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피의자 신뢰관계인 동행 등 방어권 보장해라"
인권위, "정신장애인 피의자 신뢰관계인 동행 등 방어권 보장해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1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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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규칙에 따라 체포사실 통지 후 신문했다"
병원 기록·주변 진술 등 조기판단 이루어져야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신장애 등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해양경찰청에 권고했다. ⓒ소셜포커스 (그래픽=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피의자의 정신장애 등의 여부를 조기에 판단해 형사절차상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해양경찰청에 권고했다.

피진정인인 OOOO경찰서는 정신장애가 있는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했다. 인권위는 그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에게 신뢰관계인 동석에 관한 권리를 고지하지 않아 「형사소송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해당 권고를 발표했다.

신뢰관계자란 형사소송 시 피고인이 신체·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 한해 재판에 동석하는 사람을 말한다. 신뢰관계자로 동석할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 등이다.

진정인 A씨와 피해자인 딸 B씨는 탈북자 부녀다. 그 중 딸인 B씨는 탈북 과정에서 정신질환과 지적장애를 얻어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다. 법원 판결로 성년후견인까지 지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 A씨가 출장을 간 동안 B씨는 한 사우나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서 측은 현행범 조사 과정에서 B씨가 A씨가 중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영장을 발부 받은 바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그 결과, 필로폰이 아닌 대마초 양성반응이 확인되어 4차례 신문을 실시했다.

경찰 측은 「범죄수사규칙」 제97조2항의 체포통지 원칙에 따라 B씨의 요구대로 A씨에게 체포 사실을 우편으로 통지했으나 A씨가 당시 해외 출장 중이어서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B씨가 신문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등 법적 권리를 이해하고 주장한 것으로 보아 의사표현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법원으로부터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로 지정돼있지 않아 A씨의 동의 없이 영장을 발부하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던 사실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 △지능지수 검사에서 57점을 받아 사회성숙연령이 약 11세 수준으로 측정된 사실 등을 확인했다.

또한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 의사소통능력에 한계가 느껴진다고 주변인들이 진술했고, 특히 1차 피의자 신문조서에 피해자가 조서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심돼 다시 설명했다고 기재한 사실 등을 종합해 볼 때, 4차례나 신문을 진행하면서 B씨에게 정신 장애가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피해자의 부친인 진정인은 “정신질환과 지적장애가 있는 딸을 경찰이 마약투약 혐의 등으로 체포해 신문을 하며 신뢰관계인도 동석시키지 않았다”며 “딸은 혐의에 대해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번 사건이 수사단계 초기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식별방안이 미비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이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수립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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