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휠체어 좌석, 정면 향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
"버스 휠체어 좌석, 정면 향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4.0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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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내내 모습ㆍ표정 노출돼 모멸ㆍ불쾌감 느낄 수 있어"
1심 "차별 아니다" 패소→2심 "공간 확보해야" 일부승소
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나 고의나 과실은 없어 위자료 청구는 기각"
대법원은 버스의 휠체어 전용공간을 길이 1.3m, 폭 0.75m로 측정하여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 진행방향을 보고 착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버스의 휠체어 전용공간은 장애인이 버스 진행 방향을 향해 착석할 수 있도록 길이 1.3m(버스 진행 방향), 폭 0.75m(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일 김모씨가 김포운수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 "방향전환 못해 차별취급 당했다" 버스회사 상대 소송

휠체어 사용자 김 씨는 2015년 12월29일 탑승했던 2층 광역버스에 "휠체어 전용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다른 승객들과 달리 버스 정면을 응시하지 못하는 차별을 당했다"며 운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300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과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길이 1.3m, 폭 0.75m이상의 전용공간을 만들 것을 청구했다. 
 
1심은 "해당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므로 휠체어 전용공간을 확보할 의무가 없고, 교통사업자(피고)가 고의 혹은 과실로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교통약자용 좌석을 확보해야 할 대상을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저상버스 등 특정 버스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2층 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버스는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의 진행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착석하게 되는데, 버스의 급정거 또는 급출발 등 움직임에 따라 버스의 전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승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휠체어 전용공간이 일반 좌석 전방에 있어서 장애인은 탑승 내내 자신의 모습이나 표정이 일반 승객들의 정면 시선에 위치하게 되어 모멸감, 불쾌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김씨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고, 운행하는 버스 중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 전용공간을 1.3m, 폭 0.75m이상 확보하라고 판결했다. 

 

■ 대법 "교통약자용 좌석 정면 설치해야"…위자료는 불인정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교통사업자인 피고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이 사건 버스에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며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정한 교통약자용 좌석 규모인 길이 1.3m는 버스 진행 방향으로, 폭 0.75m는 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심 판결 중 위자료 인정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 교통약자용 좌석의 길이와 폭을 측정하는 방법을 분명히 규정하지 않은 점,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 사건 버스를 구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피고에게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의 규모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에게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에 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위자료 청구를 인용한 부분을 파기해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관해 대법원이 심리ㆍ판단한 첫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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