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8월부터 활동지원서비스 삭감 …장애계 "살려달라"
화성시, 8월부터 활동지원서비스 삭감 …장애계 "살려달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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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장, 지원시간 늘리려 단독가구 구성·전입 …'비상식적'
경기장차연, 자립생활 촉진한다는 말과 어불성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화성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8월 1일부터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화성시는 예산을 증액해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지난 6월 16일 밝혔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종합조사표 1~12구간 해당자는 월 30시간, 13구간은 20시간, 14구간은 15시간, 15구간은 10시간을 더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돌연 대상자 수를 기존 169명에서 1천1백76명으로 약 10배를 늘렸다. 편성한 예산은 43억 원으로 증액한 예산은 10억 원에 불과하다.

이 결정이 시행될 경우, 시의 추가지원으로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아왔던 장애인 수는 종전 91명에서 1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나머지 81명이 월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추가 지원시간은 고작 30시간이다. 최소 월 162시간이 삭감되는 것이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차례 면담을 진행하고도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는 화성시의 입장에 지난 16일 오후 2시 시청 앞에서 서철모 시장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철모 화성시장 입장문 캡쳐. (출처=화성시장 페이스북)

서 화성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화성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17일 밝혔다.

서 시장은 "시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 16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러 의혹과 비상식적인 일들이 있어 제도를 개선했다"며 그 예시를 공개했다.

장애인 남매가 실제로는 한 가구에 살며 1명의 활동지원사를 고용하고 세대분리를 해 2명분의 활동지원금을 받고 있던 경우, 추가 활동지원을 목적으로 화성시에 전입하는 경우, 부모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가구를 구성해 추가로 지원 받는 경우 등이다.

이에 경기장차연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말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장차연은 성명서를 통해 활동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를 일반화하여 수급액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모니터링과 처벌 강화 등 부정수급 제도적 보완책으로써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인들이 추가 활동지원을 목적으로 화성시에 전입했다고 하는 것은 억측이며, 장애인이 단독가구를 구성하는 것은 돌봄에서 벗어나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취지에 부합하는 행위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화성시장은 예정대로 8월 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한다면 장애인단체가 활동지원 수혜자 169명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2차 전수조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돌봄사각지대가 발견된다면 올해 안에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장차연 측은 "중증장애인은 돌봄 공백을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조사해보고 더 줄테니 올해는 조금 참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서철모 화성시장의 ‘화성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입장

서철모 화성시장님, 장애인 복지에 대해 그런 인식으로 복지 행정을 펼치셨다고 하니 대실망입니다. 시장님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 자립생활 촉진’을 철학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셨지만, 시장님 글은 결국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오해와 왜곡만 있을 뿐입니다.

시장님이 밝힌 ‘여러 가지 의혹과 비상식적인 일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풀고자 합니다.

1) 부정수급 의혹

부정수급 때문에 활동지원사업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복지에 대한 오해입니다. 부정수급은 발생한 건수에 대해 행정적으로 처분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일부 개인에게 부정수급이 발생했으니 전체 장애인의 복지사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필수 정책은 일부 부정수급이 적발되더라도 쉽게 중단되지 않습니다.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부정수급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 시행하면 됩니다. 예컨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가 생겼을 때 모니터링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오히려 실업급여 지급 기준은 완화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행정가로서 무능력한 것이고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무책임한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이것이 보편적 복지 국가로 가는 길입니다.

서철모 화성시장님께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이 중증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사업이라고 정말로 인식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 부정수급 처벌 방책을 만들어야 할 것을 무작정 모든 화성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판단일까요?

게다가 시장님이 예시로 든 것에는 냉방 상태와 냉장고 설치 여부를 통해 실제 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거주가 의심스러운 일이 아니라 장애인의 거주 환경이 그만큼 열악한 문제입니다. 냉방기기가 없다고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2) 추가 활동지원을 목적으로 화성시에 전입하는 경우

이것을 여러 가지 의혹과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판단하셨다니 매우 유감입니다. 화성시의 복지사업이 잘되어 있어 살기 좋은 화성시로 이사 가는 것이 대체 무슨 문제입니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며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로 전입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정책이 왜곡되어 폐단이 생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주거지를 고민할 때 그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활동지원사업을 받으려고 전입한 건지, 친구와 가까이 살려고 전입한 건지 전입의 이유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이것을 의도적인 폐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논리 억측입니다. 결국 시장님은 복지사업의 재원을 댈 고소득, 고재산의 시민들만 화성시민으로 인정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화성시에 장애인의 전입이 많아졌다면, 그것은 안전하고 편안한 화성시의 환경을 마련했다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시장으로서 덕치(德治)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님은 살기 좋은 화성시로 오는 장애시민들과 어떻게 지역사회가 함께 융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지, 내쫓을 방안을 강구하실 때가 아닙니다.

