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에서 쫓겨나는 장애인…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하라!"
투표소에서 쫓겨나는 장애인…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하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4.02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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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소에 둘이 들어가지 마"… 사전투표 시작되자 발달장애인 투표 포기 사태 속출
인권위 '차별 판결'에도… 선관위, 발달장애인 조력인 동행 허용 지침 복구 안 해
점자공보물 면수제한 삭제ㆍ개표방송 수어통역 제공 요구도 이어져
장애인참정권대응팀 2일 오전, 사전투표소 앞에서 회견 열어
장애인들이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2일 오전 장애인참정권대응팀은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준수와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회견을 가졌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월 2일, 장애인 유권자들은 투표소 안이 아닌 밖에 머물고 있다. 각 장애유형에 따른 정당한 투표편의가 제공되지 않아서다.

한국피플퍼스트 등 장애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참정권대응팀은 2일 오전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서 공직선거법 개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준수를 통해 장애인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이 조력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갈 수 없도록 제지당해 투표권 행사를 포기했다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달장애인이 기표소 안에 조력인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5년 동안 유지해오다 별도의 안내 없이 삭제했다.

이때문에 제21대 총선 당시 발달장애인 유권자들과 동행한 가족 등 조력인들은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은 공적조력인 배치, 쉬운 공보물와 그림투표용지 제공, 지역별 선거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앙선관위의 지침 삭제와 투표 제지 행위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지침을 복구하지 않았고, 결국 올해도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투표 시 주변인 조력을 허가하는 지침을 되살리거나, 발달장애인 유권자 거주지 소재 투표소에 공적 선거 조력인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앙선관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진경 대표. ⓒ소셜포커스

그렇다고 발달장애인 혼자서도 정확히 기표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정보가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후보자 정보와 공약을 쉽게 풀어쓴 공보물과 후보자 사진 혹은 정당 마크가 포함된 그림투표용지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한국피플퍼스트 문진경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은 글을 잘 모르거나 읽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발달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문진경 대표는 지역별로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등 선거의 종류와 투표 방법에 대해 안내하는 설명회를 열어 발달장애인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도 온전한 참정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남희 활동가. ⓒ소셜포커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공보물 면수 제한으로 인해 후보자와 공약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으로 점자공보물 면수 제한이 일반공보물 면수의 두 배 이내로 완화됐고 USB 등 저장매체를 이용한 음성공보물 배포도 명문화되었지만, 비시각장애인과 동등한 양과 품질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음성공보물 배포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 당사자 박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서울시장 후보자가 12명인데 음성공보물을 담은 USB는 4개 밖에 오지 않았다"며 "점자공보물 면수가 2배로 늘었다고 하지만 내용이 모두 들어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발언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선거 관련 토론회, 선거 개표방송에 수어통역과 자막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표방송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선거방송의 연장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도 전문가 좌담이나 정세분석을 정확히 전달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은 지난 3월 8일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지상파방송사에 대해 차별진정을 제기한 데에 이어, 같은 달 29일 4·7 재보궐선거 개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담아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이 요구사항을 담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소셜포커스

장애인참정권대응팀 소속 이수연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들어 정당한 편의제공을 촉구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는 장애인 참정권 행사에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 투표 편의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선거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전달하며, 선거용 보조기구를 개발해 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수연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어 정부는 내용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장애인의 참정권을 도외시하지 말고 동등한 시민으로, 국민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애인의 피선거권 또한 지켜져야 한다고 배미영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주장했다. 배미영 대표는 "고 박정혁 동지가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적절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없어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완전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는 피선거자로서의 권리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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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2021-04-06 09:48:37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과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선거는 그리 쉽지 않은 .....
언제쯤 낳아지려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