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에게 요구한다” 동대문에서 여의도까지 ‘지하철 투쟁’
“서울시장 후보에게 요구한다” 동대문에서 여의도까지 ‘지하철 투쟁’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1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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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는 살인기계… 엘리베이터 미설치 23개역, 예산 반영하라” 요구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선언 지켜달라” 오세훈 서울시장후보에게 요구안 전달
12일 오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규식 상임공동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지켜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오는 4월7일 실시하는 재보궐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나섰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시가 2015년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이하 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지켜달라는 호소였다.

12일 오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즉각 보장하라'을 외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 투쟁을 이어갔다. ⓒ소셜포커스

서울시는 2015년 당시 ‘장애인 이동권 선언’에서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100% 도입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승강기 100% 설치 등의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은 2020년 기준 58%(4천180대)에 머물러있다.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계획(2018~2022) 목표치인 67%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우리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장애인콜택시 등 특수교통수단을 이용하며 겪었던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지하철 승강기 100% 설치 계획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 지하철 역사 278개 중 엘리베이터 설치가 완료된 곳은 255곳(91.7%)이다. 아직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23개 역사는 여전히 리프트로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6개 역사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2021년부터 설계에 들어가야 할 13개의 역사에는 200억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이를 본예산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장애인 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됐다.

서울장차연은 기자회견 당일 서울시교통지원과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시가 예산이 부족하니 기다려 달라. 내년 본예산 편성을 노력해보겠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가 지하철에서 시민들에게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대표는 “현재 1동선이 안 되는 지하철역사가 17곳이다. 요즘 신설동역을 자주 가는데 거기도 2동선으로 되어있다.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려면 지상으로 나와서 신호등을 건너서 다시 2호선 역사를 찾아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1동선으로 다닐 수 있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는 13곳의 역사도 여전히 리프트가 존재한다. 리프트는 살인기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다는데 서울시는 2022년도에도 예산 반영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서울시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여의도에 위치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가기위해 여의도역으로 이동하는 시위대의 모습. ⓒ소셜포커스
지하철 투쟁에 이어 시위대는 여의도에 위치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사무실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선언’에는 2017년까지 중형 마을버스에 대한 방안을 만들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운행되고 있는 마을버스는 2019년 기준 약 1천500대이고,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마을버스는 극히 드물다.

2018년 발표한 ‘제3차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서도 2020년부터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마을버스(중형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그렇지만 2020년 환경부와 매칭 했던 마을버스에 한해 전기버스 100대를 도입한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장애인이 탑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장차연 서기현 공동대표는 “마을버스 중 저상버스는 정말 한 대도 못 봤다. 일전에 성북구에 있는 구민회관에 갈 일이 있었는데 언덕길이었다”면서 “비장애인은 마을버스를 타고 언덕이든 달동네든 쉽게 갈 수 있는데 장애인은 마을버스를 타지 못하니 그 언덕길을 직접 힘들게 올라가야했다”고 경험담을 토로했다. 

서기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저상마을버스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담을 토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의 주된 이동수단이 되는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2021년 2월 기준으로 서울시가 운행하는 특별교통수단은 622대다. 그러나 정작 서울을 벗어나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어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경남의 경우 10년 전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지역을 경남의 전체 시군구를 비롯한 인접 지역까지 확대해 중증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수도권 지역 간 원활한 이동을 위해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운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우리 씨는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라 장애인콜택시를 주로 이용해왔다. 그는 목 밑으로 신체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는 “장애인콜택시의 급출발, 급정거가 너무 힘들었다. 급하게 차를 출발해서 뒤로 머리를 박고 급하게 차를 멈춰서 휠체어 책상에 가슴을 부딪쳐 타박상을 입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사과는 커녕 오히려 화를 내더라. 무료로 차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데 이렇게밖에 이동권 보장을 못 받나싶어 화가 났다”고 분노감을 나타냈다.

지하철 투쟁에 이어 시위대는 여의도에 위치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단체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 버스’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울시 장애인 버스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2018년 2대의 예산만 승인해 현재 약속한 10대 중 2대의 단체이동 버스만 운영되고 있다. 이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졌다.

서울장차연 박미주 활동가는 “지금 코로나 시국이라 해도 시외고속버스와 KTX 등의 교통수단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단체이동)버스는 코로나로 인해 다 중단시켰다.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동일한 집단이 동일한 이유로 이용하는 것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 너무 화가 났다. 국가인권위원에 차별 진정을 내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위대는 동대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 투쟁을 마친 후 곧바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 집결해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장애인 이동권 선언’ 이행을 요구하면서 ▲2021년부터 10년 내 마을버스 100% 도입·운행계획 수립 및 예산 반영 ▲2022년까지 장애인단체 이동지원을 위한 ‘장애인버스’ 8대 증차 및 예산 반영 ▲수도권 전역 이동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운행 확대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측과의 만남을 시도하며 요구안을 전달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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