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맞은 ‘이동편의증진법’… 장애등급제 폐지 따라 개선돼야
15주년 맞은 ‘이동편의증진법’… 장애등급제 폐지 따라 개선돼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1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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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 13일 오전 열려
장애인특별교통수단 ‘장콜’이 유일… 그마저 시·군·구 민간운영으로 이용자 불편
각 시도 저상버스 도입률 목표치 ‘모두 미달’
“중앙정부가 장애인이동수단 통합 관리토록 법 개정 필요해”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2020년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 15주년을 맞는 해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라 이동지원 분야에서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장애계와 국회가 함께 ‘약자의 눈’으로 현재 정책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 토론회를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다.

(왼쪽부터) 최혜영, 김예지, 홍기원, 김민석 의원

이 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경기 평택갑),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구을)이 참석했다.

발제자들은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보장 책임을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이동편의증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장애인이동수단을 지자체별로 따로 운영하면서 생기는 문제, 편차들이 주요 지적 대상이었다.

 

■ 접근성 보장 최소기준 vs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담되면 안된다"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2006년 UN이 발표한 국제조약이다. '접근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당사국에 대해 일정 정도의 법적 구속력도 갖는다.

그러나 이 협약을 근거로 차별 사례에 대해 법적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각 당사국이 접근권을 '자유권'으로 해석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어떤 당사국이 접근권을 사회권으로 정의하고 있다면 “점진적으로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으로 권고 이상의 조치 등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한 것이 문제다.

한국의 경우 관련개별법에 이동권 보장 최소기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제공 조항과 연계해 보고 있다. 어떤 시설의 편의시설이 국제적 최소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서비스 이용자가 제공하기 부담스러워할 경우 권고 등에 그치고 마니 중앙정부, 지자체 등까지 적극적 노력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3차계획… 지역별 목표치 미달 ‘심각’ 수준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에서 오는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2%를 저상버스로 교체, 증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목표치는 서울시 65%, 광역시 45%, 9개도 32%였다.

(출처=제1차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

그러나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26.5%다. 2018년 목표였던 25%를 조금 웃돌며, 2019년까지 달성하겠다던 30%에 못 미치는 수치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미달률은 훨씬 심각하다. 인천광역시와 울산광역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각각 19.3%, 12.4%로 20% 미만이고, 충청남도는 10%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농어촌 지역에 580대 도입하기로 했던 중형저상버스는 아직 연구개발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저상버스를 거의 100% 도입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지역에서는 도입률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제인권기구는 저상버스 도입률이 100%가 되지 않으면 차별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고 발언했다.

 

■ 장애인이동서비스 탄력적 운용해야… 특별교통수단 종류 다양화, 장애인차량 표지 개인별 발급 등

현재 유일하게 장애인특별교통수단으로 인정되는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만 이용 가능하다. 시각, 신장장애인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복장애인이어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차량만을 장애인특별교통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이동지원편의조사를 통해 장콜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일부 추가하겠다고 하는데, 이용자 기준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서비스 제공에 의학적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맞다”

오욱찬 위원. ⓒ소셜포커스  

서울시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자 장콜 외에도 임차택시, 바우처택시, 장애인단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특별교통수단 외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전국 확대 시행이 어렵다.

오 위원은 이어 “해외에서는 장애인차량 표지를 차량에 부착하지 않고 개인에게 발급해 누구 소유의 차를 운전하더라도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동승하면 장애인차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장애인 이동지원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교통약자 이동수단,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지원·관리해야… 지자체별 운영에 이용자들 '혼란'

지역별로 장애인교통수단 운영 규모와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행 이동편의증진법은 중앙정부에 저상버스 등 장애인이동수단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신 각 시·군·구 단위 지자체에서 운영방침을 조례로 정하게 하고 있다. ‘도’ 단위로도 방침이 통일되지 않으니 같은 충청도 내에서도 서비스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장콜’을 타고 시외로 가려면 환승을 거듭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애린 대표. ⓒ소셜포커스 

현재 장콜을 배차하는 이동지원센터의 역할은 ‘배차’에 그친다. 게다가 각 센터는 장애인단체 등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간 배차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대표는 “지금은 장콜 센터를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소홀로 많은 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역간 배차를 조율할 수 있는 광역이동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운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연속 세미나는 총 3회로 기획됐다.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14일과 20일 장애인공공일자리와 장애인평생교육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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