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입원”으로 둔갑한 “동의 입원”의 실상을 고발하다
“자발적 입원”으로 둔갑한 “동의 입원”의 실상을 고발하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1.0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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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의한 적 없는데...” 입퇴원시 당사자 의사는 안중에 없어, 보호자 결정에 휘둘려야
보호자, 친족, 지자체 공무원 등 당사자의 권한 대행 쉽게 허락하는 법령부터 개정해야
갈 곳 없는 정신장애인... 활보 신청 어려워, 취업율도 최하위 "병원으로 밀어내는 구조"
금일(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본인의 동의’를 핵심으로 하는 ‘동의입원 제도’가 사실상 강제입원과 다를바 없이 행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자의입원’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사자의 동의 여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있다. 

금일(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금번 토론회의 시작은 지난 7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로 접수된 한 여성의 절박한 신고로 시작됐다. 당시 신고자는 “정신 질환도, 치료 전력도, 자·타해 위험도 없는 우리 오빠(A씨/40대/지적장애)가 경남 통영의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되어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신고를 접수한 연구소 김강원 국장은 A씨를 만나기 위해 통영에 위치한 해당 병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는 “A씨가 있던 곳은 정신병원이 아닌 마치 교도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좁은 철창문 안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었고 죄수들처럼 줄을 세워서 배식을 하고 있었다. 병원 측이 면담을 거부할까봐 염려가 됐지만, 다행히 A씨를 대면할 수 있었다"며 회상했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이성재 법무법인 로직 변호사,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 이용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이어 "A씨는 면담 내내 ‘왜 내가 여기에 있어야하냐, 여기가 양로원이냐’라며 울면서 퇴원을 호소했고,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했다. 입원에 동의한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는 ‘어느날 밤에 아버지가 택시에 태워서 강제로 끌고 왔다’라고 말할 뿐 서류에 서명한 적도, 입원을 신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A씨는 부친에 의해 ‘동의입원’의 형태로 2년간 병원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수차례 퇴원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보호의무자(부친)가 허락하지 않았다며 퇴원을 거부해왔다. 김강원 국장은 A씨와의 면담 직후 즉각 퇴원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지만, 동의입원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없이는 72시간까지 병원에서 퇴원을 거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들어 별다른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음날 김 국장의 우려대로 부친은 바로 병원에 방문했고, A씨는 ‘동의입원’이 아닌 ‘보호자의무 입원’으로 강제 전환을 당하게 된다. 현재 이 사건은 인권위에 진정되어 조사 예정에 있으며, 연구소 측의 고발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자의입원의 탈을 쓴 동의입원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경우 A씨가 원래 장애인 시설에 있다가 퇴소를 하니 집에 데리고 있기를 거부하는 부친과 둘째 여동생이 공모해서 입원을 시킨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장애인복지법 제60조2 제 6항에서도 장애인거주시설 입소 시에 ‘장애인 본인이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로 판단되면 가족에 의해 대행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러 보건복지 관련 법령이 법원 등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보호자, 친족, 지자체 공무원 등 의사결정 대행자가 장애인 당사자를 권한 없이 대행하도록 방임하고 조장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0대 성인 A씨는 자신의 거처를 결정할 의사를 존중받아야하지만, 정신병원 퇴원의 경우 자의입원, 동의입원, 보호의무자 입원 모두 보호의무자의 퇴원 동의 유무에 좌지우지가 되고 있다. 아무리 본인이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원한다고 해도 보호의무자가 퇴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정신병원 측은 당사자를 퇴원시킬 수 없거나 대다수 퇴원시키지 않는다. 한 개인의 거주 이전의 자유가 다른 개인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게다가 동의입원의 경우 당사자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할 근거가 없어 사실상 손쉽게 '비자의입원'의 형태로 악용되고 있다. 이용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의입원의 경우 진단기준이나 절차가 모호해서 당사자의 동의 능력을 확인하거나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권익옹호제도가 부재하다"며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인한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정신요양시설에 당사자가 입소를 하면 생계급여는 오롯이 정신요양시설로 지급이 되어, 돌봄 부담이 큰 취약가정이 당사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경제적 유인책이 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입원 의료급여는 중앙정부에서 80%를 분담하고 1종 의료급여의 경우 가족부담이 없지만, 정신요양시설은 운영비 7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의 유일한 서비스 제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의 운영비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재원 부담 구조에서는 지자체 또한 돌봄 부담을 회피하려는 가족의 이해관계에 맞닿아있어 모든 해결방법이 입원으로 귀착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따랐다. 

