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4.7재보궐 선거 장애인 공약, "이게 최선입니까?"
[D-5] 4.7재보궐 선거 장애인 공약, "이게 최선입니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4.02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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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비슷한 공약 봐야되는 장애인도 곤욕 "이제는 실천할 때"
무더기 부동산 공약만 잔뜩... 사회복지 공약은 '선심성' 던져주기?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4.7재보궐 선거를 5일 앞두고, 최대격전지인 서울시장 후보별 '장애인 공약'을 찾아봤다. 12명의 후보 중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장애인 공약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무더기 부동산 공약에 숨겨져 사회복지 공약이 부실하다는 평과 '선심성', '재탕'이라는 수식어도 적지 않게 보이는 가운데, 후보들의 장애인 공약을 다시 한번 짚어봤다. 

 

■ 기호 1번 박영선 후보

장애계 핵심 공약 담고자한 노력은 보이나... 실현 가능성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먼저 '이해하기 쉬운 장애인 정책 공약'을 내놨다. 카드뉴스, 시각장애인용 점자, 음성변환 3가지 버전으로 선거공보를 제작해 발달장애인 및 쉬운 설명이 필요한 유권자의 이해를 도왔다.

박 후보는 크게 5가지의 장애인 공약을 내놨다. ▲유니버설디자인 도시 실현 ▲재난시대 장애인 포괄적 지원·건강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권리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여성 권리 보장 총 5개의 큰 틀을 가지고 간다. 

가장 큰 핵심 장애인 공약은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실현'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나이, 성별, 장애, 언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이나 환경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유니버설 디자인 종합 계획'을 세웠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조성 기본 조례'를 바꾸고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서울시가 운영하는 모든 시설과 기관에서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조할 때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코로나19 관련 공약이다. 박 후보는 코로나19로 확진되었거나 자가격리 중인 장애인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입원 대상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19일 장애인 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스스로 '돌봄 시장'이 되겠다고 밝힌만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활동지원사를 늘려 효율적인 긴급돌봄을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단,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않던 장애인에 한정하며 월 최대 120시간을 제공한다.  

장애인 건강권 분야도 거론됐다. 서울시립병원 등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3개 병원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정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치과·물리치료·한의학 등 다양한 분야로 넓히고 병원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서울시립병원과 의료기관에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바꾸는 공약도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단체와의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소셜포커스

탈시설 공약도 보였다.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거주시설에 확진자가 생기면 시설에 살던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지낼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주시설을 코호트 격리하지 못하게 할 것과 방역지침 때문에 거주시설 장애인이 외출이 금지될 경우 정부와 상의해 지원할 것 등을 약속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2025년까지 서울시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 것과 △서울시 지하철 승강장과 출구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 23곳에 엘리베이터를 모두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평등한 장애인 정책을 만들기위해 장애인 정책을 만들 때 성별영향평가(정책, 서비스가 여성, 남성 모두에게 평등하게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고 장애여성의 쉼터를 만들고 서울시 여성장애인교육지원사업의 예산을 마련하며, 장애 여성의 임신·출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박 후보의 공약을 보면 장애계에서 꾸준히 나오는 핵심 공약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임기 1년동안 이 많은 공약들을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19로 확진된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입원시킬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에는 확진된 장애인을 24시간 돌봐줄 활동지원사 및 간호 인력 문제, 편의 시설 여부, 병상 문제, 장애인과의 소통 문제, 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료진 여부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 많다. 공약에 구체적인 계획을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유권자들이 '걱정'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코호트 격리를 막겠다는 생각도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당장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전원시키는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기에, 돌봄 문제와 숙식 문제가 턱하니 걸린다. 장애인의 자립지원을 돕는 장애인 단체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더 많은 '자립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적어도 시설에서 꼼짝없이 감염되서 죽어나는 장애인은 없어지지 않을까. '공약 퍼붓기'보다 현실성 있는 공약 몇 개라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기호 2번 오세훈 후보

'장애인 버스요금 무료', '수도 요금 감면'... 소박한 '생활 안정' 공약 위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이동권 공약을 주로 내세웠다. ▲안심 보행 이동권 ▲안심 장애인 이동 ▲소통창구 신설 ▲생활안정 지원 강화 ▲의료접근성 강화 총 5가지 큰 틀 안에 대부분 '장애인 이동'과 관련된 세부 공약이 주를 이룬다.  

오 후보는 장애인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보도로 개선과 장애인 보행 환경 모니터링단을 운영해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할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자체별로, 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지원센터 등 장애인 단체에서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약'이라고 내세우기에는 민망하다. 

그러면서 장애인 버스요금 무료화를 약속했다. ▲장애인 차량 LPG 소비세 감면과 ▲장애인 가구 수도요금 감면제 시행 ▲장애인 전동보장구 충전소 확대 및 수리비 무료 지원 ▲저상버스 조기도입 ▲장애인 택시 증차 등도 공약으로 담았다. 그러나 장애인 의료 분야 공약은 '발달지연 아동 조기 진단 지원'이 다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울시 27개 장애인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소셜포커스

버스 요금을 무료로 해준다고 반겨줄 장애인이 얼마나 될까. 우선 '버스'를 타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장애인의 입장도 생각해봐야한다. "버스비는 그냥 내가 낼테니 탈 수 있게라도 해달라"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저상버스 조기도입' 이 한 줄을 실현하기 위해 장애계에서는 숱하게 많은 시위와 기자회견을 치뤄왔다. 이 또한 일회성 공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오세훈 후보의 소박한 공약들을 보고 있자니 장애인 공약을 더 많이 적어준 박영선 후보에게 고마워해야하는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발달장애인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돌봄 부담을 오롯이 가족들이 지고 가면서 작년 8월, 9월, 10월 연이은 발달장애인 가족 추락사도 목도해야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 장준호 씨가 실종된지 3개월 만에 한강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실종 예방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다시 한 번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마련하라며 청와대 앞에 시위를 나간 이유다.

31일 오세훈 후보는 장애인 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가슴으로 느끼며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사람이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진짜 장애인의 가슴 아픈 곳부터 치료해줄 수 있는 '시장'이 되려면 공약에도 그 마음이 담겼어야하지 않을까.  

 

■ 후보 12명... 장애인 공약 찾아보기 힘들어

후보가 12명이지만 박영선, 오세훈 후보를 제외하고는 기대했던 장애인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페미니스트 후보 중 한 명인 기호 6번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서울시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타이틀을 내세운 기호 8번 오태양 후보 또한 임기 내 '서울혐오차별표현 금지 조례'를 최우선 시정과제로 설정했고, 나아가 21대 국회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기호 7번 허경영 후보는 장애인 재활수당 현실화를 내걸었다. 

장애인 단체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장애인 정책은 수년이 지나도 개선되지않아서 결국 매 선거 때마다 다시 '처음'인 것처럼 '둔갑'하여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너무 자주 보아왔던 공약들이라 감흥이 떨어진 걸까. 이제는 기대를 하는 일이 서글퍼졌다. 

공약은 정당과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행하는 '약속'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텅 빈 공(空)약이 되지 않도록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정도의 자세'를 요구해본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유권자들의 부담도 후보자들만큼이나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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