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구국정신을 간직한 “양재시민의숲” (상)
윤봉길 의사 구국정신을 간직한 “양재시민의숲” (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4.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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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4월 29일, 89년 전의 오늘이 윤봉길 의사 상하이 의거일
훙커우공원 일본 잔치상에 폭탄 던져 일제 군·관·민 수뇌부 동시 처단
매헌윤봉길기념관 품은 양재시민의숲, 애국정신 함께하는 교육·힐링장
이동약자 접근성 우수하고, 사시사절 색다른 숲 체험으로 인기 만점

1932년 4월 29일, 89년 전 바로 오늘이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훙커우공원(虹口公園),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단상에서 폭탄이 터졌다. 한국의 독립투사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주재 일본의 수뇌부를 한꺼번에 살상케 하여 세계만방에 한국의 독립의지를 각인시킨 대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일본은 상해사변을 일으켜 상하이 주변의 중국군을 쫒아내고, 사실상의 지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상해사변 승전기념과 '천장절'이라고 하는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상하이의 대표공원인 훙커우공원에서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일본 교민들과 시민 등 수만 명이 참석했다. 단상에는 상하이 주둔 육ㆍ해군 사령관을 비롯하여 주중공사, 거류민단장 등 일본의 군ㆍ관ㆍ민 최고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행사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던 시각, 축하객으로 위장하여 입장한 윤봉길 의사는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단상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 폭탄은 명중했고,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모두 담은 듯 거대한 폭음을 일으켰다. 윤봉길 의사는 그 자리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댔다. 그리고 체포되었다.

시라가와 육군대장이 사망했고, 단상에 함께 있던 노무라 해군사령관, 무라이 총영사, 시게미스 주중공사 등이 다리를 절단하거나 실명을 할 만큼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중상을 입은 가와바타 상하이 거류민단장은 다음 날 사망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많은 기자들과 해외 특파원들이 있었다. 이 소식은 당연히 세계로 퍼져나갔고, 주요 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다. 전 세계에 일본의 위상을 떨쳐 보이려 했던 전승 행사는 그들에게 치욕스러운 결과를 남겼다. 그리고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 중국 등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 당사국들은 환호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윤봉길 의사는 오사카(大阪)로 이송되었고,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1932년 12월 18일 이시가와현 가나자와의 육군공병작업장에서 총살형이 집행되어 순국했다.

“중국의 100만 대군과 4억의 중국인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 청년 한 명이 해냈다.”

이 말은 중국의 장제스 총통이 이 사건을 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그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게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 줄어들면서 한국 교민들에 대한 인식도 확 달라졌다.

장제스 총통은 2차 세계대전 후의 처리를 위한 1943년 카이로 회담에서, 한국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의 요청으로 미국과 영국의 정상들을 설득하였다. “일본이 항복하면 대한민국은 곧바로 독립국이 되어야 한다고...”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항복했다. 그리고 많은 식민지국들이 전후 몇 년이 지나서 독립국가가 되었던 것과 달리 한국은 곧바로 주권을 되찾았다.

오늘 오전 10시,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공원 내 윤봉길기념관에서 상하이의거 89주년 기념식을 한다. 기념식 실황은 유튜브로 생중계가 되는데,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기념관 중앙홀 벽면에 그려진 의거 순간의 기록화 ⓒ소셜포커스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의 건물의 모습 ⓒ소셜포커스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의 건물의 모습 ⓒ소셜포커스
의거를 앞두고 각오를 다진 윤봉길 의사의 모습과 선언문 ⓒ소셜포커스
윤봉길 의사의 출생부터 순국에 이르는 경로를 소개한 전시물 ⓒ소셜포커스
윤봉길 의사의 출생부터 순국에 이르는 경로를 소개한 전시물 ⓒ소셜포커스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장소를 재현한 모습 ⓒ소셜포커스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장소를 재현한 모습 ⓒ소셜포커스
의거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들 ⓒ소셜포커스
의거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들 ⓒ소셜포커스
2차대전 후 한국의 독립을 약속했던 카이로 회담에 참석한 미국 영국 중국의 정상들 ⓒ소셜포커스
2차대전 후 한국의 독립을 약속했던 카이로 회담에 참석한 미국 영국 중국의 정상들 ⓒ소셜포커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시민의숲” 공원, 이 공원은 중심부에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품고 있다. 공원의 위치는 서울지하철 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과 맞물려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우수하다. 더구나 공원은 평지를 이루고 있어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이다.

양재시민의숲은 우리나라 최초로 숲 개념을 도입한 공원이다. 도심의 평지에서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관문이었던 양재 톨게이트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자 공원으로 조성되어 1986년에 개장하였다.

지하철역 양재시민의숲역에 내리면 바로 역사 안에서 윤봉길의 어록 등을 소재로 하는 여러 가지 장식물을 만나게 된다.

양재시민의숲의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은 공원 개장 2년 후인 1988년에 개관하였다. 서울시는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농촌계몽과 의열투쟁을 했던 윤봉길 의사(1908~1932)의 삶과 업적을 알리고, 그 정신을 선양할 목적으로 건설하였다.

2018년엔 전시실 개선공사를 실시하여 새롭게 재개장했다. 다양한 전시 자료와 유물을 소개하고, 중앙홀에선 AR, VR, 크로마키 등 최신 영상체험도 가능하다. 제1전시실은 출생에서 칭다오 생활까지, 제2전시실은 상하이 의거부터 카이로 선언까지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공원을 관통하는 매헌로를 기준으로 북측 구역에는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바닥분수, 어린이놀이터, 테니스장, 바비큐장 등이 있다. 사계절 풍경이 아름다워 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양재시민의숲 공원을 안내하는 간판 ⓒ소셜포커스
공원숲 위로 윤봉길 기념관의 지붕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소셜포커스
4월의 싱그러움으로 둘러싸인 공원 내 윤봉길 동상의 모습 ⓒ소셜포커스
양재시민의숲역(驛) 역사(驛舍)의 내부를 장식한 윤봉길 의사 기념물 ⓒ소셜포커스
양재시민의숲공원의 안내도 ⓒ소셜포커스

필자는 작년 가을 단풍철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윤봉길 의거 기념일을 앞두고,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을 둘러볼 겸 하여 다시 찾았다.

