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티, 보행약자위한 '제3의 길' 될까?
스마트 시티, 보행약자위한 '제3의 길' 될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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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으로 목적지의 편의시설과 보행장애물 알 수 있어
공사로, 계단구간, 불법주차차량 등 현장 상황 즉각 반영 아직
디지털 좋지만 실제 접근성부터 높여야... 명동·강남 단차 천지
디지털로 구현된 '스마트 시티'의 모습 (세미나 화면 캡쳐)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보행약자를 위한 디지털 국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2일 오후 '보행약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관련 토론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조명희 의원실과 국회 ICT융합포럼,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공간정보산업협회가 주관했다.

'디지털 국토'는 컴퓨터에서 활용가능한 신개념의 디지털 공간이다. 지하, 지표면, 실내와 실외, 건물 공중까지 3차원의 입체공간으로 표현된다. 보행약자가 이동하기 전에 편의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보행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가진다. 

2019년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보행약자는 5.1%로 증가 추세에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또한 장애유형별로 따졌을 때 50대 이상 인구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령화와 장애인구 증가에 따른 대책으로 '디지털 국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된 스마트 시티 (세미나 화면 캡쳐)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디지털 국토 서비스가 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할 사항이 많다. 서울시 스마트서울맵 내 테마지도에는 보행약자 산책로 지도가 있고, 산책로와 도로 구간별로 휠체어 이용을 위해서 우수, 보통, 불량 구간으로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교통약자가 활용하는데 효용성이 있는지 수요조사가 필요하며,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골목길 거리뷰 또한 차량용 도로에서 스트리트뷰와 로드뷰를 제공하지만 골목길과 전통시장 등 차량통행 불가 지역에서 시민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세한 거리뷰를 구축해야한다는 의견도 따랐다. 

서울시 스마트서울맵 내 테마지도 (세미나 화면 캡쳐)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있다. 디지털 구축을 해도 막상 현장에서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볼라드와 같은 장애물이 발생했을 때 이것을 디지털 국토에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공사나 도로정비 등 일시적으로 통행이 불가한 곳의 공간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김대종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장은 "매년 증가하는 보행약자를 위한 법,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고 이동편의시설이 구축되어도 정보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다양한 주체가 보행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통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보행약자를 위한 신기술 개발은 미비하기에 스마트 시티나 디지털 트윈 등 신기술을 활용해서 보행약자를 위한 디지털 국토 구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시티' 보완위해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맵핑' 중요해 

권재현 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시티의 발전을 위해서는 '커뮤니티 맵핑'(장애인 생활편의개선을 위한 관심정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거리를 다니면서 보행약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가공해서 지도에 추가하고, 이를 해당 지자체에 건의하면 해당 장소를 보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위즈온 협동조합은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만들기 제작팀'을 만들어 커뮤니티 매핑을 진행했고, 독일 커뮤니티 매핑 '휠맵'(wheelmap) 앱도 시설에 대한 맵핑이 주로 이루어져있다. 

구글의 경우 2018년 3월부터 구글지도에 기존 자동차, 도보, 대중교통 길안내에 휠체어 접근 가능 경로를 추가했다. 런던, 뉴욕, 도쿄, 멕시코 시티, 보스턴 및 시드니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서부터 적용하고 있다.

2018년 3월 구글이 길안내 서비스에 '휠체어 접근 가능 경로'가 추가했다. (세미나 화면 캡쳐)
2018년 3월 구글이 길안내 서비스에 '휠체어 접근 가능 경로'를 추가했다. (세미나 화면 캡쳐)

일본 도쿄의 PADM협회(원위 근병증 환자 협회)에서 개발한 'WheelLog'에도 편의시설 접근 정보 외에 다른 휠체어 사용자의 GPS 이동 경로를 결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 교수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더 상세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위해 포토매칭형 차세대 위치기반서비스(LBS)도 제안했다.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고, GPS 신호 수신이 안되어도 자신이 있는 곳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공간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사진을 매칭시켜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는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위치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노약자나 장애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많은 유관기관에 자동으로 연락이 되어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윈이 상세하게 구성되어야하는 전제 조건도 따른다.

