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포원에 창포가 없다?
서울 창포원에 창포가 없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10.27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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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꽃? 출처도 없고 설명도 제각각
붓꽃이 많아 창포원? 창포와 붓꽃은 완전히 달라
공원 관계자들 “잘 모르겠다”거나 엉터리 답변
공원 직원이 관련 지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 상식

며칠 전에 본지의 연중기획, 휠체어 공원탐방기를 연재하기 위해 서울 창포원을 방문했다. 봄철부터 3차례 방문했다. 탐방기는 26일자 기획특집면에 “아이리스 테마 생태공원 창포원”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공원을 취재하면서 공원 내 장애인 불편시설이 자주 눈에 띄어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이보다도 관리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사실들을 접하고 마음이 더욱 씁쓸했다.

도봉구 홈페이지의 창포원 소개내용과 공원에서 제공하는 안내자료에 따르면 창포원은 세계 4대 꽃 중의 하나인 붓꽃을 테마로 하였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자료를 인용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창포원은 세계 4대 꽃 중 하나인 붓꽃이 많은 공원”이라는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대한민국구석구석 싸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4대 꽃이 도대체 무슨무슨 꽃일까? 또 어느 국제단체에서 지정했을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인터넷의 지식iN에 몇 개의 답변이 있었으나 비전문가의 사견에 불과한데다, 장미, 튤립, 국화, 붓꽃, 벚꽃, 카네이션 등 답변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도 궁금하여 창포원에 문의하였으나, 전화가 여러 직원들을 거치면서도 답변이 분명하지 않았다. 결국 공원 직원은 상급기관의 공원녹지사업소에 문의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서울특별시 산하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 직원 역시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다음 날 전화에서는 아무리 알아봐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참 황당한 일이다.

또 다른 공원 관계자는 세계 4대 꽃은 설명하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적어도 공신력을 가진 국제기구에서 정한 일이 아니라면 세계 몇대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와 같은 국가기관에서야...

서울시는 공원을 홍보하면서 출처도 없는 세계 4대 꽃이라는 언급을 통해 이 공원이 마치 세계적인 공원인 것처럼(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미지를 실제 이상으로 과시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과장광고에 의한 기만(?)을 당했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문제는 또 있다. 공원에서 얻어 온 리플릿 자료에는 붓꽃류 30만본이 식재되어 창포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되어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공원 관계자에게 창포와 붓꽃이 어떤 관계인지를 물으니, 창포나 붓꽃은 같은 꽃이라고 한다. 행정직 직원이 자기는 전문가가 아니라면서 연결해준 녹지직 직원이라는 사람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전문 자료를 뒤져본 결과 창포와 붓꽃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분류부터 다르고, 학명도 영문명칭도 달랐다. 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하고, 학명은 Acorus calamus L.이다. 반면에 붓꽃은 붓꽃과에 속하고 학명은 Iris sanguinea Donn ex Horn이다. 창포와 잎이 비슷한 꽃창포의 경우에도 붓꽃과에 속한다. 꽃창포의 학명은 Iris ensata var. spontanea이다. 학명을 보더라도 꽃창포는 붓꽃과 같은 분류에 속하나 창포는 완전히 다른 식물임을 알 수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 및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창포는 연못가나 도랑가 등에서 자라고, 붓꽃은 산기슭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고 되어 있다. 생육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다만 같은 붓꽃과인 꽃창포는 습지에서 자란다고 되어있다.

창포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우리 선조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여 피부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특히 단오날에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감는 것은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이었다.

반면 꽃창포는 그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창포와 꽃창포는 잎사귀만 비슷할 뿐 꽃모양 등 여러 가지가 다르다. 사실 창포의 꽃은 창포를 잘 모르면 꽃이 피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만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아래 사진 맨 왼쪽 창포사진 참조). 붓꽃은 창포와 더욱 거리가 멀다.

또 다른 공원 관계자는 그 공원에는 창포는 없고, 창포원에서 말하는 창포란 꽃창포와 붓꽃을 말한다고 했다. 사실 창포는 요즘 들어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대한민국구석구석 자료에는 창포원에 주로 식재되어 있는 20여개의 식물을 나열하면서 창포는 빠져있는 것을 보면 실제 창포가 없을 수도 있겠다.

창포 없는 창포원? 그리고 붓꽃이 많아서 창포원? 창포와 붓꽃은 완전히 다르다는데...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차라리 “아이리스공원”이나 “꽃창포원”이라면 어떨까? 아니면 “붓꽃생태원”은 또 어떨까?

적어도 창포원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행정직이건, 녹지직이건 창포와 관련된 기본지식은 갖추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문의하는 민원도 많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필자에게 했던 것처럼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또 엉터리 답변이나 하고, 그랬을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방문자들에게 제공하는 안내자료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창포원은 일반 공원이 아니라, 명칭대로 하자면 창포라는 식물을 소재로 하는 테마공원이자, 창포류 전문 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창포류 및 유사한 식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자료를 갖추어 놓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관련 지식을 제대로 갖춘 직원들도 없고, 일반 직원들 또한 대부분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일반 직원들이 공원 내 있는 모든 수목을 전문가 수준으로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창포와 관계되는 내용만 정리한다면 A4용지 10장 분량이나 될까?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라도 자료를 제대로 정비하고, 그 자료를 근거로 직원들을 숙지하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방문자들에게 제공할 리플릿 자료도 조속히 정비가 되어야 한다.

 

창포와 붓꽃류(영문 명칭과 사진자료는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 싸이트에서 받음
창포와 붓꽃류(영문 명칭과 사진 자료는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제공받아 편집한 것임)

 

서울창포원의 방문자센터 건물
서울창포원의 방문자센터 건물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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