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인 더 늘어난다!… 보청기 관련 법 개정 촉구
난청인 더 늘어난다!… 보청기 관련 법 개정 촉구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4.22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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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 ‘눈앞’… 2015년 대비 보청기 급여액 4배↑
“보청기 쓴다고 잘 들리지 않아요!” 공항 탑승구 변경에 ‘우왕좌왕’하기도
중복장애인은 더 큰 장벽… 시각장애·난청인, “한 달에 한두 번은 내릴 역 지나쳐”
김윤덕 의원 발의한 개정 법률안 3개 계류 중… 장애벽허물기 등 입법 촉구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등은 22일 오전 국회 앞에서 보청기 사용자의 편의증진을 위해 법률을 개정해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난청 장애인들은 22일 보청기 사용자의 편의증진을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국회에 전달했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 등은 이날 국회 앞에서 보청기 사용자들의 불편함 해소해달라며 조속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나라 보청기 이용 인구는 약 2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61.8%가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보청기 이용자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청기 급여액은 2015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났다.

이 때문에 보청기 사용에 따른 사회적 장벽이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노화로 인한 난청 환자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기에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15%에 달하며, 부산의 경우 이미 19%를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2020년 11월 30일 보청기 사용자들의 편의증진과 관련해 교통약자법, 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셜포커스

보청기 관련 법률 개정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지난해 11월 30일 발의한 교통약자법, 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와 국회 전체회의를 거쳤다.

이 개정안들은 공항과 터미널, 항만 등 교통시설이나 강연장 등 공중이용시설에서 보청기 사용자들을 위한 전용 방송장치 등 청각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청기 이용자들은 “보조기기를 사용해도 비청각장애인만큼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기 성능과 환경에 따라 들리는 범위와 정확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사고 혹은 재난 상황에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법 개정안 내용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권홍수 씨, 오병철 센터장, 안재권 대표. ⓒ소셜포커스

청각장애인 권홍수 씨는 “청각장애인 지인이 제주도에 가려고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 탑승구가 바뀌었다는 방송을 못 들어서 부랴부랴 탑승구를 찾아야 했던 일이 있었다”고 한 일화를 밝혔다.

이어 “(이런 일이) 공항에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터미널이나 지하철역에서 연착 정도야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사고가 났을 때 방송을 못 들어서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등 중복장애인에게는 이러한 장벽은 더 높기만 하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이자 난청이 있어 보청기를 사용하는 오병철 동서울자립생활센터장은 “화면을 보고 역 정보를 알 수가 없는데다가 소음이 있으면 방송도 안 들린다. 내릴 역을 한참 지나쳐 내리는 일이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꼭 있다”며 일상 속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공와우 사용자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인공와우사용자모임 안재권 대표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투명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서 병원 수납 창구나 주민센터에 가면 소통이 어렵다”며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관련해 블루투스 등 관련 기기들에 대해서도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관련 법률 개정안 반영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텔레코일존’의 설치다. 텔레코일존은 청력보조기기를 통해서도 깔끔하게 멀티미디어 음향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된 공간이다. 해외에서는 히어링루프 또는 인덕션루프로 부르고 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텔레코일존의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 되어있기도 하다.

안재권 대표가 김윤덕 의원 보좌관에게 보청기 이용자 100명의 요구를 담은 청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는 “(개정안이 발의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도 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장애인의 날 행사 현장에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소외됐듯이 국회에서도 묻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고 법안 폐기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지금은 패션을 위해 일부러라도 쓰는 안경이 과거에는 굉장히 특수한 물건이었다”면서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 보청기도 보조기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물품이 될 것”이라며 미리미리 불편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실에 청각장애인 등 보청기 사용자 100인의 요구를 담은 청원서를 전달했다. 김윤덕 의원실은 이 청원을 수일 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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