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에 장애인 ‘들러리’ 세워
선거유세에 장애인 ‘들러리’ 세워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2.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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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코로나19에도 제20대 대통령선거 열기는 뜨겁다. 저마다 대통령 적임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미 악습으로 굳어진 선거판 흑색선전도 여전하다. 후보 폄하에 대한 대응도 모두 판에 박힌 모습이다. 일단 모략으로 몰아간 뒤 상대를 다시 헐뜯는 식이다.

사회적 약자를 앞세운 통합 코스프레도 빠지지 않는다. 포용을 통해 사회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연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을 지역유세 현장에 동원하기도 한다.

최근 한 대선후보는 충청권 유세에서 휠체어 장애인과 유세차에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연단에 올랐다. 이날 그는 “곧 대통령이 3월 10일 당선되면 집무실 만들어서 근무할 곳인데 이렇게 좁아서 되겠냐”며 “전국의 공공기관들 지방으로 옮겨서, 함께 사는 균형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곧바로 경쟁후보 저격에 나섰다. 그는 “이 지역 근처에 사드를 설치하겠다고 하고, 가만히 있는데 괜히 선제타격하겠다고 해서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것은 안보 위기를 조장하고 국민의 고통을 이용해서 표를 얻는 신형 총풍과 북풍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규칙을 안 지키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가족들 비리도 봐주고, 주가 조작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자기가 해놓고 남한테 덮어씌우고 이러면 되겠냐“며 “공정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우리 국민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세 내내 장애인은 커녕 사회적 약자 관련 언급도 없었다. 이날 함께 연단에 오른 휠체어 장애인이 머쓱해 할 지경이다. 이들의 기획과 연출에 동원된 들러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승리도 개인이나 캠프 몫으로만 챙길 셈인가? 어느 누구도 일반시민을 선거 들러리로 취급할 수는 없다. 하물며,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후보와 함께 연단에 오른 장애인 당사자 심정이야 오죽할까.

물론, 선거 때인 만큼 상대후보와 경쟁은 불가피하다. 선거전략상 비방에 가까운 거친 공방이 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마음을 짓밟아선 안된다. 애꿎은 장애인을 들러리로 세우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사회포용과 통합을 말하기 전에 자성부터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성찰해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보듬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통합과 국가지도자 자격을 논하려면 더욱 그렇다. 대중들은 좀 더 상식적이고 품위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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