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언택트 시대, 장애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 장애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8.03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편리할 것이란 기대 무너져... 정보 소외계층인 장애인 소외감↑
비대면 주문, 결제 선호 "키오스크 위치도 모르겠고, 이미지 선택하라니 난감하다"
배달 앱도 곤욕스럽긴 마찬가지... 수많은 개인인증과 절차 거치니 20분이나 걸려
유튜브, 넷플릭스 온라인 콘텐츠 범람 시대... 해외에 비해 통역, 해설 턱없이 부족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비대면 세상, 언택트 시대의 장애인이 느끼는 정보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이 인식할 수 없는 정보들이 범람하면서 장애인은 도리어 새로운 차별에 놓이게 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이 지난달 31일 월간 장애인정책리포트를 발간하고, 언택트 사회가 낳은 새로운 장애인 차별을 조명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 및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이 변화시킨 세상 속에서 장애인의 삶도 달라질까 했지만, 정보약자들은 정작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비단 마스크 및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앱만 해도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신속한 앱 개발로 많은 사람들의 편의가 증진되었지만, 그 중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장애인 편의 기준 없는 무인매장... 물리적 접근성, 온오프라인 모두 "엉망"

위워크 내 이마트24 셀프매장 ©소셜포커스(사진=이마트24)
위워크 내 이마트24 셀프매장 ©소셜포커스(사진=이마트24)

비대면 서비스가 선호되면서,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을 통한 비대면 주문, 결제와 무인매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는 이 또한 어려움이 된다. 

시각장애인은 매장의 구조나 진열된 상품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제품, 영역별 음성안내나 점자표시가 되어있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하다. 

또한 무인단말기 설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셀프계산대도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 무인계산대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조작이 가능한지, 앉은 채로 디스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각도와 높이인지도 중요하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손 높이, 시선을 고려한 위치에 전광판과 터치버튼, 카드 투입구도 마련되어야한다. 

그러나 키오스크 편의 규격은 현재 ATM 같은 금융자동화기기와 공항, 철도, 지하철, 영화관 등 공공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다. 작년 5월, 키오스크가 장애인 및 고령자의 접근성을 고려해야하는 정보통신기기에 추가됐지만, 이미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게다가 시각장애인은 음성으로 정보를 변환해서 들어야하지만, 키오스크는 음성 지원이 없는 이미지 형태의 정보가 많고 화면 터치 스크린 방식이라는 단점을 가진다.  

단, 제품 정보를 이미지로 제공하기에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이용방법을 익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발달장애인이 신용카드가 없을 가능성이 있고, 글을 읽을 수 없는 경우도 배제할 수가 없다. 시각, 발달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무인판매기기에 음성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장애인편의시설은 300㎡ 이상에 해당되는 음식점, 제과점 등과 1000㎡ 이상의 판매 시설에 적용되고 있지만 주출입구의 접근로, 주출입구의 높이차이, 출입문 등의 편의시설 설치 의무만 규정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무인매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 편의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셀프계산대 설계나 구입시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해야할 법적 근거도 아직 마련되지않고 있다.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우수 웹사이트는 오직 5%뿐...

지난 5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시각장애인의 조현영씨의 모습. 이내 그녀는 신청에 진땀을 빼게 됐다. 본지 '[박기자가 간다②] 눈물겨웠던 시각장애인의 재난지원금 신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에게 온라인 세계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장벽이다. 실제 8개 표준사업분야 1천 개 웹사이트가 받은 장애인 접근성 점수는 평균 66.6점으로 아주 미흡한 수치로 나타났다. 심지어 75점 이하 웹사이트는 74.3%에 달했다. 

가장 접근성이 높다고 평가된 것은 '금융 및 보험업' 분야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통 수준의 점수일뿐더러, 보안툴 설치 및 비밀번호 설정 등에 접근성 확대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금융 관련 홈페이지에 암호화가 걸리면, 숫자를 입력할 때 '****', '1111' 이렇게만 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어떤 숫자를 누르는지 확인할 수가 없고, 오류가 걸리면 다시 처음부터 입력해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실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시 시각장애인이 겪은 어려움은 상당했다. 서울시 재난지원금 지급시 제로페이 앱을 통해 할인행사를 진행했는데, 제로페이 앱의 접근성은 100점 중 58점에 불과했다. 게다가 키패드 음성지원서비스나 스크린리더가 작동하지않아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신청이 가능했다. 

