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재미 있어서 힘든 줄도 몰라요!"… '킹콩멀티세차장' 가족들
"일이 재미 있어서 힘든 줄도 몰라요!"… '킹콩멀티세차장' 가족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7.29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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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장복과 함께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 시장연계형 배치기관
"장애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하면 편견 극복할 수 있어요"
장애인일자리사업 시장연계형 배치기관 '킹콩멀티세차장'을 찾았다.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일하고 있는 3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와 언제나 든든한 그들의 사장님 최재성 대표를 만나보았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지난 21일 오후 아산시 온천동에 위치한 킹콩멀티세차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은 세차원 유경우 씨(36세)다. 들어서는 차량을 향해 밝게 인사한 경우 씨의 두 손이 세차도구를 찾느라 바빠진다.

킹콩세차장에서 타이어 세척부터 배우기 시작한 유경우 씨는 이제 내부세차도 깔끔하게 해낸다. ⓒ소셜포커스 

지적장애인 유경우 씨는 올해 1월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해 이 곳 ‘킹콩멀티세차장’에서 맡은 일을 하고 있다.

그녀가 처음 맡았던 일은 타이어 세척. 이제는 어느덧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타이어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도 곧잘 깔끔하게 만들어낸다.

물론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복지관에서 세차직무 교육훈련을 수료하고 다른 곳에서 경력도 쌓았지만,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 일은 처음처럼 어렵기만 했다.

집과의 거리가 멀어 매일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야하는 것도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 그녀는 “일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출퇴근은 힘든 일도 아니에요”라며 웃어보인다.

킹콩멀티세차장에서는 유경우 씨처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더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이 곳에는 경우 씨 말고도 2명의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 초 취업한 박민우 씨, 언제나 웃는 얼굴 덕에 '하회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소셜포커스

“재미 있어요, 사장님이 잘해줘요! 앞으로 돈도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잘할 거예요."

한결같은 함박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지적장애인 박민우 씨(39세)의 별명은 '하회탈'이다. 민우 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이름보다 별명으로 자주 불린다. 수줍지만 밝은 미소로 고객과 동료들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게 하는 힘이 있다. 

박민우 씨도 올 초 이곳에서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세차 직무를 익혔다.

비록 처음에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산시장애인복지관 선생님들의 직무지도, 상사와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완벽하게 일을 해낸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듣는 일은 어느새 민우 씨의 일상이 됐다.

 

세차 마무리가 주특기인 박은진 씨는 책임감이 강하고 일 욕심 많기로 유명하다. ⓒ소셜포커스

“이제 사장님 없이도 세차 자신있어요!”

박은진 씨(42세)는 명실상부 세차장의 똑순이다. 

2019년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올해 1월 채용된 그녀는 이제는 세차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익혀 지시 없이도 주어진 일을 척척 해낸다.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일 욕심이 많은 은진 씨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뿌듯해한다.

은진 씨도 내성적인 성격 탓에 처음엔 손님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일이 늘어 자신감도 갖게되면서 요즘은 훨씬 편안하게 고객과 마주하고 있다.

그녀의 주특기는 깔끔한 세차 마무리. 은진 씨의 손이 닿은 곳은 새 차처럼 반짝반짝 윤이 난다며 고객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일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들의 사장님은 누구일까?

 

킹콩멀티세차장 최재성 대표. 아산시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고 장애인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항상 직원들과 함께 땀흘리는 최재성 대표이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아는 분인 것 같다고 말하자 최재성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건 다 은진 씨 덕입니다. 지켜보니까 일하는 것을 굉장히 즐거워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더라고요. 한 가지 직무를 맡기고 반복 훈련을 하니 어느 순간 비장애인보다 훨씬 책임감 있게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다음에도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최재성 대표는 그렇다고 주저없이 답한다.

"그들의 장애보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한다면 분명히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지역 경기가 안 좋지만 지금 일하는 직원들과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어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와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세차장을 나서는 길에도 직원들의 우렁찬 인사소리가 들려온다. 킹콩세차장에는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행복을 느끼며 각자의 꿈을 일궈가는 멋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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