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장애인정책 어디까지 왔나... 장애인 "갸우뚱" vs 전문가 "호의적"
文정부 장애인정책 어디까지 왔나... 장애인 "갸우뚱" vs 전문가 "호의적"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9.1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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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협회 중간평가 결과 전문가 2.8점, 이용자 2.4점으로 정책 효과 체감도 낮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中 장애인정책 우려집행 10건... 2년 남았지만 미이행 과제↑
장애인 당사자 권리 외친 5차 종합계획... 정부 중심, 장애감수성 낮다는 비판 일어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정책 3년을 평가하는 자리가 열렸다. 제 49회 RI Korea 재활대회가 18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8년 3월 발표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대한 전문가와 이용자(장애인 당사자)간의 평가 점수를 상당한 간극을 보였다. 전문가는 5점 만점에 평균 3점 이상의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이용자는 대다수 1점 내지 2점을 주며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를 발표한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가 18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본 행사는 국민의힘 이종성, 김예지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이하 재활협회)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본 대회를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1998년부터 5년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실시되면서 재활협회는 RI Korea 전문가와 장애인과 함께 정책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재활대회에서 그 결과를 공유해왔다. 올해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년)의 전반기 2년인 2018년과 2019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5차 종합계획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도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문 정부의 장애인 정책공약 이행도를 평가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재활협회의 김인규 회장은 서면을 통해 "2022년까지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평가가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평가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중간 성적은 역대 평가 성적 중 가장 높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나운환 위원장
나운환 RI Korea 전문위원회 위원장 ⓒ소셜포커스

평가는 5개 분야 총 69개의 세부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목표대비 성과와 이용자의 만족도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중간평가 전체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전문가 2.82점(70점), 이용자 2.49점(50점)으로 약 20점 차이가 났다.

정부의 노력은 있었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들이 많았고, 장애인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발제를 맡은 RI Korea 전문위원회 나운환 위원장은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 1차에서 5차로 해를 거듭하면서 평가 결과가 상승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실질적인 기대욕구와 정책민감성은 낙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용자 만족도는 1~3차까지 평균 이하로 나타났고, 4차 계획이 시행되고 나서야 평균 이상으로 올라가게 됐다.  

장애인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 효과 수준은 '심각' 단계로 나타났다. △복지ㆍ건강지원체계개편 분야에서 평균 1점에서 2점 초반 대로 낙제점을 받은 과제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1.5점)과 △새로운 거주서비스 유형 개발(1.6점) △장애판정제도 개선(2점) △장애아동 가족지원 서비스 확대(2점) △어린이재활의료체계구축(2점) △장애인건강검진기관 지정을 통한 건강검진 접근성 강화(2점) 등으로 나타났다. 

나운환 위원장은 "장애인의 욕구 1, 2순위를 다투는 것이 의료ㆍ복지 분야다. 그러나 복지 분야에서 이용자들의 평균 만족도는 2.38점(59.5점), 전문가는 2.61점(65.3점)으로 5개 평가 분야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용자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이용 욕구를 5차 계획이 응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결과를 판이하게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빨간색) 전문가와 이용자 모두 1-2점 대의 낮은 점수를 준 항목
(파란색) 전문가와 이용자 간의 평가 점수 차이가 큰 항목 
이용자가 체감하는 '복지ㆍ건강지원 체계 개편 분야'의 정책 효과성은 2.38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소셜포커스

특히 전문가는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사실상 장애인 당사자는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과제들도 많았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 인상(전문가 4점/이용자 2.5점),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협의체 운영(전문가 4점/이용자 2.4점) △장애 영유아 보육 지원 확대(전문가 4점/이용자 2.42점) △정신장애인 사회통합 지원(전문가 4점/이용자 2.48점) △차별 없는 방송접근 및 이용환경 보장(전문가 4점/이용자 2.75점)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수 기회 확대(전문가 4점/이용자 2.47점) △장애인 기업 성장기반 구축 지원(전문가 4점/이용자 2.21점) 등 제도 설계자들과 장애인 당사자 간의 간극이 여실히 드러난 항목들이었다.  

