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실종 전담수사기관 마련하라!"
"발달장애인 실종 전담수사기관 마련하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3.29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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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실종률, 아동 실종률보다 10배 높아…
장준호 씨, 코로나19 검사 두려워해 복지기관 이용 못하던 중 산책길서 사라져
부모연대, 29일 오후 합동 추모식…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 271명 기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7일 사망한 채 발견된 장준호 씨를 비롯한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와 코로나19 시국 속 돌봄부담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장애인 가족들을 기리는 합동 추모제를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20대 발달장애인 장준호 씨가 실종 3개월 만인 지난 27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29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그를 비롯한 실종 발달장애인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장준호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둘레길에서 어머니와 산책 중 실종됐다. 그 날 장준호 씨와 그의 어머니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복지기관 이용이 어려워 집에 머물던 중 잠시 산책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역지침에 따라 기침, 재채기 등 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는 이용자는 양성 판정을 받아야만 복지기관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전에 코로나19 검사 경험이 있던 장준호 씨는 목구멍과 콧구멍을 깊게 찔러 검체를 채취하는 검사 과정에 심한 공포감을 느꼈고, 검사 대신 2주간 복지기관 이용 중지를 택한 상태였다.

심지어 마스크 착용도 미숙해 사람이 많은 곳에 나서기 어려웠던 장준호 씨와 그의 어머니는 인적이 드문 행주산성둘레길로 산책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놓고 앞서가던 그는 숨바꼭질을 하자며 숨어버린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장준호 씨의 시신은 27일 오전 일산대교 부근 한강에서 발견됐다.

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 ⓒ소셜포커스

추모식에서 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대책 없이 갇혀지내다 솟구치는 기운을 어쩌지 못해 나선 잠깐의 산책길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깊고 차가운 얼음물 아래 그를 가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최근 5년간 발달장애인 실종 사건은 매년 평균 8천여 건 이상. 이 중 미해결 사건은 104건,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건은 27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과 치매환자보다 실종되는 비율도 높았다. 발달장애인 실종률은 2.47%로 18세 미만 비장애인 아동 실종률 0.25%에 비해 10배 가량 높다. 치매환자 실종률 1.72%보다 높은 수치다. 실종 발달장애인이 미발견된 비율은 실종아동 미발견 비율보다 약 2배 높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발달장애인 실종 건수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발표한 내용이다.

이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돌봄 책임을 100% 가족에게 전가하는 사회구조적 모순이 이번 사건의 단초라고 비판하며, '발달장애인 실종 전담수사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수사기관이 적극적인 초동수사에 나서, 사건해결률을 높이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는 대체로 아동실종사건은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치매환자 실종사건의 경우 치매노인실종전담팀이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각 경찰서 편제상 실종전담팀이 아니라 전담요원 한두명만 배치하고 다른 업무와 겸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아동 실종과 치매환자 실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후 수사 대상의 특수성을 반영해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행정부처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소셜포커스

추모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최 의원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서 사건을 다룰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 그 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인 가족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모연대는 장준호 씨와 사망한 실종 발달장애인, 코로나19 시국 속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발달장애인 가족을 기리며 오후 7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룸센터 앞에 마련된 분향소는 추모식 당일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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