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보조견은 식당 출입 못한다?
청각장애인보조견은 식당 출입 못한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8.13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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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보조견증 보여주며 설명했지만... 청년다방 점장 "애완견 안돼, 나가라"
농인이라 대화하려고 어깨 두드렸더니 자신을 쳤다며 되려 경찰에 신고해
청년다방 "애완견인 줄 알았다. 영업방해로 피해입었다"며 법적 대응 예고
장애인보조견 인식 부족, 과태료 3백만원... 업체들 "까짓것 그냥 내고 만다?"
오늘(13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청각장애인보조견을 거부하고 차별한 청년다방 측에 진정한 사과와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배가 너무 고파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주문을 받지도 않고 다른 손님들이 불편하니 자리를 옮겨달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마 비장애인이라면 겪지않았을 일을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당해야했던 사연이 오늘(13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알려졌다.

청각장애인 원ㅇㅇ 씨는 지난 6월 21일 비장애인 지인 두 명과 함께 청년다방 ㅇㅇㅇ점을 방문하게 됐다. 그날도 원 씨의 곁에는 3년 전부터 함께 생활해온 청각장애인보조견 '구름'이도 함께 있었다. 구름이는 주변 소리를 감지해서 알려주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원 씨의 '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원 씨는 "애완견은 출입금지"라며 출입을 거부당했다. 구름이가 단순 애완견이 아니라 보조견이라는 것을 설명하기위해 '장애인보조견증'을 제시했지만 점장은 확인조차하지않고 무작정 나가라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왼쪽)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진정인 원ㅇㅇ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윤정기 활동가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당시를 기억하며 원 씨는 "식당이 보조견을 거부할 권한이 없기때문에 저는 꿋꿋하게 매장에 들어가서 앉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자리로 옮기라고 강요를 했고 제가 싫다고 하자 주문도 받지않았어요"라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보청기를 끼고 있어서 큰 소리를 치면 조금은 들리는데, 당시 점장이 소리를 치고 있었고 사람들이 자꾸 저를 쳐다보니까 너무 민망했어요. 비장애인 손님에게는 친절하게 응대하던데 제가 농아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원 씨의 보조견 '구름이'의 모습. 평소 장애인보조견이라는 것을 잘 모르기때문에 구름이에게 보조견활동복을 입히고, 가방에 이름표도 부착해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원 씨의 보조견 '구름이'의 모습. 원 씨는 평소 사람들이 구름이가 장애인보조견이라는 것을 잘 모르기때문에 항상 도우미견 활동복을 입히고, 가방에 이름표도 부착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청년다방에 있던 그날도 구름이는 여느때와 같이 도우미견 활동복을 입고 있었다. ⓒ소셜포커스

원 씨는 식당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청각장애인보조견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알리기위해서라도 구름이와 동행할 때가 많고, 일부러 구름이에게 보조견 옷을 입히고 장애인보조견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일일이 설명을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복지법」40조 3항과 90조 3항에 따르면 장애인보조견을 거부하는 행위는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엄중한 사안이다. 엄연한 차별 행위이지만 여전히 지키지않는 식당들이 많다.  

청년다방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단순 애완견인 줄 알았고 보조견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것. 조용히 자리를 옮겨달라 부탁했지만 원 씨가 과도하게 화를 내고 영업방해를 해서 되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원 씨가 매장 안에서 촬영했던 사진. 장애인보조견증을 보여주고 있지만 점장이 보지않고 나가라며 외면하는 모습이다. 원 씨는 너무 분통해서 당시 상황을 동영상으로도 찍어놨다고 한다. ⓒ소셜포커스

심지어 점장은 원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원 씨는 "그때 너무 배가 고픈 상태에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보조견증을 확인도 안하고 무작정 나가라고만 하니 저도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그때 비장애인 친구들이 수화로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제가 화난 표정으로 수화를 하니까 화가났다고 생각했나봐요. 저는 농아인이라 대화하려면 어깨를 쳐서 저를 보라고 해야되는데 제가 어깨를 두드리니까 자기를 쳤다면서 저를 112에 신고했어요"라고 말했다. 

한순간에 피의자로 몰리게 되니 원 씨도 112에 신고를 하게됐고 곧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은 도울 수 있는 게 없다며 되려 구청이나 인권위에 신고할 것을 권했다. 

원 씨는 "하필 그날이 주말이라 구청에 신고를 할 수도 없었고 수화를 할 수 있는 경찰이 없으니 의사소통이 안되서 너무 답답했어요"라며 "구름이는 농인을 도와주도록 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오는 개인데 구름이도 저와 같이 매번 거절을 당하고 무시를 당하니 구름이가 무슨 죄가 있나 싶은 슬픈 마음도 들었어요"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 씨가 당시 매장에 제시했던 '장애인보조견증'. 2016년에 발급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지만 과태료 금액 등 현재와 다른 내용도 보인다. 코팅 상태도 부실한 모습이다. ⓒ소셜포커스

해당 사건을 신고받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측은 청년다방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한경기획에 재발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제작이나 인권교육 등 시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사측은 "고객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제안한 시정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할 경우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매장 CCTV에는 원 씨가 대화를 위해 점장의 어깨를 치고 있는 장면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 ⓒ소셜포커스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번 청년다방 측의 태도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 주체로 보지않고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보조견까지 동반해서 매장을 방문한 것에 더 불쾌감을 느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객의 불편과 만족도를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판단받는 업체가 과연 비장애인 고객에게도 이렇게 했을지 매우 의문이 든다"며 비판했다.

시각장애인안내견에 비해 청각장애인보조견은 아직 더 알려지지않은 상황이다. 원 씨는 2018년 영국으로 장애인청년드림팀 연수를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영국은 보청견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식당에서 거부를 하면 그 식당을 폐업시키거나 해당 직원을 해고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일본도 그렇고 해외는 강력하게 조치를 하는데 한국은 벌금이 최대 3백만원이니까 업체 측에서도 까짓것 그냥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개선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씁쓸해했다.  

원 씨를 비롯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인들은 식당에 보조견 출입을 허용하는 스티커를 전국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식당 문 앞에 스티커 하나만 붙어져있어도 비장애인이 보조견에 대해 인식할 수 있고 계속 보조견증을 보여줘야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 ⓒ소셜포커스

2년 전 원 씨가 구청에 보조견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지만 해당 아이스크림 매장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보청견 스티커가 붙어져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식당에 보조견 스티커를 붙이도록 알리고 홍보해야할 구청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시각ㆍ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인도 물건이 떨어져서 주워야하는 일이 생기면 보조견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외에 비해서 아직도 우리나라는 장애인보조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청년다방의 경우도 실수를 하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시정하면 될 것을 오히려 장애인을 갑질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당당하게 차별행위를 부인하고 있다"며 업체의 태도를 지적했다. 

장추련은 이날 원 씨와 함께 인권위에 차별시정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며, 구청 측에도 해당 식당에 과태료 처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낼 것을 알렸다. 

원 씨는 오늘(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청년다방 측의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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