3) 임의로 단독가구를 구성해 활동지원사업 혜택을 받는 경우

시장님은 ‘부모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가구를 구성하여 활동지원시간을 추가적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과연 모든 사람이 부모나 가족에 의존하며 평생 독립하지 않고 얹혀살아갑니까? 시장님은 분명 장애인의 자립생활 촉진이 화성시 복지정책의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자립생활을 하려면 가족의 돌봄에서 벗어나 공공의 영역이 제공하는 복지사업을 이용하며 지역사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활동지원사업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족에게 돌봄의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입니다. 자립생활을 지지하나, 가족과 살면 안 되겠냐는 식의 말에는 논리적 모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부디 시장님의 말과 활동지원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4) 재산이 많거나 고소득 군에 속하면서 활동지원을 받는 경우

어떤 지자체도 재산과 소득의 기준으로 활동지원사업 기준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활동지원사업은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활동지원 시간을 지원하는 것이지 재산과 소득이 많다고 장애가 완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에 거주하면 중증장애인이 경증장애인이 됩니까? 보편적 복지, 포용 국가의 이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오랜 시간 지켜온 당론입니다. 그런데 시장님 혼자 장애인 정책을 이야기하며 고소득과 재산을 논하는 것은 이미 국가관에 어긋나는 생각을 표명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활동지원사업의 본질을 오해하고 계신 겁니다.

5)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나타나는 경우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자 화성시의 의무가 아닌가요? 시장님 이야기대로 지자체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대비하여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업의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보완하는 것이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 입니다. 활동지원 24시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중앙정부가 16시간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나머지 8시간을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일입니다.

정부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고 정부의 정책에 부족한 부분들을 있다면 지자체가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 사각지대를 메꿔야 합니다.

서철모 화성시장님!

시장님은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큼 다른 계층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기 때문에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월 192시간의 활동지원 추가 시간을 받던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간을 월 30시간으로 160시간 넘게 줄여놓고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까봐”라고 답하는 것이 화성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님이 할 말인가요? 당장 활동지원이 없으면 화성시 장애시민이 죽고 사는 생존권의 문제를 기계적 배분의 문제로 바라보시는 겁니까? 그게 화성시장님의 인권감수성, 행정능력입니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복지사업을 고민하는 것이 화성시의 역할입니다. 다섯 가지의 문제점을 얘기하며 활동지원사업의 목적에 반하는 역행하는 제도로 개악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마십시오. 장애인 정책이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에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화성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 자립생활의 촉진,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권리 확보를 통해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권익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방향이자 철학입니다.”

위의 말은 시장님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신 화성시의 철학입니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권익이 보장되도록 가장 일선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시장님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야기하시지만, 장애인들은 당장 8월 1일부터 159명의 활동지원 시추가가 192시간에서 30시간으로 삭감되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새롭게 시행할 정책 기준에서는 벽이 너무 높아 24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1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장님은 일단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모니터링해서 그 결과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된다면 올해 안에 제도를 수정하겠다라고 하셨지만, 중증장애인은 돌봄 정책 공백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숫자로 사람을 보지 말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십시오.

2012년 김주영 동지가 활동지원 24시간을 받지 못해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2014년 송국현 동지가 활동지원사업을 장애등급제 때문에 이용하지 못해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2012년 파주 지우・지훈남매가 활동지원사가 없는 시간에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화성시에서도 비극이 나올까 봐 두렵습니다.

이미 우리는 활동지원사업의 공백으로 동료들을 잃었습니다. 8월 1일부터 당장 활동지원 24시간이 중단되는데 ‘일단 기다리면 조사해보고 올해 안에 더 줄 테니 올해는 조금 참아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활동지원사업은 생존입니다. 자립생활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서비스입니다. 생존을 위해 시장님의 이야기에 이렇게 응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님, 당장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활동지원사업의 기준을 조정해주십시오. 최중증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시간이 부족해 죽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2020년 7월 17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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