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술적인 보완이 많이 필요하지만, 스마트 시티를 개발할 사회적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에 토론자 모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권재현 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가 제안한 포토매칭형 차세대 위치기반서비스(LBS) (세미나 화면 캡쳐)

 

■'디지털 국토' 좋지만... 실제 보행약자 접근성 향상위해 국가, 지자체부터 노력해야 

2019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80.2%다. 그러나 모든 건축물이 편의시설을 설치해야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에 등록된 720만개의 건축물 중 편의시설을 해야되는 건물은 18만 개(2.6%)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는 건물은 무려 700만 개(97.6%)에 달한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오창석 국장은 "보행약자에게 편의시설이 있는 건물의 위치와 어떤 종류의 편의시설이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까지 가는 길에 단차가 있으면 휠체어는 아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보행약자를 위한 접근성 문제부터 해결해야하는 이유"라며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진행했을 때 급하게 편의시설 정보를 수집하고 예산을 책정했었다. 미리미리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하는데 국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급하게 하려니 예산 책정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 이후에 관광정보나 배리어프리 관광을 만들겠다고 했던 것들 잘 유지되고 있나? 아니라고 본다. 평상시에 토대를 잘 마련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곳곳에 위치한 단차 때문에 휠체어는 접근하기 어려운 명동 거리 (세미나 화면 캡쳐)

반면 해외 도시의 경우 디지털 공간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실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액세스시티 어워드'는 유럽 내 접근성이 우수한 도시를 선정해서 시상하는 대회다. 2020년에는 폴란드 바르샤바가 우수도시 1위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4~5곳의 도시를 선정해서 그 도시에 대한 우수성을 알리고 세부 사례를 공유해서 유럽 내 많은 도시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액세스시티 어워드'는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교통, 인적지원 등 도시의 플랫폼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전반적인 내용을 평가해 우수 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유엔 또한 접근성과 도시개발 이슈를 연계해서 포럼을 구성하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보행공간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 구축 사업과 보행약자에 대한 정보제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부의 보행공간정보에는 단차, 유효폭, 경사도 등 각종 정보를 포함해서 경로를 공개하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파리와 포용' 프로젝트 (세미나 화면 캡쳐)

프랑스 파리의 경우 관광도시로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와 포용'이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파리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타임라인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진행 여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에펠탑부터 노트르담 성당까지 휠체어로 접근가능한 이동 경로를 표시해서 안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관광지인 명동, 종로, 강남 등지는 전부 다 단차가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실정이다. 케이팝, 케이푸드, 케이방역만 화제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편의시설부터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스마트 길안내 플랫폼 데모 영상 (세미나 화면 캡쳐)

한편 이봉준 씨엠월드 대표이사와 이태형 새한지앤아이 전무이사는 여러 보완사항을 적용해본 '스마트 길안내 플랫폼'을 시연하며 디지털 국토의 더 나은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기존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 지도자료에서 위치를 검색하면, 좁은 인도, 계단, 공사구간, 경사구간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고, 해당 위치를 클릭하면 360도 영상으로 찍은 영상을 볼 수 있어 미리 공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길을 지나가지 않습니다'와 '지나갑니다' 두 가지 선택 사항을 넣어서 실제 길을 지나갈 수 있는 사람과 못 가는 사람들이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이 길을 가본 사람들의 경험을 남겨 보행약자와 공유하며 데이터로 구축할 수 있게 했다.

이태형 새한지앤아이 전무이사는 "한국은 기술력도 좋고 데이터도 많이 구축이 되어있다. 해외에 전혀 뒤쳐지지않는 수준이다. 다만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개발할지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보행약자의 시각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본다면 정말 많은 것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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