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과 쪽방촌, 그곳에도 삶은 있다
소년원과 쪽방촌, 그곳에도 삶은 있다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1.03.03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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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버려짐 속에서 신음하는 삶의 단편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한 고민의 기록

[소셜포커스 김희정 기자] = 그늘고 외진 곳, ‘사회적 버려짐’ 속에 놓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울역 고층 빌딩 사이에 가려진 동자동 쪽방촌과 범죄자의 낙인이 찍혔지만 아직 성인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소년원. 두 곳의 삶의 단편을 기록한 신간 두 권이 출간됐다. 정택진의 『동자동 사람들』과 서현숙의 『소년을 읽다』다.

『동자동 사람들』의 속의 글귀처럼, ‘우리는 타자(다른 사람)의 삶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삶을 관찰하고, 이에 대해 기록해보려는 시도로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한 뼘 넓힐 수 있다. ‘낙오자’, ‘실패’, ‘범죄자’, ‘문제아’ 등의 낙인이 찍힌 삶이 과연 오롯이 한 개인의 몫으로만 돌아가야 하는지, 우리 사회의 돌봄은 충분한지 질문하는 두 책을 소개한다.

 

한국 최대 빈민 밀집 거주 지역, 동자동 쪽방촌의 삶
『동자동 사람들』
│정택진 저 │ 빨간소금 │ 15,000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자동 쪽방촌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빈민 밀집 거주 지역으로 약 1,16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서른 살의 젊은 연구자 정택진이 9개월간 현장에서 주민들과 생활하며 쪽방촌과 쪽방 주민들의 삶을 기록해 논문으로 펴냈고, 다시 책으로 출판됐다.

동자동 쪽방촌은 가난을 상징하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사회적 삶’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쪽방촌을 돕는 각종 제도와 단체의 손길에 의존하여 삶을 꾸릴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다른 한편으로 공짜 짜장면 앞에서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라고 거절하는 인격과 자존심을 가진 존재다.

쪽방촌 주민들은 천 원짜리 밥이라도 이웃에게 받은 대접을 스스로 돌려주고 싶어 하고, 소속감을 주지 않는 자활근로를 거부한다. 이런 몸짓에서 저자는 쪽방촌 주민들의 진정한 자립을 돕고, 적절한 돌봄이 이루어지기 위해 어떤 형태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지 물음을 던진다.

2021년 2월, 이곳 동자동 쪽방촌을 탈바꿈 시키기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 사업안’이 발표됐다. 도시재생 사업이 건물과 공간을 너머 쪽방촌 주민의 삶도 함께 '재생'시키는 방향으로 향하기를 바란다.

그저 평범한 소년들의 이야기, 소년원의 1년
『소년을 읽다』
│ 서현숙 저│ 사계절 │ 13,000원

매주 1회, 학교처럼 생겼지만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컹’ 소리를 내는 몇 겹의 철창을 통과해야만 하는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소년원 아이들이 의무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렇게 소년들을 만나 책으로 소통하며 보낸 1년을 그러모은 에세이가 『소년을 읽다』에 담겼다.

반항기 가득한 아이들을 마주할 거란 생각에 악몽까지 꾸었지만, 정작 수업을 하러 온 학생들은 “만나면 수줍게 웃고 시를 외울 때면 눈빛이 순해지는”, 아직 “말간 얼굴과 순진한 마음의 결”을 간직한 소년들이었다. 꼬북칩과 젤리가 먹고 싶고 걸그룹 스티커가 갖고 싶은 소년들은 바닥까지 추락한 자신들의 시간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감사한 마음을 서툰 손 편지에 담아 전할 줄 안다.

소년들은 선생님을 통해 ‘환대’를 배운다. 아이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간식을 준비하고, 토요일 면회실에서 아이들을 불러 짜장면을 사준다. 한 번도 누군가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준 경험이 없는 17세 소년을 위해 선생님은 책을 끝까지 읽어준다. 그런 그에게 아이들은 “저를 늘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한테 신경을 써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수줍게 적은 편지를 건넨다.

편견을 내려놓은 시선 앞에는 상처받은 소년이 서있다. 누구에게나 “나의 마음을 순하게 만드는 사람. 사납고 날 선 마음의 결을 조용히 빗질해서 얌전하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십여 년을 살아오는 동안 소년들에게 그런 ‘내 편’ 한 명 없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는 열 개의 소년원이 있고, 약 1000여 명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삶을 미쳐 경험해보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나도 좋은 삶을 살고 싶다”라고 원하게 만드는 괜찮은 삶에 대한 경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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