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잘못? 벌금 대신 노역 선택하겠다!
우리가 무슨 잘못? 벌금 대신 노역 선택하겠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19 10: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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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ㆍ최용기ㆍ김형숙ㆍ권달주 씨 등 검찰청 자진 출두
벌금 총 4천440만원, 하루 노역에 10만원씩 차감
“노역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투쟁 못 막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 (왼쪽부터) 권달주, 박경석, 김형숙, 최용기 씨가 장애 운동을 하며 몇 년간 쌓인 벌금 4천440만원을 납부하는 것 대신 노역 투쟁을 하겠다고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단 4인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노역 투쟁을 살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전장연 대표단 4인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 소감을 밝혔다.

노역투쟁을 선포한 이들은 전장연 박경석ㆍ최용기 상임공동대표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대표 총 4명이다.

대표단 4인 외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부과된 벌금 총액은 4천440만원이다. 박경석, 최용기, 김형숙 3인의 공동대표 외 활동가에게 부과된 벌금은 3천140만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대표 외 5인에게 부과된 벌금은 1천300만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소셜포커스

전장연 정다운 정책실장은 “개인의 통장과 재산을 압류하고 가난한 운동가들은 노역을 살 수밖에 없게 하고, 진보적인 장애인 운동을 벌금으로 구속하고 탄압하려는 현실에 우리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대표는 노역에 들어가기에 앞서 차가 지나다니는 횡단보도 앞에 휠체어를 세우고 발언을 시작하여 경찰이 말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경석 대표는 “돈 있는 사람은 하루에 천 만원씩 깎아주고 돈 없는 사람은 하루에 10만원 깎아주냐.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우리가 왜 그 법에 따라야 하냐.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조금 위반한 것 맞다. 그런데 왜 잘난 사람들이 지나가면 길 다 막아놓으면서 우리한테는 벌금 부과하냐”고 분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돌발행동으로 경찰의 제지를 받으면서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소셜포커스

최용기 대표는 “2012년 중증장애인 8명이 인권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받고 벌금 폭탄 받아서 ‘나를 잡아가라’고 투쟁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오늘 중증장애인 3명과 최중증장애인 1명 이렇게 4명이 서울구치소로 간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투쟁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공권력을 앞세워서 이러한 장애인 인권운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왼쪽)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와 (오른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상임공동대표 ⓒ소셜포커스

이형숙 대표도 발언에 나섰다. “2016년 2층 버스에 휠체어 좌석이 되어있지 않아서 모두가 탈 수 있는 버스로 만들라고 시위를 했다. 그런데 12시간동안 버스 점거했다는 죄명을 씌우더라. 항상 재판장에 가면 판사가 소명하라고 해서 말하지만 결론은 그것이 죄라고 한다. 충분히 정상참작할 수 있는 부분인데 법원은 죄라고 한다. 지금 대표들 다 통장 압류당해서 못 쓸거다. 노들센터 리프트 차량도 압류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경석, 최용기 소장은 아마 감옥에 가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앉아있을 수가 없으니까 너무 힘들텐데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다. 난방 안 나온다. 뜨거운 물 없다. 대표님들 중 동상 걸리는 사람 있을 것이고 화장실도 못 간다. 편의시설이 있어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물도 안 드실거다. 그게 감옥이다. 저도 오른쪽 다리가 자꾸 붓는다. 병원에서 염증 때문에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는데 압류부터 푸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노역 투쟁에 임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발언하는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대표 ⓒ소셜포커스

권달주 대표는 “다 중증장애인들이다. 다들 노역을 고민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겠나 싶다.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약자들이 목소리를 못 내게 하고 자갈물리는 이런 개떡 같은 세상에 우리는 당당하게 범죄자가 아닌 당당한 장애 해방의 운동가로서 우리의 노역을 알리고 왜 우리가 대한민국의 법원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지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도에 성심동원 인권 침해 사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나 지방자치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경기도와 싸웠고 오산시와 싸웠고 우리는 수원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알렸다. 그 결과로 성심동원 폐쇄 결정이 났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알린 결과는 벌금으로 탄압받는 현실이 됐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 외 활동가들은 벌금으로는 자신들의 투쟁을 막을 수 없다며 의지를 밝혔다. ⓒ소셜포커스

한편,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변호사는 “형법 제20조(정당행위)에 보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나와 있다”며, “집회나 시위, 투쟁은 정당행위로 인정할 여지가 많은데 해당 조문이 편협하게 해석되고 있다. 인권보장을 위한 목소리가 사회 상규에 위반되는 행위인가? 집회 시위에 어느정도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나는 것을 무조건 법령으로 처벌하겠다는 사법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장연 관계자는 대표단 4인이 모두 중증장애인으로 수일의 노역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노역으로 벌금을 차감하고 남은 벌금은 모금을 통해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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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 2021-03-23 10:06:29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합니다. 햇빛촌 최고동소장님 항상 고생 많으시네요.

정*영 2021-03-19 16:40:32
하루 10만원원 노역으로 삭감하는 비용보다 하루 노역시키기 위한 비용이 더 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