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장애인 인식 ‘후진국’ 수준
선관위 장애인 인식 ‘후진국’ 수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3.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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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사무 지침에 장애인 차별표현 유지
맹인, 불구, 원조 등 표현 60년째 남아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선거당국의 장애인 인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선거법령과 지침에 장애인 차별표현을 두면서다.  처음 만들어진 지 60년 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맹인, 불구, 원조 등 표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애초 국가인권위 시정권고도 아랑곳없는 모습이다. 반면 관계당국은 정치권과 책임공방에 열을 올린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 송경근 판사는 내달 대통령선거 투표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임시 허용하는 내용의 조정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의 투표관리 지침 개정안을 일부 인용했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 문구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무자(중앙선관위)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사항 중 별지 기재 문구를 향후 개정함에 있어 채권자(발달장애인 권익 옹호단체 등)와 신의 성실에 따라 협의한다”라고 판시했다.

선관위는 관련지침에서 투표보조 제한을 없앴다. 당초 ‘시각 또는 신체 장애인 선거인’을 ‘장애등록 여부 및 장애유형과 무관하게’로 고쳤다. 그러나, ‘혼자 기표할 수 없는 증상’ 문구는 남겨뒀다. 이 중 ‘증상’은 환자의 병이나 상처의 상태를 말한다. 장애인을 마치 환자처럼 취급하는 차별적 표현이다.

이런 차별표현은 선거법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민투표법은 제59조에서 맹인 기타 신체 불구로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정한 사람 2인을 동반해 투표를 원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맹인, 불구, 원조는 차별적 표현이다. 모두 장애인 당사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들이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불완전한 인격체란 뜻이다. 맹인은 시각장애, 불구는 (신체)장애로 고쳐야 한다. 원조도 지원으로 바꿔 쓰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당초 1962년 제정 이후 지금껏 유지돼 왔다. 그간 15차례 개정에도 해당 문구는 바뀌지 않았다.

일각에선 책임공방에 혈안인 공직사회 탓이란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장애인 비하 표현 하나 고치는데 수 십년 넘도록 정부와 국회는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며 “공직사회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우리 사회 전반에는 아직도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불완전한 인격체로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선거당국은 책임 소재 앞에서 한 발 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 관계자는 “투표관리 매뉴얼 중 장애인 등이 불편하게 느낄 만한 표현들은 유관단체와 기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국민투표법이나 시행령 개정은 정치권이 앞장서 주면 구체적인 보완사항을 살펴 고쳐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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