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장복, "장애인 복지의 중심에 서다!"
강진장복, "장애인 복지의 중심에 서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3.2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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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 준수가 곧 이용자를 위하는 일!… 전직원 매주 코로나19 검사 등 관리 철저
소외된 이웃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복지사각지대 발굴 위해 지역단체와 협력도 활발
군민에게 신뢰 받는 기관, 후원ㆍ봉사 행렬 이어져… 재능기부로 강사 인연 맺기도
정광일 복지관장 “지역과 소통하는 법, 장애인과 발맞추는 법 아는 복지관 되어야”
장애인 복지, 그 현장의 땀방울을 따라 떠나는 여정이 시작됐다. 첫번째 행선지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군민들의 친구로 자리잡은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복지, 그 현장의 땀방울을 따라 떠나는 여정이 시작됐다. 첫번째 행선지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군민들의 친구로 자리잡은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소셜포커스

▣ 기획특집 [장애인복지 현장을 찾아서 ①] :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

본지는 전국 각지의 장애인복지관 스물다섯곳을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전달하고자 한다. 첫번째 행선지는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3월 초순, 고려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전라남도 강진군에는 동백꽃과 개나리가 이미 피어있을 만큼 훈훈한 봄 날씨가 만연했다.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서서야 키 큰 건물들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한적한 고장 한 귀퉁이에 솟아있는 야트막한 언덕.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주민들이 거니는 모습을 빠끔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해있었다. 장애인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30여 명의 종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그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 정부·지자체 방역 지침 '완벽 준수'… 전직원 매주 코로나19 검사 받아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자체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방역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소셜포커스

강진군은 올해 1월말까지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아 방역우수사례로 꼽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도 이용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군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오고 있다.

지자체 행정명령에 따라 전 직원이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타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시설 표면 방역과 차량 방역은 매일 1회씩, 전체 소독은 매주 2회씩 실시하는 등 시설 방역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온 점검과 차량운행 때마다는 모든 탑승자의 체온을 체크한다. 미열이라도 있으면 절대 차량에 탑승시키지 않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개별적으로 귀가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주간보호팀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수시로 마스크 착용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왼쪽)탁 트인 구조의 휴게실. 이 곳은 주로 방문 이용자들의 프로그램 대기실로 이용된다. (오른쪽) 휴게실 한 켠의 마련된 정보화교육 공간. ⓒ소셜포커스

지난해 장기간 이어진 휴관 기간에도 복지관은 이용자들을 다시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폐쇄적인 구조로 환기가 잘 되지 않았던 휴게실을 개보수하고, 비말감염을 막기 위해 식당과 주간보호실에는 투명한 아크릴판을 설치했다. 온돌방이었던 휴게실 한 켠은 정보화교육을 위한 학습장소로 거듭났다. 컴퓨터 8대와 소파는 군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것들이다.

"이용자들이 군에서 하는 교육을 듣고 복지관에 와서 스스로 연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강진군에서 이런 부분은 지원을 아주 잘 해주십니다."

평균 120명 정도인 식당이용자 수에 비해 협소한 식당. ⓒ소셜포커스

다만 김승민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중식 제공이 가능해지기 전에 식당 규모는 미리 확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평균 이용자 이용자 90여 명과 종사자 30여 명, 총 120여 명이 모두 식사를 하려면 식사시간을 3번으로 나눠야해 불편이 따랐었다는 것이다.

■ 오늘의 돌봄, 내일의 자립 모두 중요해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훈련 박차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평균 90여 명의 이용자와 함께하고 있다. 주요 이용자는 20~30대 청장년 발달장애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방문 이용자층 수는 줄었지만, 청장년 발달장애인들은 휴관기간 이후 꾸준히 복지관에 출석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주간보호 이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역 특산품 청자를 활용한 생활자기 체험, 학습지도, 공예교실, 그룹활동을 비롯해 보호자와 함께할 수 있는 문화·산책활동, 부모자조모임 등이다. 김승민 사무국장은 그 중 요리교실이 곧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소개했다.

"요리교실은 체험의 의미도 있지만 생활지도의 의미가 더 큽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보호자가 없을 때, 하다못해 컵라면이나 즉석밥이라도 해먹도록 하려면 반복학습이 중요하거든요. 배운 것을 스스로 하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주간보호팀과 직업지원팀 직원들은 이용자 중 학습능력이 뛰어난 이용자에게 직업재활훈련 참여를 제안하기도 한다. 자녀에게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사실에 보호자들이 특히 기뻐한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직업재활훈련장소로 쓰이던 이 공간은 올 4월 세탁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을 시작한다. 시설 설명 중인 김승민 사무국장. ⓒ소셜포커스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직업재활훈련 목적으로 겨울철마다 상자 임가공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거리가 많지 않아 새 사업을 모색했다. 그 결과, 지자체와 지역후원단체의 지원으로 세탁사업을 개시하게 됐다.

강진군에서 4천만 원, 국제로타리클럽에서 6천650만 원, 총 1억650만 원을 지원 받았다. 올 4월부터 상자 임가공 작업을 하던 공간에 시설 증설이 이루어진다. 복지관 예산은 전혀 투입되지 않는다.