김재완 활동가 ⓒ소셜포커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센터장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외치며, 정신질환자 대부분이 해당 조항 때문에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장애인은 직업재활시설 이용을 제외하면 이용가능한 서비스가 거의 없다는 것과 활동지원서비스 또한 인정조사표상 이용이 불가능하도록 구조화되어있다고 비판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인정조사표에 환청, 망상 등의 문항이 있기는 하지만, 정신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으려면 220점을 넘겨야하기에 현실적으로 제도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당장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위해서라도 활동지원조사표를 전면 개정하든지 장애인복지법 15조를 즉각 폐지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김재완 활동가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1994년 처음으로 부모를 친부모가 아니라고 의심하는 ‘관계 망상증’이 발현되어, 대학선배들에 의해 강제입원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 두 차례의 강제입원보다 나중의 두 차례의 자의입원 경험이 치료 경과도 좋았고 병동생활도 더욱 쉬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처음 제가 병동에 감금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난동을 부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남자 간호사에게 제압되었고 침대에 묵인 후 코끼리 주사라고 하는 진정제를 맞고 잠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병동 생활은 제게 지금까지도 여러 고통을 가져왔습니다. 아무도 내가 왜 병원에 감금되었는지 말해주지 않았고 언제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몇 일이 지나자 복용하는 약의 용량이 늘기 시작했고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손발이 떨리고 침이 나왔고 변비가 심해졌고 눈도 초점이 맞지 않아 글을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못 들어서 이게 부작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폐인이 되어가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재완 활동가는 강제 입원제도를 지양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가끔 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사고를 보면 강제입원의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비장애인의 음주 음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상해나 가족 내 폭력 등의 사고도 심각하다. 그렇다고 음주를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술은 기호식품이고 성인이라면 자신의 판단에 의해 음주 여부를 맡겨야한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하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의 사건 사고도 이런 면에서 봐야한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알려진 바와 같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다”며 편견을 깨어주기를 호소했다.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조사관은 '동의입원제도'와 관련된 진정 사건에 인권위가 즉각 구제조치를 하기 어려운 한계를 토로했다. 이 조사관은 ”동의입원과 관련된 진정사건을 보니 대략 213건정도였다. 동의입원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운 이유가 법 개정 이후 강화된 입원절차를 밟지않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은 입원 후 2주 이내에 다른 병원 의사에 의해 추가 진단을 받도록 되어있고 한 달 이내에 입원적합성 심사를 받는데 동의입원은 이런 절차를 밟지않는다“라며 ”물론 동의입원 환자가 퇴원을 원하면 즉시 퇴원을 시켜야한다고 표면적으로는 나와있지만, 병원 측에서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72시간까지 다른 입원 형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법'에 명시되어있기에, 저희가 조사를 하더라도 구제가 어려운 한계점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센터장,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의 모습. ⓒ소셜포커스

그러면서 ”의외로 지적, 발달장애인들이 정신병원에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계기는 행동 문제 때문인데, 가족과 병원과의 이해관계 등이 입원 사유가 되기도 하지만, 지적, 발달장애인들이 갈 시설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탈시설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환영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입원환자 13명에 간호사가 10명이다. 게다가 정신병원은 한 방에 9-10명이 같이 있다. 그러니 청도대남병원 등 집단감염이 폭발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산책이라도 가지만 정신병원은 산책도 못한다. 정신질환은 나을 수도 있지만 지적, 발달장애는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정신질환자가 아닌 정신장애인을 단순 관리, 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두는 일은 없어져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국장은 “강제입원은 예전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어왔고, 인권문제 심각성 때문에 수차례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제기된 문제다.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정부에 강제입원제도를 폐지하라고 했다. 2016년 ‘정신보건법’이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당사자들의 삶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유엔에서 전수 조사 권고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고 있다. 법 개정 이후 동의입원제도가 도입이 됐는데 동의입원은 ‘자의입원’으로 포함되기에 복지부는 강제입원보다 자의입원률이 늘어났다고 보고를 하고 있다”라며 정신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정신병원 입원제도, 개혁 방안은...?

염형국 변호사는 입원심사를 현행 심사위원회가 서류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말고 법원이 맡아야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절차보조인제도를 도입하여 당사자가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기 어려운 경우 절차보조인이 입·퇴원 과정을 명확히 할 수 있게 해야하고, 정신건강복지법 또한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절차를 도입하도록 전면 개정해야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염 변호사는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사전정신의료의향서 제도’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사건정신의료의향서 제도'는 정신적 위기상황에 봉착하기 전에 입원에 관한 의사결정 대리인을 미리 지정하거나 입원을 할 때 입원유형, 선호 병원, 의료진 그리고 입원생활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문서로 작성해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는 제도다. 현행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권익옹호제도를 강화시키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의 소득 보장을 강조했다. 2019년 전체인구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인데 반해 장애인구의 고용률은 34.9%에 그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의 고용룰은 20.9%이며, 정신장애인은 11.6%로 전체 고용률의 1/5수준에 불과한 최하위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등록을 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경우 취업이 더욱 어렵기에 정신질환자의 자격·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28개의 법률을 복지부가 파악해서 즉각 폐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권오용 정신장애인권연대 카미 대표이사, 김한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 또한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된지 4-5년차에 접어든 만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부장은 ”입원과정에서 악용되는 사례와 절차 위반 사건들이 많다. 이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라며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발달장애, 치매장애 등 저항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사리분별, 판단능력에 결함이 있고 자기결정권 제약이 있어서 오늘 A씨의 사례처럼 형식적인 서명을 받고 입원한 사람은 당현히 현행법의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 이런 사례는 외국의 경우처럼 ‘비저항 입원’으로 하고 별도로 관리해야한다"며 강조했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사실 그동안 정신건강 분야가 자살예방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었다. 자살 1위국이라는 오명이 강렬했고, 최근에서야 정신건강정책국이 생겨났지만, 그 전까지는 자살예방정책국이 먼저 생겼고 관련 정책이 우선적으로 생겼던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12월 말에서 늦으면 내년 초까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두 번째 정신건강복지 종합계획을 앞두고 있다. 사회통합, 정신질환자 인권 부분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며 해명했다. 

그러면서 ”2차 계획에 앞서 가장 해결해야될 것은 모두 ‘인프라’라고 입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 정신의료 서비스와의 구분도 필요하고 아직 정신건강복지법이 앞서 문제가 되어온 자·타해 위험성 구분 기준, 정신질환별 위험성에 대한 가중치 등 평가할 수 있는 지표나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에 들어가도 어떤 입원 절차를 밟아야하는지 대상자 별로 세부적인 기준도 없기 때문에 아직 제도적으로 많이 미비하다는 것을 동감하고 있다. 복지부가 올해 코로나19때문에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고 최근 조직개편도 있었다. 이제 관련 국이 생겨났고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니 조금만 인내의 시선으로 바라봐달라"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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