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 소설 두 편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 소설 두 편
  • 김희정 기자
  • 승인 2021.04.1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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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15,000원
『에브리맨』 │필립 로스 저│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 9,500원

[김희정 기자] = ‘평범하지만 특별한’, 얼핏 모순되 보이는 이 말은 모두에게 진실이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평범하지만 고유한 개별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한다. 대단한 서사나 인물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이 작품들이 오래 머무르는 건, 책장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한 개인의 깊은 내면과 그 인생만이 가진 특별함을 들여다보기 때문일거다. 내 인생이 “밀려드는 소소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기며” 떠내려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의미있는 ‘멈춤’을 선사하는 나의 인생 소설 두 권을 소개한다.

‘존재의 중심’을 지킴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아낸 ‘스토너' 이야기

소설 속 주인공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대에 입학했다가 문학에 매료되어 미주리 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한다. 우정, 전쟁, 첫사랑, 결혼, 자녀, 불화, 불륜, 그리고 죽음까지 흔한 소재들이 버무려진 평범한 남자의 인생이지만, 스토너 교수는 인생 전체에 걸쳐 그의 존재의 중심 속 ‘존엄함’을 지키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소설 속 미주리대 스토너 교수는 쉽게 타협하지 않았고, 필요한 순간 늘 필요한 용기를 냈다. 스토너는 원칙에 충실했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으며, 헌신할 업을 찾아 열정을 바치고, 한 때 충실하게 사랑했다. 그는 책임감 있는 아버지였으며, 학생들을 아끼는 교수이자 학문을 사랑하는 학자였다.

1965년 처음 출판된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출간 이 후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이듬해 절판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 작품은 21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세계에 소개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6년, 스토너를 재발행하던 미국의 편집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구 못지않게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라며 소개 글을 달았다.

책의 마지막, 죽음을 눈앞에 둔 스토너는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강렬하게 그를 덮쳤다. 그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 자신이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알고 있었다.” 우리도 스토너를 읽으며, 나의 모든 과거의 기억이 스스로에게 새겨짐을 기억해야겠다.

 

‘보통’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필립 로스 『에브리맨』

소설 『스토너』가 평범함 속에 빛나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면,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스토너』의 삶에 ‘위엄’이 있다면 『에브리맨』 속 주인공의 삶에는 ‘수치’와 ‘후회’가 있다.

노년을 맞이한 주인공 ‘그’의 아버지는 ‘에브리맨’이라는 이름의 보석상을 운영했다. 한 때 화가를 꿈꾸었던 그는 그림을 포기하고 뉴욕의 한 광고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성공을 거둔다. 세 번의 결혼, 세 번의 결별을 하고, 은퇴자 마을에서 노년을 보내는 그는 “죽음을 피하는 것이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된, 속절없이 다가오는 인생의 허무함에 몸서리친다.

소설은 소멸하는 인간과 불멸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를 대비시킨다. 보석상의 주인, 그의 아버지는 “다이아몬드란 건 그 아름다움과 품위와 가치를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불멸이거든. 죽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이 그걸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다니!”라고 탄식한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에브리맨』의 작가 필립 로스는 끝까지 주인공의 이름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자 동료, 남편이었던 보통 사람으로 소설 속 ‘그’는 작은 발자취만 남기고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에브리맨』은 ‘그’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무게감 있게 자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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