해줬는지 개탄스러운 일이다. 공중시설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공무원이나 관련 업체의 종사원들에 대한 장애인식교육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 탐방로에서 오솔길 산책로로 진입하는 곳곳에 단차와 요철 구조로 휠체어 이용이 어렵다. ⓒ 소셜포커스
친수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데크 진입 경사로는 휠체어가 굴러버릴 수 있는 아찔한 구조를 갖고 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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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2020-04-23 19:08:29
며칠 전에 만석공원을 관리하는 수원시 장안구청 녹지공원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녹지공원과장은 만석공원에 애정을 보여준데 대하여 고맙다면서,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시정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전국의 공원을 바꾸는 첫걸음이 이렇게 성과를 보이는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 조봉현 -

송*주 2020-04-13 22:39:04
글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