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장애와 과학을 이야기하다
사이보그, 장애와 과학을 이야기하다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1.02.01 14:2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OOKFOCUS – 사이보그가 되다]
완치를 약속하는 미래가 아니라
배려와 환대로 이어지는 현재를 향해
사이보그가 되다 _ 책 표지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김원영 지음│368쪽│사계절 출판사│17,800원

SF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쓴 주목 받는 젊은 작가이자 후천적 청각장애로 보청기를 쓰는 김초엽,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작가이자 배우, 변호사, 그리고 1급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김원영 두 명의 작가가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열다섯 살 전후 처음 장애를 보완하는 보조 기기를 만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사이보그가 되다』에서는 스스로를 사이보그적 존재로 칭하는 두 작가가 함께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을 위한 ‘장애와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사이보그적 존재로 살아가기

사이보그(Cyborg)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일컫지만, ‘현대의 첨단 기술문명이 낳은 새로운 존재의 상징처럼 쓰인다.(김원영)’ 암벽 등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매사추세츠공대 휴 허(Hugh Herr) 교수는 직접 디자인한 최첨단 전자 의족을 신고 TED 강연을 하며, 그 무엇도 인간을 굴복 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의족을 당당히 드러낸 미국 육상 국가대표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의 화보 이미지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현실의 사이보그적 존재들은 기술의 벌어진 틈새로 고군분투한다. 첨단 기술은 대다수 장애인들에게 닿기에 너무 멀리 있으며, 크고 작게 기술과 결합하는 경험은 결코 매끄럽지 않고 불편하다. 보청기를 낀다고 모든 것이 갑자기 들리는 것이 아니며, 인공와우와 같은 기술이 모든 청각장애인을 구원하지 않는다. 김원영은 수동 휠체어가 편할지, 전동 휠체어가 편할지 모든 외출에 동선에 맞춘 계산을 해야 한다.

약속과 현실 사이, 불화하는 사이보그

두 저자는 ‘과학의 발전은 분명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을 줄여나가고 있다 (김원영)’고 밝히면서도, 과학과 기술이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장애가 있다고 규정된 몸을 극복하고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자 ‘결여된 상태’로 바라보는 순간, ‘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은 끝없는 미래로 유예’되고, 스스로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구체화되지 않은 낙관론’이나 도래하지 않은 미래가 아닌 쉽게 실천 가능한 현실의 대안이라 강조한다. 첨단 기계와 결합하거나 완치가 가능한 그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기계들과 더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나 문자통역 혹은 자막, 휠체어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등은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일상을 쉽게 개선한다.

저자 김초엽 / 김원영

‘공존’이 가능한 사이보그의 미래

김초엽은 책 말미에 SF소설가 다운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한 공간, 혹은 행성을 공유해야 한다면 우리의 해결책은 어떤 것이 될까? 그들에게 무조건 ‘인간화’를 요구하며 외계 생명체를 교정하려 드는 것이 가장 폭력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어떻게든 각자의 모습 그대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어렵더라도 애써 모색해야 한다.

‘미래의 과학은 장애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장애인들의 삶을 더 매끄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함 없는 완전한 기술 또는 ‘장애의 종식’에 도달할 수는 없다. 우리가 대신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바로 능력 차별주의를 끝내는 것. 그것은 손상과, 취약함, 의존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해방적인 미래를 함께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소셜포커스 김희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희 2021-02-10 12:12:15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백한 기사네요!
흥해라 소셜포커스

노*규 2021-02-02 08:59:07
익숙한 단어가 던지는 낯선 물음과 시선이 인상적이네요..
읽을만할 책 찾고 있었는데 내용이 유익합니다.

김*도 2021-02-01 14:45:23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