■ 지역사회와의 두터운 신뢰, 재능기부·후원 행렬로 이어져

이렇게 큰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강진군 장애인 복지의 중심으로서 차근차근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사회복지 실습, 자원봉사자 참여, 장애인 관련 행사 등 우리 복지관이 주관하는 사안이 많습니다. 지역사회와 원할하게 협력하다보니 후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지역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거리 거주 장애인을 위한 이동복지관, 재가 장애인을 위한 밑반찬 지원, 소외 장애인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소외된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손길을 뻗는다. 복지관은 강진군 도암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도 연계해 독거노인과 소외아동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남성 독거노인 세탁지원 사업, 독거노인 고독 방지 '신나는 라디오' 지원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아동 정서지원 '친구랑 생일파티'와 거동불편자 이동지원서비스 '즐거운 외출 쿠폰' 지원사업은 수혜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지역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보니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과 재능을 겸비한 주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됐다. 미용사, 음악인, 연출자 등 분야도 다양하다. 여타 광역시와 달리 인·물적자원이 부족한 지역적 특성상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기부가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2019년부터 운영해 온 발달장애인 합창단과 극단도 지역민 분들의 재능기부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작년부터는 코로나19 때문에 운영을 못하고 있지만 참여자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친환경 재료들로 화장품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 중이다. 정지은 강사가 본격적인 만들기에 앞서 설명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과 외부 강사들의 인연은 대부분 재능기부로부터 시작됐다. 1년, 2년 복지관과의 인연이 길어지다보니 복지관 측에서 소정의 강사료를 지급하게 된 것이다. 

친환경힐링 정지은 강사도 주간보호 프로그램 강사로 봉사활동을 하다 정식 강사로 섭외되어 5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강진군으로 이사를 온 후, 꾸준히 해오던 봉사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었다.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대하는 게 내 아이 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그녀의 본래 직업은 방과후교실 강사다.

(왼쪽) 수업 전, 참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재료들. (오른쪽) 참여자들이 만든 올리브클렌징크림. ⓒ소셜포커스

"실생활에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서 복지관이랑 상의를 많이 해요. 장애인 친구들과 오래 지내다보니까 비장애인 아이들을 대할 때도 태도가 달라졌어요. 결과보다 과정과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니까 더 포용적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더라구요."

■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웃음치료’가 인기… 강사들도 ‘코로나 우울 해소’ 고심

올해는 사람들과 만나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소셜포커스

올해 가장 수요가 많은 프로그램은 웃음치료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집에만 머물러야 했다보니 사람들과 직접 만나 웃고 떠들 수 있는 수업이 인기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이용자는 많은데 코로나19 여파로 오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는 사정상 직원들은 프로그램 수요 조절에 애를 먹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거리두기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프로그램 정원은 최대 10명 이내로 제한적인데, 외부 강사의 스케줄과 차량 운행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교통이 좋지 않아 읍이나 면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을 모두 귀가시키는 데에만 최대 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시간은 겨우 두세시간 남짓이다. 이용자들을 설득해 다른 프로그램에 배치하기는 했지만 듣고 싶은 프로그램을 듣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천염염색 정경미 강사가 손 움직임이 불편한 참여자를 도와 색을 칠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코로나19 여파로 프로그램 기획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부터 천연염색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는 정경미 강사는 지난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염색장에서 외부 강의를 실시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몸을 많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염색 과정에 지체장애인 참여자들이 힘들어했고, 천연염료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도 문제였다. 

고민하던 정경미 강사는 올해 프로그램 차수 전반을 색감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으로 대체했다. 색채가 다양하지 않은 천연염료 특성상 색을 조합해 원하는 색감을 뽑아내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더라도 가정에서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 등 소소한 취미를 갖게 하려는 의미도 있다. 

"전라도 말로 아주머니를 '아짐'이라고 하는데, 아짐들이 하는 말씀이 집에만 있으면 '점심은 뭐 먹고, 저녁은 또 뭐 먹나' 일상적인 고민만 하게 돼서 더 우울하다고들 하시더라구요.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에는 집에서 하는 취미생활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대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강당에서 컬링 경기가 열렸다. 한 편에서는 신중히 스톤을 밀어보내고, 맞은편에서는 그 모습을 관전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 언제나 활기찬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 그 비결은?

정광일 관장. ⓒ소셜포커스

취재 중 마주친 복지관 직원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머무르고 있었다. 비결은 소소하지만 알찬 복지다. 우수직원 포상, 도서비 지원, 사내 동아리,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직원들을 반으로 나눠 평일 워크샵도 지원했다. "항상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들에게 작게나마 감사를 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정광일 복지관장은 당연하다는 듯 웃었다.

복지관에 가득한 활기찬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체육 프로그램 활성화도 한몫한다. 강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남장애인체육대회 공식 종목 중 볼링과 컬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용자들은 도 대표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장애인 직원들도 사내동아리 활동을 통해 실력을 길러 도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2020년 경기는 코로나19 관계로 아쉽게 연기됐지만, 2019년 전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메달 소식이 쏟아졌다. 지적장애인 볼링단체전 2위팀에는 복지관 이용자 2명이 소속되어 있었고, 개인전에서는 송광종 상담사례관리팀장이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도 대표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즐겁게 컬링을 배운 이용자들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그룹이 주관하고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주최하는 온라인 뉴에이지컬링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훈훈하게 했던 복지관을 떠나기 전, 정광일 관장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며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우리나라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향해야 할 가치나 비전은 무엇일까요?"

"지역사회와 소통할 줄 아는 기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발걸음을 함께하는 기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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