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실현 가능할까?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실현 가능할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4.20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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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64조1항,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 규정
장애인 단체 어디까지 포함해야...? 안정성이냐, 다양성이냐
장애인 단체 개별 정체성 강해, 이권 다툼 이기고 '통합'될까?
19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복지법 제64조에 따른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 필요성과 구축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복지법 제64조에 따른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 필요성이 대두됐다. 19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에 대한 여러가지 화두가 던져졌다. 

제64조(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①장애인복지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장애인 복지를 향상하기 위하여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를 설립할 수 있다. 

②협의회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법인으로 하되, 「사회복지사업법」 제23조제1항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협의회의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64조에는 장애인복지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서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해당 조항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20년의 세월동안 협의회 구성을 위한 어떤 결과도 도출되지 않은 채 사장되어왔다.

과거 2006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5개 장애인단체가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결과를 내지 못했고 2012년 장애계 통합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 또한 단체별 견해차로 무산된 바 있다.

■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설립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의 필요성에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장애인을 대변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부 대응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

영국의 경우 통합된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 이를 논의하기 위해 2012년 1월 범 장애조직 장애연맹(Disability Alliance), 왕립장애권리연합회(Royal Association for Disability, Radar), 국립자립생활센터(National Centre for Independent Living) 등 장애인 단체가 합병되어 설립된 역사가 있다.

발제를 맡은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운동단체가 크게 장총련, 한국장총, 전장연 3개 우산조직으로 나뉘어져 대부분 여기에 소속이 되어있다”며 “그러나 장애운동이 분화되면서 단체만의 성과내기, 타 단체 활동에 딴죽 걸기나 무시하기가 진행되고 있어 갈등 구조가 고착화되고 단일한 장애 운동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장애인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약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동석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이동석 교수는 현재와 같은 3개의 우산조직이 존재하기보다 이들의 협의체를 구성해서 보다 더 큰 세력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체의 다양한 정책적 의견들을 수렴하되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구심체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꼭 통합만이 장애계의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따랐다.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는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협회 이런 직능 단체들이 대정부에 통일된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통합이 되어졌다고 하는데, 이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전문성으로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이지 단순히 직능 단체가 통합이 되었다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고 짚었다.

조성민 대표는 통합이라는 실험적인 도전에는 동의하지만, 그간 장애인 단체들이 갈등과 경쟁의 역사 속에서 발전한 만큼 과연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을 표했다. 성년후견인, 탈시설, 가족활동지원제도 등 장애계 안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편, 장애인 단체가 설립되는 방식이 ‘손상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기에 장애인 단체의 활동에 이권이 개입하고 단체별 이기주의로 변질되어왔다는 지적도 따랐다. 게다가 15개 장애 유형 외에도 아직 장애로 인정받지 못한 질환들이 많고 이에 따른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HIV 감염인’도 장애로 인정해야 된다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장애’의 범주를 더 넓게 보아야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는 만큼 장애인 단체들이 가지는 강한 정체성을 놓지 않고 과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냐는 문제에도 봉착하게 됐다.

이동석 교수는 장애인 단체 모두가 ‘장애’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운동을 하는 것이 통합을 위해 갖춰야할 기본 사항이라고 짚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협의체가 구성이 되어도 어떤 대의와 명분을 가지고 움직일 것인지, 어떻게 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역시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염려를 나타냈다.

■ 여전히 모호한 '장애인 단체 vs 장애인을 위한 단체' 논쟁... 어떤 단체까지 포함시켜야?

협의회를 구성했을 때 어떤 단체들을 포함시키느냐에 대한 논란도 따랐다. 이문희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과거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을 위한 단체’의 정의와 역할 구분 논란이 일었을 당시 기존의 장애인 단체명을 교묘히 변형해서 장애인 물품을 강매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들이 존재했다고 회상했다.

