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어통역 화면에 눈이 아파요" 농인 방청권 보장 호소
"작은 수어통역 화면에 눈이 아파요" 농인 방청권 보장 호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2.05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통위 '미디어 소외계층정책' 좋지만... "농인의 일상 어려움에는 소홀"
수어통역 방송 비율 고작 7% 내외... 30%까지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미국 바이든정부 본받길" 청와대 브리핑에 수어통역사 배치 언제쯤?
2월 2일 오후 2시 장애벽허물기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역 분야에 농인의 수어권을 확대해달라며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벽허물기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 단체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정책' 계획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표한 '장애인 등 미디어 소외계층을 위한 올해 정책'에 따르면, 지상파·종편 등 132개 방송사업자의 장애인 방송을 제작하고 시청각장애인 맞춤형TV를 보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장애인 단체는 농인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문제들을 소홀히 다뤘다고 지적했다. 

장애벽허물기는 4일 방통위의 정책에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2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인들이 방송을 시청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농인 단체가 제기하는 주된 문제점 중 하나는 수어통역이 가려지는 경우다. 지역 케이블방송을 시청할 때 광고화면이 수어통역을 가릴 때가 많아 방송사 모니터링 기준이 필요한 실정이다. 방송사업자들이 수어통역 등 장애인 콘텐츠를 조심히 다룰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빨강색 원 안에 수어통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고나 화면 잘림 등으로 수어통역이 보이지 않는다. ⓒ장애벽허물기

또한 현재 수어통역은 방송화면의 1/16 또는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작은 수어통역 화면에 집중하다보면 피로도가 높아져 시청을 포기하는 농인들이 많다.

방통위는 이를 해결하기위해 수어화면의 위치와 크기 조정이 가능한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지만, 장애벽허물기는 이 또한 농인 시청자들의 입장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수어통역 비율이 너무 낮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현행 수어통역 기준은 5%이지만 지상파방송들이 7% 내외의 수어통역을 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이 제정되어 정책적으로 수어가 확대되는만큼 지상파방송사들도 30%까지 수어통역방송 비율을 높여가야한다는 주장이 따랐다. 

방송 화면이 넓어지고 있지만 수어통역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 시청자들이 작은 화면을 보느라 피로도가 높아지고 전체 화면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벽허물기

방송수어통역의 질적인 문제도 거론됐다.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품질 문제가 개선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벽허물기는 "수어는 농인의 언어이지만, 정작 수어통역은 농인이 아닌 청인(듣는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인의 경우 수어에 숙달이 되어도 농인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수어를 구하사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방송대본이 주어지는 등 환경만 조성이 된다면 농통역사의 방송통역이 가능하기에 10% 이상 농인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농인의 눈높이에 맞는 수어통역과 일자리 확충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청와대 연설 및 브리핑에도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백악관 젠 샤키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할 때 유튜브 등을 통해 수어통역이 제공된 바 있다.

젠 샤키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역사가 수어통역하고 있다. (백악관 페이스북 캡처) ⓒ장애벽허물기

코로나19를 비롯한 백악관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에는 수어통역이 없었지만, 지난해 8월 미국 농인들이 워싱턴DC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자 법원은 백악관이 농인에게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연방법에 위배가 된다고 판결하면서 바이든 정부부터 수어통역이 실시한 바 있다. 

장애벽허물기는 미국의 사례를 본받아 청와대 또한 브리핑 및 대통령 연설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통령 연설에 한정해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롯이 방송사 제작에 의존하고 있어 일부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벽 허물기는 "이번 방통위가 발표한 장애인 방송 미디어 계획은 적절하다. 하지만 우리 단체가 제기하는 일상에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청인(비장애인)과 농인 간만이 아니라 농인 사이에서도 미디어 격차가 생길 수 있다. 방통위는 장애인 방송미디어 추진 계획을 수정하여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