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장애인 부모들의 생각은?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장애인 부모들의 생각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4.2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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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자녀 양육 스트레스↑ "멘토링, 자조모임 지원 원해"
활동지원사 '낮은 인성ㆍ학대' 우려... "가족지원제도 허용해 달라"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역할 정립, 지자체 의존형 예산 구조 탈피해야
26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에 따른 정책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장애인가족지원센터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26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에 따른 정책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복지대학교 유아특수보육과 김주영 교수와 중부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강은영 교수가 진행한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 연구’에 따르면, 집단면담에 응한 23명의 부모들이 ▲양육 스트레스와 자기 지원 ▲비장애 자녀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활동지원 서비스 3가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집단은 학령 전 장애 자녀의 부모들이었다. 부모들은 '긍정적 보상이 부족한 자녀와의 끝나지 않는 시간으로 인한 무기력과 우울감', '장애 자녀와의 의사소통 곤란', '아이 양육에만 몰입된 일상에서 오는 자기 존재의 부재감', '자녀에 대한 타인의 부정적 피드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무기력, 우울감으로 인한 만성 피로', '노후에 대한 불안', '경제적 불안정' 등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자녀가 성인기로 갈수록 스트레스의 정도가 완화되는 경향은 보였지만, 부모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개인적인 차원'에 그치는 정도가 많았다. 대부분 자기 성찰, 음악, 독서, 명상, 공연 관람, 오가며 만나는 동병상련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 자녀가 주간호소 센터나 직장에 있는 시간동안 동아리 활동하기 정도였다. 이들은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조 모임과 멘토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를 함께 키우는 부모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부모들은 학령기 이전에는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형제자매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적,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가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형제자매에 대해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재나 강의가 필요하고, 초ㆍ중등 학령 장애 자녀에게 ‘비장애 형제자매 캠프’, ‘비장애 형제자매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성인 초기 장애 자녀의 부모들은 비장애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 등 회환을 많이 이야기 했다. 한 참여자는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자녀 반만이라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나중에야 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지나쳤던 다른 자녀에 대한 관심 부족을 깨닫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부모를 위해 비장애 자녀에 대한 바른 양육 태도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은 높게 나타났다. 면담 참여자 모두 활동지원사의 ‘낮은 인성과 자질’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장애가 심한 아동 지원을 피하거나 장애아동을 학대하는 것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활동지원사 제도의 원래 목적이 장애인의 활동지원에 있다기보다 고용 창출 정책의 일환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따른다. 대부분 경제활동을 위해 신뢰할 수 없는 활동지원사에게 종일 장애 자녀를 맡겨 두기보다 차라리 경제활동을 멈추고 그 비용을 받으며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부모들에게 활동지원사 자격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한국복지대학교 유아특수보육과 김주영 교수(왼쪽)와 중부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강은영 교수(오른쪽)가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한국복지대학교 유아특수보육과 김주영 교수(왼쪽)와 중부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강은영 교수(오른쪽)가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실제로 호주에서는 ‘활동지원사’가 가족인 경우 금전적인 급여 이외에도 비금전적인 상담, 돌봄 정보, 휴식 급여 등 다양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중 '돌보미 휴식급여'는 돌보미에게 휴식을 제공해서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 소진을 방지하는데 주안점을 주는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사회보장성 급여로 정부의 일반 조세로 충당이 되며 급여를 받기 위해 소득보장 급여를 주관하는 센터 링크를 통해 신청하고, 급여 자격이 확정되면 역시 센터 링크를 통해 급여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의왕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신영은 사무국장은 장애인 가족의 종합적인 지원을 위해 지자체별로 의무적으로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애인 가족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조례를 제정하지만 조례만 있을 뿐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없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지자체 조례에 의해 설치ㆍ운영되기보다 법적인 근거 하에 설치ㆍ운영하도록 하여 장애인 가족들이 센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복지기관들이 장애인 가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지만 대부분 인력과 예산 문제로 단발성으로 그치고 있어 보조금과 인력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경우 지자체별로 조례에 의해 설치되다보니 보건복지부 소관 사회복지시설 종류에서 제외되어 기타시설로 분류되어 운영되는 실정이다. 법적시설로 인정받지 못하니 후원금품 영수증도 발행할 수 없어 모든 운영비 예산을 지자체에 의존해야 한다.

심지어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지원 대상도 지자체 별로 다르게 적용되어 일부 센터는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인복지관, 치료센터에서 사업을 진행하니 장애인 당사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못하게 하는 곳도 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지원금이 지자체별로 상이하고 대부분의 기관이 몇 년간 예산 동결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결국 운영비 삭감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반면 이병화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장애인가족지원 서비스와 관련하여 새로운 법률과 조례를 제정하기보다는 현재 시행되는 법률과 조례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인아동복지지원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해 명시하고 있고, 201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 가족 지원의 법적 근거를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지원사업 수행에 관한 조항들을 임의적ㆍ선언적 조항으로 규정함으로써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받는데 한계가 있기에 이런 점을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학생 대안학교 꿈더하기학교 김치훈 교장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정부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치훈 교장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먹을 것 없는 뷔페’로 비유하는 이유는 개개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살피고 그에 맞게 예산을 짜야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부터 정해놓고 거기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과 대상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과는 완전 반대 양상을 띠고 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발달장애인 종합대책 실현 또한 정치적 수사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26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가족지원에 대한 부모 욕구조사에 따른 정책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이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3조7천억 원이고 발달장애인 예산이 1천5백24억 원이다. 1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연수를 갔을 때 그 주의 발달장애인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수와 같은 20만 명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발달장애인 예산은 4조5천억원이었다. 이미 10년 전에 그 금액이었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1천5백24억 원이다. 오늘 토론회에 오기 전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올라섰고, 국민 1인당 GDP가 이탈리아를 추월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것이 과연 경제규모 10위권에 드는 나라의 복지인가싶다"고 꼬집었다. 

현재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기존의 장애인복지기관 및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의 역할이 중첩되어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는 많지만, 정보 제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부모들이 정작 모르거나 부모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서 벗어나 있는 경향도 보였다. 지속적으로 '장애인 가족의 욕구'를 면밀하게 파악해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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