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대 불기소·무죄 처분 언제까지?
장애인학대 불기소·무죄 처분 언제까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2.1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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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노동착취 형사분석보고서 발간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제정 필요… 복지법·차별금지법으로 학대사건 못 잡는다
32년 착취에도 '근로관계' 없다며 불기소처분… 죄명 탈피한 통합적 수사 요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11일 발간한 장애인 노동력 착취 형사 처분 사례에 관한 질적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 보고서. (출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11일 발간한 장애인 노동력 착취 형사 처분 사례에 관한 질적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연구 보고서. (출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울력이나 품앗이 등 협동 관행으로 치부돼 적절한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장애인 학대 사건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발간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 노동착취 형사사건 분석 보고서를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흑산도 노예사건, 염전노예사건, 사찰노예사건 등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내렸거나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사례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가장 착취 기간이 길었던 사례는 '사찰노예사건'이다. 가해자인 서울 노원구 소재 사찰의 주지승은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를 1985년부터 2017년까지 약 32년 동안 착취했다.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으며 노동을 강요했고, 부동산 구입과 은행계좌 개설을 위해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1, 2차 수사에서 모두 노동력 착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1차 수사에서 이 사건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12회에 걸쳐 벌어진 단순폭행으로 보고 가해자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는 하루도 맞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차 수사에서는 노원경찰서의 재수사를 통해 명의도용 건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노동력착취 건은 또다시 불기소됐다. 피해자도 스님으로서 함께 절에서 해야 할 일을 나눠 했기에 노동력 착취가 아닌 '울력'이었다는 가해자의 항변을 사법부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모든 수사,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이해받지 못했다. 지적장애인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의견을 먼저 참작했다. 심지어 비법조인이 가해 사실이 어떤 법을 어기는지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사실이 명백한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적극적으로 수사해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분을 내리기보다 신속한 사건 종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사찰노예사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사례를 분석하고, 장애인학대범죄 형사절차상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장애인학대범죄 처벌 관련 특례법 제정 △노동력착취사건에 대해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가해자 처벌에 장애인복지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충실 적용 △장애인 노동력 착취사건 특성 이해 △가해자 의견으로 장애인 학대 정당화 지양 △국선변호사·진술조력인 제도 확대 등 정당한 피해자 편의제공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 원문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http://cowalk.or.kr/)에서 내려 받아 열람할 수 있으며 일선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수사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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