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청 장애인 화장실은 비품창고?
강진군청 장애인 화장실은 비품창고?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4.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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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시설 감독기관 군청… ‘자체 시설부터 엉망’
본관 출입구, 주차장 통로 등 장애인 위험시설 개선 시급
다층 구조 공공청사, “휠체어 승강시설 없으면 장애인 차별행위”
장애인 화장실에 적재된 소모품이 휠체어 회전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화장실에 적재된 소모품이 휠체어 회전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장애인 화장실이 비품창고인가요?” 전남 강진군청 이야기다. 이 외에도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강진군청을 방문했던 필자는 본관 건물 1층 화장실을 이용하게 됐다. 노후 된 청사라 그런지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일반 화장실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공간을 비집고 통과해야 간신히 접근할 수 있다. 만일 남성 장애인이 여성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라면 동반 출입이 어렵다.

그런데 어렵게 접근한 장애인 화장실 문을 열자 가구 하나가 버티고 있다. 용변을 보고나서 세면대를 사용하려는데 전동휠체어 회전이 어렵다. 가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구를 열어보니 화장지와 건물 전체 화장실에서 사용할 소모품이 가득 들어 있다.

청사 별관에 있는 민원봉사과 옆에도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다. 장애인 화장실은 비품이나 소모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런데 그곳에도 용도를 알 수 없는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다.

본관 건물 중앙 출입구엔 한 뼘 정도의 단차를 해소하기 위해 임시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불완전하고 위험한 구조다. 경사로와 문턱 사이에 4cm 높이의 단차가 형성되어 있다.

관련법은 수평 통로라고 하더라도 휠체어 통행을 위해서는 단차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허용 단차는 2cm 이내여야 한다. 그런데 경사진 곳 상단의 4cm 단차는 평지에서 10cm높이의 단차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경사로의 상단에서는 특히 더욱 위험한 구조다. 순간적인 급경사로 인해 휠체어가 올라가다 뒤로 꽈당 넘어질 수도 있다.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구조다.

시·군·구청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모든 공중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지도·감독기관이다. 다른 기관이나 민간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를 지도하고 위반 시 과징금 등 처벌도 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군청 등 지자체는 자체 시설에서부터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한다.

현관으로 연결되는 경사로에는 4cm 높이의 단차가 있다. 위로 올라가는 휠체어가 단차에 걸려 뒤로 전복할 우려가 높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통행로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경우 [A]처럼 단차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경우 [B]와 같이 시공되어 4cm의 단차가 있다. 이 경우 하단의 단차 [C]의 경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휠체어가 올라가다 순간적으로 만나게 되는 턱에 걸려 뒤로 넘어질 수 있다. 장애인의 머리가 먼저 땅에 부딪칠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강진군 청사의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청사 건물 오른쪽으로 2개의 주차장이 나란히 있다. 지형의 고도차가 있어 뒤쪽 주차장은 앞쪽 주차장보다 약간 높다. 뒤쪽 주차장에서 민원봉사과가 있는 별관 쪽으로는 데크 경사로가 설치되었다. 계단이 아닌 경사로 구조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휠체어 이동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사로를 내려가면 아래쪽 끝에서 한 뼘 정도 높이의 단차를 만나게 된다. 휠체어는 통과할 수 없는 구조다. 아래쪽에서 바라볼 때는 단차가 바로 보이기 때문에 진입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 방향에서 내려갈 경우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휠체어에 앉아서 아래쪽을 내려다 볼 때는 단차가 보이지 않는다. 휠체어 장애인은 주차장에서 민원실 쪽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를 발견하면 당연히 그쪽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내리막길에 가속도가 붙은 휠체어가 단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통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휠체어는 추락하고 사람은 앞으로 거꾸러지면서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다. 자칫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히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청사 내에 건물 간 이동 통로의 일부는 노면에 자연석이 깔려 있다. 자연친화적 발상이었을까? 어느 공공청사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구조다. 그러나 이 구조는 노면의 요철 현상 때문에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 등 이동약자가 매우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도 이곳 청사를 방문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을 때라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그 때 자연석이 깔린 통로로 이동하다가 요철 현상으로 인해 결국 넘어진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힘들게 일어났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됐었다. 그때 느꼈던 수치심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자연석이 깔린 노면은 공원 등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이동평등권 차원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공법이다. 이동약자에게 피해가 없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자연 친화적 시공은 가능하다.

강진군 청사 노면에 깔린 자연석의 요철현상은 이동약자를 힘들게 한다. ⓒ소셜포커스

강진군청 청사는 4층 건물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2층까지만 운행하는 구조다. 민원인이나 직원이 장애인이라면 3~4층은 접근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도 어렵다.

관계자에게 “장애인 직원이 3~4층에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장애인 직원은 1~2층에 있는 부서로만 배치한다”고 했다. 이런 생각이 바로 장애인 차별행위다.

1~2층에 근무하는 직원도 업무를 하다 보면 3~4층을 방문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강진군청은 군의회 사무실이 3층에 있다. 이런 청사 구조에서는 장애인 직원은 의회 접근도 어렵다. 강진군에서 거주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의회 출입을 못하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층 이상의 공공시설에서 승강기 미설치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다면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2011년 8월 22일)는 결정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장애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진군 청사의 장애인 불편시설은 모두 장애인 차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내용이다.

지대가 높은 위 주차장에서 아래 주차장 및 별관(민원실) 쪽으로 내려오는 경사로 하단의 단차, 휠체어가 멋모르고 내려오다 추락할 위험이 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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