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없던 일로?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없던 일로?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12.15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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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갈 곳을 잃어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무산되나.
금년도 수차례 세법 개정에도 해당조항 미반영, 개정기미 아직 없어
고가주택 1세대1주택 비과세 양도가 상한액, 9억 → 12억 쾌속 상향

알기 쉬운 세금 이야기 [59]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 없던 일로?

금년 3월 초, 새봄이 시작되자마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직원들이 신도시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다시 뽑는 4·7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둔 정국을 강타했고, 민심이 요동쳤다. 성난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은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에도 영향을 미쳤다.

안 그래도 몇 년 사이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무주택자가 많은 젊은 세대의 불만이 가중되어왔는데, 토지 투기문제까지 터졌으니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놀란 정부는 3월 29일 대통령 주재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 날짜로 11개 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발표했다.

“LH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내고 부동산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였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때 발표한 대책 중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강화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2022년 1월부터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율 할증율을 10%에서 20%로 상향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서 할증율이란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위해 기본 누진세율에 가산하는 비율을 말한다. 세무전문가 또는 관심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발표대로 관련 세법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을 가정하고 토지 보유자에게 처분을 권고하는 등 세금 폭탄에 대비해왔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대책을 발표하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본지에서도 지난 4월 8일자에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와 세금폭탄”이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칼럼을 실었다.

그러나 그 대책이 발표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그 문제가 개정세법에 반영된다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 12월 8일까지 소득세법 개정이 4차례나 있었지만, 역시 그 문제는 들어있지 않았다. 연말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될 내년도 시행예정 세법개정안에도 그 문제는 발견할수 없다.

국회에서는 지난 6월 1일자로 양경숙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이 문제를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10503)이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진행사항이 없이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반달밖에 안 남은 연말까지 세법개정에 이를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유력 언론사들은 여당 관계자의 말을 빌려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이 철회될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비사업용토지 중과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은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수의 투기꾼을 잡자고 다수의 토지 보유자를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12월 종부세 폭탄으로 민심이반이 가중되자 정책을 바꾼 것은 아닐까? 주택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기 위하여 고가주택에 대한 1세대1주택 비과세 기준도 9억원을 12억원으로 올렸다. 급하게 세법을 개정하고 초고속으로 확정하여 지난 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보면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중과문제도 철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말이 다 되도록 개정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세무사들도 이와 관련한 세무상담에서 세법개정을 가정해 비사업용 토지를 내년에 파는 것보다 금년에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공인중개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한 팔지 않아도 될 토지를 급하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토지가 필요해서 취득하려는 쪽에서는 최근까지도 “내년에 파는 것보다는 금년에 파는 것이 훨씬 유리하니 빨리 계약을 하자”고 유도하는 경향이 많았다.

최근 보유했던 비사업용토지를 처분한 A씨는 당초 예상됐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땅을 팔았다. A씨는 10여 년 전에 구입한 이 토지를 계속 보유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세율인상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의 내용이 들어가면서 올해 중 땅을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민심의 영향으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지만, 대통령까지 참여하여 마련한 부동산 대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피해자까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3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수록자료에서 관련사항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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