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가 다른 경사판, 편의시설 아닌 위험시설
용도가 다른 경사판, 편의시설 아닌 위험시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9.10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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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통로 별도설치보다 일반통로 같이 이용하는 구조가 최선
공중시설 신축할 때 통행시설, 이동약자 기준에 맞추면 만사형통
휠체어 통행용 임시경사판 차량용으로 잘못 설치한 곳 너무 많아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경사판
휠체어 통행이 어려운 경사판 ⓒ소셜포커스

인감증명이 필요하여 직장 근처의 주민센터에 갔다. 참 요즈음은 행정복지센터라고 하던가? 동사무소에서 주민센터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다. 명칭이나마 “동직원이 일하는 곳”이라는 단순한 사무소 개념에서 주민 우선으로 바뀌더니 이제 복지 위주로 진화했다. 이런 게 다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도 참 친절했다.

자주 방문하는 그 행정복지센터는 2층 건물에 불과하지만 최신 건물이라서 엘리베이터도 갖추어져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방문하기가 한층 편해졌다. 그러나 그 최신 건물도 이용할 때마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당 겸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옥외 공간에서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양쪽에 있다. 하나는 민원창구가 모여있는 메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중앙의 주출입구고 하나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화장실 및 승강기 쪽으로 들어가는 부출입구다. 2개의 출입문 바닦면의 높이는 모두 옥외에서 불과 한 뼘 정도에 불과하다. 양쪽 모두 무단차 경사형 진입로로 만들기에 충분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민원창구로 바로 진입하는 주출입구는 단차 구조이고, 부출입구는 경사형 구조다. 따라서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유아차를 밀고 가는 사람이라면 부출입구로 우회하여 민원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에서 비장애인은 빠른 길로 들어가고, 장애인은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크게 먼 거리는 아니라서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더구나 승강기도 없는 행정복지센터가 얼마나 많은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입장에서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필자가 거주하는 동네의 행정복지센터는 지은 지가 오래되어 그런지 엘리베이터가 없다. 1층 민원실로 접근하는 데는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2층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이용할 수가 없다. 요즈음 행정복지센터는 취미교실 등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복지 프로그램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민원창구가 없는 2층의 다목적실 등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이동약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시 직장 근처의 최근 방문했던 행정복지센터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신 시설임에도 민원실에 들어가는데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빠른 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별도의 우회통로를 이용하게 되어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최단거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동법 제3조(편의시설 설치의 기본 원칙)에는 “ … 장애인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차별없는 사회란 장애인을 위한 통로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통로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불편 없이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실용적으로도 휠체어가 다니기 편리한 구조라면 비장애인이 다니기에는 더욱 편리한 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러한 예민한 상황까지 인식을 바꾸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까?

아무튼 필자가 방문했던 행정복지센터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공시설에서 주출입구를 장애인·비장애인이 같이 이용하게 하는 구조보다는 한쪽 구석에 장애인 전용통로를 별도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런데 그러한 구조가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기어이 문제점을 드러냈다. 많은 공중시설에서 방역 조치를 위한 출입자 통제 때문에 출입구를 단일화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주출입구로 통합되고, 경사로 등을 갖춘 부출입구는 폐쇄된다.

이번에 방문했던 행정복지센터도 그랬다. 휠체어를 타고 평소 이용하던 통로는 폐쇄되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주출입구 한 곳만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리고 주출입구에는 이동약자의 출입에 대비한 이동식 간이경사판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경사판이 문제다. PVC로 제작된 간이경사판은 휠체어용이 있고 차량용이 있는다. 그곳 설치된 것은 차량용으로 보였다. 차량용은 경사판 하단이 뭉텅한 구조로 되어있어 단차가 발생하거나 순간적인 급경사가 발생한다. 휠체어가 통행하는데 매우 위험하다.

휠체어용 경사판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한 경사판을 구입할 때 필요한 높이와 함께 휠체어 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얼마든지 휠체어용 경사판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우리 생활 주변 휠체어 통행이 필요한 곳에 설치된 임시경사판은 차량용이 훨씬 많다. 일부 요인는 차량용을 구분하지 않고 판매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무엇인가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복지센터의 팀장급 직원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문제점을 설명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그랬더니 실제 이용자의 입장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당장 교체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들어올 때 위험을 무릅쓰고 어렵게 들어왔는데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고 했더니 직원 두분이 따라 나왔다. 두 분이 휠체어 앞뒤를 붙잡고 버텨줘서 간신히 내려왔다. 내려올 때 두 사람이 앞뒤에서 붙잡고 있었는데도 육중한 전동휠체어가 급경사를 순식간에 추락하듯이 위태롭게 내려가는 것을 목격한 직원들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미안하다면서 정중한 사과를 반복했다. 그리고나서 팀장급 직원은 아래 직원에게 지금 당장 휠체어용으로 새로운 것을 구입하라고 지시를 했다.

애초에 공공시설을 설계하면서 주출입구나 부출입구를 누구나 똑같이 접근이 가능한 시설로 만들었더라면 이런 문제점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게 아닌가?

우리 사회는 이처럼 시설 관계자의 인식부족에서 오는 불편시설과 위험시설, 그리고 차별적 요소가 생각보다 많다. 체계적인 인식개선 교육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어느 행정복지센터의 단차가 있는 주출입구와 경사로를 설치한 부출입구, 주출입구에도 경사로 설치가 충분한 공간이다.
어느 행정복지센터의 단차가 있는 주출입구와 경사로를 설치한 부출입구, 주출입구도 경사로 설치가 충분한 공간이지만 설치되지 않았다. 가운데 임시경사판은 휠체에 통행이 곤란한 구조다.  ⓒ소셜포커스
코로나로 인해 폐쇄된 부출입구
코로나로 인해 폐쇄된 부출입구 ⓒ소셜포커스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경사판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경사판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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