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필요시 강박' 처방 관행 개선해야
인권위, '필요시 강박' 처방 관행 개선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2.17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치의 지시하에' 기계적으로 적고 14시간 연속 강박해
주치의 없으면 당직의 검토라도 받아야… "복지부 강박지침 준수해라"
정신의료기관에서 전문의 대면진단 없이 '필요시(PRN) 강박'을 처방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정신의료기관에서 전문의 대면진단 없이 '필요시(PRN) 강박'을 처방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7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일지라도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입원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A씨가 제기한 인권진정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A씨는 강제입원 과정에서 과도한 제압 등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진정을 제기했다.

그의 입장에 따르면, A씨는 집에서 자던 중 사설응급구조대에게 강제로 이송됐다. 그 과정에서 보호사들에게 맞아 눈와 입술이 터졌으나 치료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 부모에 의해 입원됐다는 사실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이후 48시간동안 결박 상태로 격리실에 방치돼 있는 동안 주사만 투약받고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받지 못했다. 모친과의 통화 중에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재차 격리되었고, 의료진 조치에 협조했음에도 강박당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A씨의 부모는 A씨가 교도소 출감 후 난폭 행동을 지속해 전문의 면담을 거친 후 강제입원을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입원 과정에서 A씨의 거부가 심해 제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A씨를 48시간 동안 격리했던 것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서였으며, 안정제 투약과 설득에도 A씨가 안정되지 않아 반드시 강박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씨가 주장하는 바를 모두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피진정병원이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지침」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지침은 1회 최대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을 초과해 강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연속 14시간 A씨를 강박했다. '필요하면 강박하라'는 지시에 따라 간호사들은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기계적으로 강박일지만 기록하고 있었다. 필요시 강박 처방이 이미 관행화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주치의가 퇴근했다면 당직의를 통해 대면평가를 실시하는 등 연장 결정 절차를 거쳤어야 하고, 이후 처방 적합성을 검토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결정문을 통해 밝혔다.

실제로 미국, 호주 등 국가에서는 '필요시 강박' 지시를 전문의 대면 없이 처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인권위 의견대로 강박 외 대안 검토 없이 과도한 신체적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우리나라는 필요시 처방에 대해 명확하게 하고 있지는 않지만 복지부 지침으로 강박 최대 시간을 정하고 있고, 연장 시에 전문의 평가를 요하는 것으로 볼 때 필요시 강박 처방이 제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강박실행일지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료진을 문책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