1994년 2월에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당시 보건사회부에 장애인복지법 제45조를 근거로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을 위한 단체의 법적 용어에 관한 구분 기준을 질의하는 공문을 보냈고, 당시 복지부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맹인복지연합회(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농아복지연합회(현 한국농아인협회)가 장애인 단체”라고 답변을 보냈던 역사도 있다.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여전히 '장애인 단체'와 '장애인을 위한 단체'의 구분과 개념 정의는 불명확한 상태다. 현장에서는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잠재적 장애인 단체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과 소수 장애인 단체로 당연히 포괄해야한다는 의견이 대치됐다. 

전주대학교 재활학과 최복천 교수는 "일례로 탈시설 등 오랜시간 장애 운동을 해왔던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도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단체라고 보기 어렵고 복지법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아주 중요한 장애인 단체임에는 틀림없다"며 "장애인 단체를 의료적인 범주로 구분하기에는 그것에만 준하는 협의회가 되어버릴 것이고, 복지부가 장애로 구분하지 않는 그룹을 어떻게 포섭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대학교 재활학과 최복천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의철 이사는 “초기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참여단체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고 조직이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신력을 인정받으며 법적 요건과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을 갖춘 장애인 대표 단체들이 참여해야한다”며 “대표자와 의결구조가 장애인 당사자이고 장애인 회원으로 구성된 검증된 법인 단체가 주축이 되어 협의회를 주도하는 것이 설립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후에 기능별, 직능별로 구분해서 회원단체를 선별 가입시키는 방식이 낫다는 의견이었다.

■ 예산 문제는? 1인 체제 또는 집단 지도 체제도 의견 엇갈려… 

이동석 교수는 협의회 구성 초기에는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장애인 단체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운영을 위한 공익위원을 참여시키는 등 민주주의 체제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은 감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설립 2-3년 후에 총회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대표와 공동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의철 이사는 1인 대표 체제를 제안했다. 집단지도체제로는 개별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모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단체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질 수 있어 이해관계에 따라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회 설립에 동의하는 단체장이 설립 이전 추진 위원으로 참여하여 설립 이후에 이사나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고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참여한 각 단체장 중에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의철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예산 문제도 뒤따랐다. 더인디고 조성민 대표는 사회복지법인들이 언제까지 정부 예산을 받아가며 법인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이냐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제시된 영국의 사례도 정부 예산을 받아서 운동하지만 그 정부에서 받는 예산보다 회원에게 받는 예산이 더 많고, 그것에 대한 자기 결정 의지가 강해서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일 뿐 정부 예산을 받아가며 사회복지법인에 속해있으면서 통합을 꿈꾼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지장협 정의철 이사는 협의회가 설립이 되면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회복지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도 명실상부한 하나의 법정 단체가 되고 아울러 여러 행정 지원과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이동석 교수도 정부에 예산을 받는 것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장애인 단체들이 국고 예산을, 국민이 주는 세금을 받는다고 해서 정부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못내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다만 장애계 내에서 국고를 받는 단체와 국고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인 운동을 더 활발하게 하느냐 마느냐로 문제 삼는 의견에 있어서는 여전히 3개 우산조직들에 의해 당사자주의로 가느냐, 민중주의로 가느냐의 논란이 남아있는 것으로 토의가 마무리됐다.

장내의 시청자들 또한 대다수 협의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덧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장애인 당사자와 상관없는 장애인 단체가 난립 중이다.” “국가가 미처 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일을 단체가 대신하는데 그 일마저 자부담으로 하라는 건 국가의 직무 유기다. 모든 국고사업은 자부담을 폐지하고 인건비 비율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협의회를 구성한다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그에 맞는 단체들로 구성해야 한다.” “법률로 지정된 단체가 존재해야 장애인 의사를 대변할 권리가 주어지게 된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한편,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이슈가 이번에도 논의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함께 토론회를 주최한 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장애인 단체들이 협의회 설립 준비단을 꾸리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꾸준하게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한편 토론회는 장총련 유튜브 채널 세바우TV와 복지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다시보기 링크 ☞ https://www.youtube.com/channel/UC-jWASaXpPYlG4KlciIil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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