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감호의 또 다른 이름 '감금'... 잃어버린 11년
치료감호의 또 다른 이름 '감금'... 잃어버린 11년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3.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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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위험성 0점, 의료진도 '치료감호 종료' 말했지만, 심의위원회 매번 기각처리
결국 본 형기 8배인 11년 4개월동안 수용... 인권위 진정 넣자 2주 만에 퇴원 승인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심의 기준 아직... 국제법상 강제구금·고문에 해당될 수 있어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동안 치료감호소에서 수용 생활을 해야했던 황 모씨와 현재 치료감호소에서 수용되어있는 이 모씨의 사연이 알려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법률 공동대리인단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배상청구 및 장애인차별구제소송 소장을 제출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11년이 넘게 발달장애인이 치료감호소에 강제 수용된 사연이 알려졌다. 황 모씨는 지적장애인으로 범죄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간 피치료감호에 처해졌다. 그러나 형기가 끝난 뒤에도 황 씨의 감호소 생활은 멈추지 않았다. 

황 씨는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위험수준 '하'에 해당하는 총 0점을 받았다. 의료진의 '치료감호 종료' 의견도 있었지만, 치료 감호 종료를 신청할 때마다 매번 사유도 모른채 기각당하기 일수였다. 결국 황 씨는 본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의 수용생활을 견뎌야 했다. 

지난해 12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해당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로 간주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황 씨는 인권위에 진정서가 접수된 지 2주 만에 치료감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기존에 황 씨가 제출해왔던 치료 감호 종료 신청서와 인권위에 제출된 진정서 내용은 다를 게 없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30일 오후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이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강제로 치료감호소에 11년 간 수용되었다며, 발달장애인이 처한 대한민국 치료감호의 실태를 고발했다. ⓒ소셜포커스

연구소는 30일 오후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건을 알리고 황 씨와 같은 발달장애인이 처한 대한민국 치료감호의 실태를 고발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 모씨 또한 형기를 다 살았음에도 여전히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소는 이 씨가 현재 약물 복용 외에 자폐성 장애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동료 피치료감호자에게 일방적으로 전치 2주의 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회견장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이 씨의 어머니는 직접 쓴 편지로 사연을 알렸다. 그녀는 "저희 아들은 지금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하루하루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눈이 돌아가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밥을 먹어 몸무게가 빠지고 있다. 치료감호소가 이런 곳인지 몰랐다. 하루빨리 부모와 형제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와 정해진 병원에서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심정을 전했다.

박정규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원곡법률사무소 공동대리인단은 황 씨와 이 씨를 대신하여 국가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형절차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박정규 변호사는 "현재 치료감호 종료 심의위원회는 물리적으로 비상적인 수준에 달하는 양의 사건을 심의하고 있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장애 특성으로 보지 않고 위협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있기에 이 씨 또한 번번히 치료감호 종료 신청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료감호법' 제1조에 따르면 '심신장애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발달장애인을 치료감호로 수용하는 것은 감금 및 강제구금에 해당하며 국제인권법에도 위반되는 사안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황 씨와 이 씨의 법률 공동대리인단은 치료감호소의 행태를 고발하며,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형절차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소셜포커스

'민주사회를 위한 번호사 모임'의 류다솔 변호사는 "세계인권선언과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비준한 자유권 규약에도 나와있듯이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당할 수 없고,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을 당해서는 안된다. 유엔에서 자의적 구금은 법률상 근거가 없고 국제법 조항을 위반하는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고들은 장애로 인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겪은 무분별한 치료감호는 고문방지협약상에서 말하는 '고문' 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 해당 사안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자유권위원회에 진정하는 절차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최정규 변호사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 또한 "치료감호는 15년까지 구금될 수 있고, 구금 기간은 사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행정 구금의 성격을 가지기에 국가가 치료 감호 종료 여부를 아주 신중하게 심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대리인단 및 연구소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치료감호소의 행태와 구금에 대하여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치료감호 실태를 알려 정부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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