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수어를 학습할 수 있을까?
동물도 수어를 학습할 수 있을까?
  • 양재원 학생인턴기자
  • 승인 2021.04.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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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적은 수의 수어 단어를 학습 가능
때로는 수어가 청각장애가 있는 동물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
양치기 개 ‘페기(Peggy)’는 청력을 상실했으나 수어를 익히는 훈련을 통해 다시 농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BBC)

[소셜포커스 양재원 학생인턴기자] = 반려견 주인에게 동물이 언어를 이해하냐고 물어본다면, 조금은 알아듣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알아듣는지는 말을 아낄 것이다. 심지어 수어(手語)라면 더더욱 대답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동물도 인간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는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영장류를 실험 대상으로 하는 구아(Gua) 프로젝트와 비키(Viki)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동물의 언어 능력을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두 실험은 영장류가 겨우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학습하는 아주 작은 성과를 거두는 것에 그쳤다.

1960년에 알렌 가드너(Allen Gardner)와 비트릭스 가드너(Beatrix Gardner)는 영장류의 발성 기관은 사람과 달라서 인간의 언어를 말하기 어렵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언어를 아무리 학습시켜도 입으로 소리 낼 수 없다면, 우리는 이 영장류가 언어를 익혔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영장류의 언어 능력은 다른 방식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렌과 비트릭스는 위의 두 실험과 다른 워쇼(Washoe)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이 프로젝트에서 알렌과 비트릭스는 엄선된 암컷 침팬지인 워쇼에게 미국 수어(ASL)를 학습시켰다. 그리고 워쇼가 얼마만큼 학습하는지를 관찰했다.

이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최초로 수어를 학습시킨 사례다.

이 프로젝트 중에 워쇼는 대략 350개의 단어를 배웠다. 또한 단어를 조합하여 매우 짧은 문장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에게도 수어의 일부를 교육하기도 했다.

영장류의 언어능력을 검증하는 이런 일련의 실험은 영장류 언어 능력 실험(Great ape language)으로 불린다. 이 실험에서는 워쇼 외에 님 침프스키(Nim Chimpsky), 코코(Koko) 등 여러 영장류의 언어 능력을 실험했다.

물론 영장류 언어 능력 실험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학자들은 단어 암기가 문법 이해로 직결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또한 이 실험에서 나온 결과가 영리한 한스 효과(Clever Hans Effect)와 구분할 수 없다는 점도 비평 요소가 됐다.

한스는 사람의 음성언어를 알아듣는 말(馬)로 유명했다. 그러나 여러 학자가 의구심을 품고 한스가 실제로 언어를 이해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스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만을 읽고 보상을 주는 쪽으로 행동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따라서 학자들은 실험에 참여한 영장류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보상을 얻기 위해 행동했을 수도 있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이 행동에 연구자들이 의미를 부여했을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현재는 동물들이 몇몇 단어를 이해하고, 간단한 수준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동물이 언어를 조금 이해한다는 점을 종종 활용하기도 한다.

올해 10살인 반려견 ‘페기(Peggy)’는 원래 양치기 개였다. 원래 정상적인 청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몇 년 전 청력을 잃어 청각장애견이 됐다. 때문에 페기는 양치기 개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페기가 양치기 개로 살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 챈 반려견 주인은 페기에게 긴 기간 수어를 교육했다. 긴 훈련 끝에 페기는 농장에 나와 다시 양치기 개로 활약할 수 있었다.

반려견 주인은 “페기가 새로운 삶을 찾았다”면서 “우리와 함께 스스로 삶을 즐기는 것 같아서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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