언택트 시대에서 단연 이용률이 높아진 것은 '숙박 및 음식업'이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웹접근성도 보통 이하의 평가를 받은 곳만 20곳 중 19곳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쇼핑몰 등 도매 및 소매업 관련 사이트의 경우, 대게 이미지로 상품 홍보를 하지만, 정작 음성 및 텍스트 제공을 하지 않고 있어 시각장애인은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도 많다.

한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배달의민족' 앱을 사용해 저녁식사를 주문하는 영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개인인증과 정보동의 절차를 거치다보니 무려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끝내 주문에 성공하긴 했지만, 유튜버는 "진짜 배고플 때는 못 시켜먹겠다"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에서 개발한 전자출입명부 앱 또한 바코드 생성 및 확인, 이용면에서 시각장애인이 혼자 이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QR코드 활용이 늘고 있지만, 음성 지원이 되지않아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어디를 스캔해야하는지 알기 어렵기때문이다.

2011년 9월 행정안전부가 공공부문 세계 최초로 모바일 앱 접근성 지침을 마련했지만, 의무적용 대상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한정되어있어, 민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약자를 대하는 윤리 등 자발적 선의에 기대야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애초에 홈페이지 설계 및 개발 단계부터 배리어프리를 적용해 장애인 사용자를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야한다는 의견은 수차례 건의되었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않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온라인 콘텐츠 범람의 시대" 그 이면의 정보 격차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초기 정부 재난 브리핑 영상에 수어통역이 없어 청각장애인의 정보 침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현재는 모든 정부 브리핑 영상에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또한, 비장애인 위주의 방송 편성으로 인한 폐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방송화면을 수어방송과 자막을 통해 이해하며, 시각장애인은 화면해설서비스를 통해 등장인물의 동작과 표정 등 대사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음성안내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방송 고시에 의한 장애인방송 의무 편성 비율은 지상파와 종편, 보도 채널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 중 자막 방송은 100%, 화면해설 방송은 10%, 수어방송은 5% 남짓해 방송사들은 규정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8월 온라인 동영상 및 인터넷 TV 서비스의 영상 콘텐츠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삽입을 의무화했고, 라이브방송의 자막속도, 정확도, 지연시간, 오류의 종류 등 질적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또한 VOD의 장애인방송 의무화로 수어통역 창 크기를 키우거나 시청자가 수어통역 창을 삽입하거나 뺄 수 있는 선택 영역도 추가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웹접근성과 모바일 접근성이 잘 적용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편이지만,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만든 국내 플랫폼 '웨이브'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접근성이 떨어지고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이 따르고 있다. 화면해설 콘텐츠는 세 매체 모두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다. 대다수의 수업ㆍ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웹접근성이 절실한 가운데 교육서비스업도 66.4점을 기록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EBS의 경우 장애인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2주 단기 라이브 특강으로 자막 영상을 제공했지만, 과목이 한정적이고 강좌수도 현저히 적었다. 수어 학습 자료도 '평생 교육' 강좌에만 있었고, 기존 제공하는 시ㆍ청각장애인을 위한 학습자료는 최신판이 아닌 예전에 촬영했던 영상과 교재가 대부분이라 최근 학습 트렌드에 한참 벗어나 있었다. 심지어 발달장애학생을 위한 콘텐츠는 초중고 강좌가 아닌 '평생 교육' 3강좌 뿐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좁혀지지않는 정보 격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장애인의 낮은 소득, 낮은 학력, 높은 연령 등이 꼽혔고,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많은 연구에서 지적되어왔다.

중졸 이하 학력의 장애인이 58.6%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은 대졸 이상자가 37.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구의 고령화 수준(46.7%)도 전체 인구(14.8%)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총은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도 장애인 접근성 대책은 누락되었다며 정보약자들의 정보접근권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개헌과제 및 부처별 중ㆍ장기 계획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제시했다. 설계단계부터 장애인 정보접근성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지능정보화기본법」을 강화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비대면, 비접촉을 준수해야하는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감각장애인의 고립이 문제시 되면서, 장애인의 신체적 기능을 보완할 보조기기를 개발해서, 신체적 한계가 언택트 사회에 장벽이 되지않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