작년 가을엔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과 곳곳에 장식된 가을꽃이 공원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데 이젠 벚꽃 절경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서, 연초록 녹음이 공원 전체에 깃들었다. 그리고 곳곳의 화단에는 튤립을 비롯한 각종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경쟁한다.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사시사철 꽃장식과 시설관리에 수고했을 이 공원 관계자들에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이 공원의 널찍하고 평평한 산책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대다수의 공원에서 발견되는 산책로의 울퉁불퉁한 페빙스톤 구간 등이 이 공원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만큼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들이 이용하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요철현상을 일으키는 페빙스톤(돌을 거칠게 사각으로 깍아서 만든 블록)이나 자연석으로 깔아진 노면, 계단 통행로 등은 이동약자에게 치명적인 불편을 주거나 이용을 불가능하게 한다.

요즘의 많은 도시공원에는 유아차를 휴대한 가족단위 방문자가 많고, 보행보조 장비에 의지하는 노인들도 많이 찾는다. 그런데 대부분 공원의 환경은 탐방로에 요철구간이 많다. 요철구간은 이동약자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준다. 이제 공원설계의 페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관계자들의 인식변화가 잘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

양재시민의숲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우수한 공원이다.

또한 세련된 외관의 화장실에는 장애인 화장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남녀 공간 및 일반 화장실과 구분되어 있다. 일반화장실 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경우에 이성의 활동보조를 받는 장애인에게는 불편한데 이 공원에서는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게다가 내부공간도  널찍널찍하여 휠체어가 마음대로 회전할 수 있어 좋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급수대는 주변에 단차가 없어서 휠체어 접근이 용이하다. 일부 단차가 있는 경우에도 경사로가 함께 설치되어있다.

화려한 단풍으로 장식한 공원 풍경(작년 가을에 찍었다) ⓒ소셜포커스
화려한 단풍으로 장식한 공원 풍경(작년 가을에 찍었다) ⓒ소셜포커스
싱그러운 연초록이 뒤덮은 공원 풍경(며칠 전에 찍었다) ⓒ소셜포커스
싱그러운 연초록이 뒤덮은 공원 풍경(며칠 전에 찍었다) ⓒ소셜포커스
계절별로 새로운 조경을 선보이는 화단 풍경(직원들의 수고를 엿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계절별로 새로운 조경을 선보이는 화단 풍경(직원들의 수고를 엿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다양하고 세련된 모습의 화장실 외관, 그리고 장애인 화장실의 널찍한 내부  ⓒ소셜포커스
다양하고 세련된 모습의 화장실 외관, 그리고 장애인 화장실의 널찍한 내부  ⓒ소셜포커스
곳곳의 급수대는 주변에 단차가 없어 휠체어 접근이 용이하다. ⓒ소셜포커스
곳곳의 급수대는 주변에 단차가 없어 휠체어 접근이 용이하다. ⓒ소셜포커스

물론 이 공원이라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옥에 티처럼 가끔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공원 탐방로 주변에는 군데군데 벤치에 앉아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많다. 그러나 탐방로와 벤치 사이는 단차를 이루는 곳이 많아 휠체어 등이 바로 접근하기 어렵다.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함께 이동하다 보면 이동약자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언제가 보라매공원에 갔을 때 탐방로의 벤치 옆에는 항상 이동약자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표시해 둔 것을 매우 인상 깊게 보고 본지에도 소개한 적이 있다.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는 방문자들을 위한 편의점이 있다. 음료수나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동약자도 불편 없이 이용해야 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출입구에는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가 휠체어 출입을 거부한다.

많은 공원이나 공공장소에서 느끼는 일이다.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운영하는 구매매점 등 편의점은 민간이 임대받아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시설의 소유주는 엄연히 국가나 지자체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설주가 그 시설을 누구나 차별없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관리할 책임도 있다.

필자는 공원관리사무소에 들렀다. 한 여성 주무관이 반갑게 맞이했다. 낮선 방문객이 출입구에서 코로나 체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본 주무관은 업무노트와 필기구를 챙겨 상담석으로 나오면서 미리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담장소로 이동하자 “박미란 주무관”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공원 탐방 중 발견한 몇 가지 문제점을 말하면서 개선을 건의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귀중한 의견이라고 하면서, 최대한 빨리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친절한 자세로 방문자의 의견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면서, 노트에 차곡차곡 빠짐없이 받아 적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공원을 취재하면서 흔히 겪은 일은 아니었다.

탐방로 주변의 벤치는 진입로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이동하다가 장애인은 중간에 외톨이가 된다. ⓒ소셜포커스
탐방로 주변의 벤치는 진입로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이동하다가 장애인은 중간에 외톨이가 된다. ⓒ소셜포커스
장애인도 관광지나 공원에서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곳이 왜 그렇게 많을까? ⓒ소셜포커스
장애인도 관광지나 공원에서 구내식당이나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곳이 왜 그렇게 많을까? ⓒ소셜포커스
공원 내 수변시설, 징검다리·계단형 통로 3개중 1개만이라도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소셜포커스
공원 내 수변시설, 징검다리·계단형 통로 3개중 1개만이라도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소셜포커스
방문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던 공원관리사무소 ⓒ소셜포커스
방문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던 공원관리사무소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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