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타고 당진 ‘왜목마을’ 무장애 여행
고속버스 타고 당진 ‘왜목마을’ 무장애 여행
  • 전윤선 여행작가
  • 승인 2020.05.2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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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 여행, “누구든 떠나고 싶을 때 여행 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충남 당진 왜목마을 해변풍경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고속버스 타고 무장애 여행은 당진이다. 당진은 수도권과 가까이에 있어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자에게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던 당진이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가 시범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관광 약자도 여행하기 한결 가벼워졌다.

당진을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파크에서 오전 7시 30분에 차를 타기로 했다. 호남선 센트럴파크 터미널은 널찍하고 깨끗해 기분도 좋고 다목적 화장실도 잘 정돈돼있고 공간도 충분하다.

고속버스가 휠체어 리프트를 내리고 승객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고속버스 내부 휠체어가 들어가는 부분의 휠체어 결박 장치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고속버스에 타려면 탑승 20분 전에는 승차장에 도착해 있어야 버스 기사님과 관계자가 준비한다고 한다. 일행은 승차 20분 전 13번 승차장에서 대기 하고 있으니 곧이어 관계자가 “버스 이용하실 건가요?” 묻는다. “네, 당진에 가거든요.” 관계자는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데 승차 20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하던 차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회사에서 휠체어 사용 승객이 있다는 것을 당일 아침 버스가 출발 직전에 기사님께 연락해줘서 허둥지둥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리프트가 장착된 당진행 고속버스에 올라탔고 곧이어 휠체어 비이용 승객을 태우고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다.

당진까지는 이동 시간은 1시간 40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엔 정차하지 않는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버스는 고속도를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풍경은 빠른 화면처럼 스쳐간다.

당진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10분 전, 장애인 콜택시를 요청했다. 당진 장애인 콜택시는 당진 지체장애인협회에 며칠 전 신청하고 충남광역이동지원센터로 이용 당일 전화하면 즉시콜로 이용할 수 있다. 당진장콜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행한다.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진입하려는데 장콜이 도착했다고 전화가 온다. 휠체어 사용 승객은 비장애인 승객이 다 내린 후 하차해야 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을 둘러 볼 새도 없이 곧바로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왜목마을로 출발했다.

장콜에 승차하니 기사님께서 고속버스를 어떻게 타고 올 수 있는지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동안 당진에 있는 장애인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나가려면 장애인 콜택시를 미리 예약해서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의 요금을 내고도 병원에 갈 때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취약한 당진에 서울 당진을 오가는 고속버스가 운행되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게다가 서울에서 당진까지 고속버스 요금은 왕복에 1만4천 원이니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동안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몇 배의 요금을 내고도 병원까지만 이동하는 일상이 차별이었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장콜 기사님은 리프트가 장착된 고속버스를 운행하니 장콜 이용하는 고객 중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과 열애 중인 고객에게 기쁜 소식을 얼른 알려줘야 한다고 한다. 당진을 오가는 커플 중 한 사람은 서울이 거주지여서 주말에는 승용차를 타고 연인을 보러 오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진 거주 장애인은 서울까지 갈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운다고 했다. 이젠 고속버스가 사랑의 메신저 역할까지 할 수 있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

왜목마을 해변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조형물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왜목마을 해변의 왜가리 형상의 조형물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왜목마을에 도착했다. 왜목마을 해변엔 거대한 왜가리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왜목마을은 독특한 지형의 영향으로 해돋이와 해넘이 물론 달맞이까지 가능하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별자리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왜목마을 바다는 천상의 은하수를 의미한다. 해변 중앙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있다. 둘의 사랑과 행복이 영원히 지속하길 기원하는 뜻에서 조성됐다. 휠체어를 타고 오작교를 건너본다.

바다는 잔잔히 일렁이고 수평선 멀리 보이는 섬은 바다의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해변 데크로를 따라 등대까지 갔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바다와 등대와 섬의 풍경은 수채화를 그려 놓은 것 같다.

여행에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해변에 늘어선 음식점 중에 휠체어 접근 가능한 곳은 몇 곳 안 된다. 그중 경사로가 설치된 불타는 조개구이집에서 제철 음식인 간자미 무침과 매생이 굴국밥으로 맛있는 여행을 플러스했다.

당진은 간자미 무침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수도권 맛객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라고 한다.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카페로 발길을 이어갔다.

커피 볶는 집 아트바젤 카페는 바다가 보이는 창 넓은 곳이다. 파란 바다를 마음껏 창 안으로 들여놓으며 진한 커피로 여행의 깊이를 더해 본다. 카페 안의 사람들은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젠 장애인도 느닷없이 왜목마을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대중교통이 없던 시절의 막연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했으니 이젠 왜목마을 여행도 누구나 자유롭고 막힘없이 떠날 수 있게 됐다.

여행의 시작은 이동이다. 당진도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의 관광 약자를 맞을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는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고 무장애 여행 정보와 관광 약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관광 약자를 맞이하는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무장애 여행은 누구든 떠나고 싶을 때 여행 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진정한 무장애 여행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왜목마을 해변 풍경(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왜목마을 해변 풍경(데크로) ⓒ소셜포커스(전윤선 작가)

 

▶가는 길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파크
당진행 고속버스 이용 3일 전 예약
(www.kobus.co.kr/wchr/main.do)

▶충남광역이동지원센터
즉시콜 1644-5588
(www.16445588.or.kr/)

▶접근 가능한 식당
불타는 조개구이 041-357-3694
바다횟집 041-352-8232
커피 볶는 집 “아트바젤” 041-352-7377

▶접근 가능한 화장실
왜목마을 해변 중간

▶문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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