한편 장애민감성을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긍정적으로 판단된 정책은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제고로 전문가 3.5점에 이용자 2.89점으로 두 집단 모두 만족도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행 답보 상태이거나 성과가 가장 저조한 정책으로 전문가마저 1점으로 평가한 항목은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접근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장애인 소득공제 방식 개선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 보전 급여 현실화 등으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 기반 강화' 분야에 미이행된 정책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 전문가와 이용자 모두 1-2점 대의 낮은 점수를 준 항목
(파란색) 전문가와 이용자 간의 평가 점수 차이가 큰 항목 
'경제적 자립기반 강화' 분야의 항목 중 전문가 평가 1점으로 이행 시도조차되지않은 과제가 3건이나 발견됐다. ⓒ소셜포커스

나운환 위원장은 "이제 5차 계획 후반기로 6차를 수립해야될 시점에 왔다. 이제까지는 복지적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접근 방식을 바꿔야한다. 무엇보다 장애감수성을 반영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복지전문가 위주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정책부서 인력 및 민간단체 등과 파트너가 되어야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5차 계획이 2년 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미이행 과제들을 실천해야하는데, 또 이런 과제들이 장애당사자들의 욕구가 높은 분야다. 관련 부처가 얽혀있고 정책 이행이 까다로우니 차일피일 미뤄진 게 많다. 여기 계신 국회의원분들께서 장애등급제나 소득공제화, 부양의무자기준 등 정책 우선순위를 정해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TF팀을 꾸려 정책활동을 해나가면 2년 안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지않을까싶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 ⓒ소셜포커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제1차에서 제4차에 이르기까지 20년동안의 장애인정책종합계획 기획과 집행, 평가단계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5년 단위로 단절되고, 다시 시작되는 분절적 구조의 장애인 정책 계획과 집행이 과연 장애인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5차 계획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하여 이전 계획들에 비해 수요자 중심의 정책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지난해 6월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에서 실시한 '문재인 정부 3년, 장애인 정책공약 중간평가'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용석 실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 관련 14개의 공약 중 진행 중은 단 1건, 우려진행이 10건, 미이행은 1건으로 대부분의 정책이 다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에서 진행한 문재인 정부 3년차 장애인공약 이행률을 나타낸 표. ⓒ소셜포커스

이 실장은 "활동지원제도 1구간 부재로 C계수를 이용해서 1구간 진입자를 높이는 부분도 그렇고, 장애인 연금 올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30만원에 불고하고,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 또한 휠체어 타이어 교체 비용도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포용적 사회'에 걸맞는 정책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과 같은 장애인 권익 제도 또한 여전히 미흡하다. 전문가들이 4점을 준 것은 너무 후하게 준 것이다. 정신장애인 사회통합정책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여성장애인 지원법도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인데 아에 논의조차 되지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재난 안정 지원도 낙제점이다. 최근 복지부 장관이 방역 취약계층에 장애인이 포함되지않는다고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싶었다. 장애인이 감염에 취약한 계층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장애인을 왜 정치적으로 배제시키려하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도 토론에 나섰다. 장애인활동지원 종합조사표의 맹점으로 인해 최중증장애인임에도 1구간 진입이 안되는 점에서 애초에 종합조사표의 설계 단계부터 다시 개선해야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구간 하락자들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동지원에 대한 부분도 거론됐다. 보행상 장애인으로 판정되는 사람들이 5%가량 늘어났지만,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나 장애인주차장 등 자원은 여전히 한정적이기에 장애인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탈시설에 대한 로드맵 수립 등 여전히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핵심과제들은 미해결 상태였다.  

변재원 국장은 "5차 계획의 아젠다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기반 중심이다. 자신의 주권을 가지고 장애인 정책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데, 정부 중심으로 이미 설계가 되어있고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기 어려웠기 떄문에 이번 재활협회의 조사결과에서도 이용자들의 평균 점수가 2.5점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간극을 줄여나가야한다"라며 의견을 종합했다. 

신용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
신용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 ⓒ소셜포커스

신용호 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은 중간평과 결과에 해명하는 입장을 보였다. "저희도 국정과제를 1순위로 두고 해결해가고 있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탈시설 문제 등 국정과제들은 꾸준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토론회장 2층에도 장애인권리보장법 TF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장연 변재원 국장이 지적한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서는 "올해 최초로 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게 됐다. 현 시점에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장애인이 몇 명인지 정확하게 현황 파악을 하고 예산 추계를 해야 기본적인 로드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사실 지금 코로나 정국에 복지부도 인사이동, 인력배치로 사람이 많이 부족하고 국감도 겹쳐서 많이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해야할 일을 해야하기때문에 이 와중에도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다. 오늘 말씀해주신 점들 잘 전달해서 5차 계획 2022년까지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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