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자의입원, 당사자 의사가 우선"
인권위 "정신장애인 자의입원, 당사자 의사가 우선"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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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행위
병원측 자의적 판단으로 행정입원 남용할 수 없어
자의로 입원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를 거절하고 행정입원 조치를 결정한 정신의료기관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알코올 의존증 증세가 악화되어 스스로 재입원하겠다는 환자의 의사를 거절하고 행정입원 조치를 결정한 것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4조와 헌법 제10조가 명시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진정 결과를 밝혔다.

행정입원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는 병원 측이 허가하지 않으면 퇴원할 수 없다. 행정입원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기관은 소관 지방자치단체에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과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의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치 남용을 막기 위함이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해 11월 18일 재입원을 요구하며 피진정병원을 찾았다. 2017년 1월 20일부터 2019년 10월 21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자의로 퇴원한 지 약 1개월만이다.

그러나 병원장은 "병세가 극심히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거절하고, 재입원은 행정입원으로 진행하겠다고 미리 고지했다. 병원장은 "진정인이 입원 당시 금단증상이 심해 외출이나 외박을 자주 요구했고, 입원 중이었던 2019년 9월 14일에는 외박 후 취한 상태로 복귀한 바 있다"고 진정인의 의사를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외출, 외박이 자유롭고 자의로 퇴원이 가능한 자의입원보다 강제성을 띤 행정입원이 환자의 증세를 호전시키기에 적합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조치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장에 따르면 "행정입원조치 의뢰 절차를 밟는 약 3시간동안 환자는 병원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환자의 행동을 병원의 결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진술했다. 또 정신과 전문의 진료도 진정인 동의하에 이뤄졌고, 병원 원무과장이 시청에 방문해 진행한 행정입원조치 의뢰 절차도 적법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인권위는 정신질환자 당사자의 의지에 따른 입원을 권장하는 것이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 이념이라며, 피진정기관장의 행위가 정신건강복지법의 △의료행위 등에 대한 정신질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제2조 제5항 및 제7항) △치료·보호·재활과정에서 정신질환자 등의 의견을 존중할 의무(제6조 제3항)를 위반했다고 결정문을 전달했다.

진정인이 행정입원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도 병원을 떠나지 않은 것을 암묵적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병원 측의 주관적인 판단이라고도 설명했다. 당시 환자는 119에 의해 호송되었고 다른 병원으로 가기 어려울 정도의 건강상태였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이어 피진정인의 행위가 '행정입원'의 본래 취지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동일법 제44조는 행정입원에 대해 정신질환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어 진단과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나 보호의무자의 치료 협조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 취하도록 마련되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는 환자 본인이 건강 악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직접 병원을 찾았다.

인권위는 "(해당 사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지 않으면)지정정신의료기관의 행정입원 조치 남용을 용인할 소지가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며 해당 정신의료기관장에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해당 지자체장에게 행정입원 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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