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한 점 없이..." 도심 빌딩건물 속 정신병원 시설환경 "심각"
"햇빛 한 점 없이..." 도심 빌딩건물 속 정신병원 시설환경 "심각"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0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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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복지부에 "정신병원 격리ㆍ강박 지침 개선하라" 권고
창문 못 열고 통풍ㆍ환기 안돼... 집단 감염, 화재 등 재난 위험↑
자의로 입원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를 거절하고 행정입원 조치를 결정한 정신의료기관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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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한 격리ㆍ강박 지침을 개선할 것과 도심 밀집 지역 빌딩형 건물에 소재한 폐쇄병동의 채광ㆍ통풍, 실외 산책ㆍ운동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권고했다. 

2020년 1월 다수의 환자들을 전문의의 지시 없이 격리시키고 있다는 내부고발과 열악한 시설환경으로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2020년 7월부터 직권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결과 피조사병원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격리 지시자, 이유, 기간에 관한 기록 없이 격리와 강박이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행 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르면 '질병과 관련하여 지나친 자극을 줄여 자ㆍ타해 위험성을 감소시킬 필요성이 있을 경우'를 근거로 격리 및 강박 조치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원환자의 투약과 식사 관리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안정실'이라는 명칭 하에 '보호실'을 활용하는 사례 또한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복지법」 제 75조에서는 격리 및 강박을 "입원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험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고 다른 방법으로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전문의의 지시 하에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격리 및 강박 지침」에서는 이 외에도 "기물 파손 등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전문의가) 질병과 관련 지나친 자극을 줄여 자타해 위험성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을 때", "환자가 스스로 충동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서 강박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도 보호실 격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를 근거로 "피조사병원 뿐만 아니라 일선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입원 환자들의 안정실로 활용하는 등 보호실을 환자 관리의 편의성이나 행동 문제에 대한 처벌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격리 및 강박 지침」의 ‘병동환경 훼손’이나 ‘질병과 관련한 환자들의 자극이나 충동조절’을 위한 격리 및 강박 요건은 「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의 법률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개정하고, 법률에 정한 ‘격리 및 강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을 입실시키는 등 보호실이 목적 외로 활용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조사 과정 중 한 피조사병원의 폐쇄병동은 동쪽면 병실을 제외하고 햇볕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창문을 열 수 없어 통풍 및 환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었다. 도심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어 실외 산책이나 실외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전무했다. 

채광과 환기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1인당 거실면적은 평균 4.5㎡으로 좁았고 6개월 이상 장기입원환자가 111명으로 50%를 차지했고 1년 이상 장기 입원환자도 91명에 달했다.

피조사병원과 같이 도심 밀집지역에 위치한 상가건물에서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234개소로 알려져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환경에서 환자들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면역기능 약화 등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고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병에 취약하여 집단감염과 집단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복지부에 「건강복지법」 제4조 제3항에 의거하여, 도심 밀집지역 건물에서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병동과 병실의 채광 및 통풍, 환기와 관련하여 코로나19 감염병 시기에 입원 환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향후 민간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 개설 시 정신 의료기관 시설ㆍ장비 기준이 입원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 긴급사태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최저 시설환경 기준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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