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무조건 탈락시켜라" 국립교육대 '중증장애인 성적 조작' 파문
"장애인은 무조건 탈락시켜라" 국립교육대 '중증장애인 성적 조작' 파문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4.14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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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관리팀 팀장 A씨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면 제대로 되겠냐"
입학사정관에게 점수 조작 3차례 지시, 내부 고발자 신고로 밝혀져
장애인은 교원될 수 없다? "30년 전에나 들을 법한 시대착오적 발언"
14일 오전 청와대 앞에는 중증장애인 입시 성적을 조작했다는 입학사정관의 내부 고발로 비난을 받고 있는 진주교육대학교와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국립교육대학교 입시전형에서 중증장애인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내부 고발이 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과정에서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 입학관리팀 팀장이 입학사정관에게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 조작을 3차례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0일 모 언론사의 단독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에게 점수조작을 지시한 입학관리팀 팀장 A씨는 "중증장애인은 학부모 상담도 안될 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된다"며 "기본적으로 이런 애들은 특수학교 교사가 돼야지, 왜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하냐. 자기도 장애인이면서 특수교사는 싫다는 것 아니냐"는 등 차별 발언을 내뱉었다는 증언이 따랐다.  

또한 2017년 면접 당시 A씨는 중증장애를 가진 시각장애, 지체장애 학생을 두고 입학사정관에게 "(둘 다)날려야한다. 내가 작은 일반 대학이라면 신경도 안 쓰겠는데,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라. 제대로 되겠냐"는 등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는 증언도 따랐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주도록 압박한 것이다. 

내부고발자는 2018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과정에서 진주교육대학교 입학관리팀 팀장 A씨가 입학사정관에게 시각장애 1급 학생의 성적을 3차례 조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고발했다. ⓒ소셜포커스 

현재 해당 사건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되어 재판 중에 있다. 진주교대 측이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관련자에 대한 징계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4일 청와대 앞에는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립교육대학의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대학입학이라는 무엇보다 공정해야하는 평가 과정에서 사립대학도 아닌 국립 대학에서 점수조작까지 시도하며 장애인을 탈락시키려고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대학이 수시모집 과정에서 점수와 평가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에 장애인 학생은 탈락 사유도, 차별받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탓을 하며 실망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초록 변호사

사단법인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는 "입학 과정에서 담당자들은 이것이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모르고 저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본 사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명백한 차별 행위이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이고 5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고 짚었다. 

진주교대의 대처 방식에 대한 날선 비판도 따랐다. 최초록 변호사는 "진주교대는 검찰에서 기소했다고 장애인 학생에게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러나 엄연히 형사 절차와 징계 절차는 분리되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학교 측이 징계조차 내리지않고 있다는 것은 이 사안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닌가. 관련자들 모두 사퇴하고 교육부는 전국 국립, 사립교육대학에 전수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분노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장애인은 교원이 될 수 없다는 인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작년 코로나19로 장애인 학습권 침해가 심각했을 당시 교육부에 장애인 교원과 관련된 부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서가 없는데 관련 담당자는 커녕 지원 정책이 있을 수가 있냐"며 "이것은 단지 장애인 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안 뽑으려고 한다. 국립교육대학 팀장이 입학사정관을 시켜서 장애인이면 점수를 조작해서라도 떨어뜨리라고 하는 상황에 장애인 교원이 어떻게 나올 수가 있겠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최근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의대 입학이 안됐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 '와 정말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옛날이야기구나'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립교육대학이 나서서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고 장애인을 고립시킨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왼쪽)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과 (오른쪽)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소셜포커스 

장애인 당사자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또한 장애인이 차별당해온 역사를 되짚으며 발언에 나섰다. 박김영희 대표는 "1980년대 장애인 운동에서 제일 먼저 저항하고 투쟁했던 것이 '교육권'이었다. 변호사가 되겠다고 사법시험을 보고 연수까지 마친 장애인에게 '장애인 법률가가 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거부당했던 사건도 있었다. 적어도 이제는 장애인은 법률가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시절은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장애인은 교사가 될 수 없다고 차별하는 행태를 보면서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고 막막한 심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도 지지발언을 이어갔다. 강민정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전 25년동안 교사로 재직한 바 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

강민정 원내대표는 "지난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최근 3년동안 서울대와 인천대, 인천사대에 장애인 학생 입학율이 0명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전국 182곳의 장애학교에 장애 관련 전문 상담사도 52명 뿐이었다"며 "장애평생교육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끊임없이 국회에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교사와 학생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지지않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즉각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하며, 이를 함께 요구하고 관철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강민정 원내대표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빠른 답변과 해결책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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