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학생이 어린이집에?" 입학유예한 장애아동 1천명 넘어
"14살 학생이 어린이집에?" 입학유예한 장애아동 1천명 넘어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10.20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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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갈 준비' 안 돼서 못 보냈다" 31%
빨라지는 하교시간, 맞벌이는 감당 못 해
어린이집도 특수교사 인력난... 적기취학 대책 필요

중증 뇌병변 장애아동 진아(가명)는 올해 11살인데도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몸이 불편한 아이의 노후 비용까지 모으고자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학교에 가면 하교 시간이 당겨져서 돌봐줄 사람이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지적장애가 있는 7살 민지(가명) 역시 특수학교 입학을 미뤘다. 아이의 어머니는 “누가 자기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겠느냐”, “보내더라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 것”이라 설명한다. 요즘 민지는 학교를 가기 위해 언어치료센터를 다니면서 ‘좋아요, 싫어요, 선생님’ 이 세 단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동갑내기 진호(가명) 역시 입학을 미루고 어린이집에서 숫자를 배우고 있다. ‘열을 셀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말하면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인내심을 길러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입학 시기를 놓치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장애아동이 전국에 1천295명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만 6~8세 어린이가 1천104명(85.3%)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 1학년 나이(만 12세)도 30명에 달했다. 정부가 국내 장애아동의 취학유예 실태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당수는 이른바 ‘학교 갈 준비’ 때문에 취학유예를 선택하고 있다. 장애아동 부모 31.0%는 장애 호전 후 입학시키고자 한다고 응답했고, 학교 적응이 어려워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부모도 28.0%였다. 장애아동은 몸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입학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그 부담을 대부분 부모가 감당하는 상황이다.

장애아동이 학교에 입학하면 생기는 보육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어 입학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교마다 규모와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방과 후 돌봄교실 정원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거나 교사가 부족해 종일반 돌봄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이런 경우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 맞벌이 부모는 더 큰 돌봄 부담을 안아야 한다.

결국 부모와 어린이집이 고스란히 돌봄과 치료, 교육의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장애아전문 어린이집, 통합어린이집도 모두 특수교사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8월 기준 장애아동 보육기관 1천469개소 중 408개소에서 588명의 특수교사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장애아동 보육기관 상당수가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따른 배치기준 절반에 못 미치는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은 약 67%,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은 약 22%가 기준에 미달했다.

이 문제를 제기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은 교육부의 몫이지만 장애아동 보육에 있어 복지부의 책임 역시 크다”라며 “적기 취학을 위한 부처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당장 현실적으로는 열악한 장애아동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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