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하 발언 국회의원 ‘면죄부’
장애 비하 발언 국회의원 ‘면죄부’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15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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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애인차별구제 소송 원고 패소판결
곽상도 전 의원 등 6명 손해배상책임 면해
왼쪽부터 국민의힘 곽상도·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국회의원.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 비하 표현을 한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면죄부 판정을 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발언을 문제삼은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기각했다. 혐오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청구 취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두며 전·현직 국회의원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선 사법부의 편향되고 폐쇄적인 장애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홍기찬 부장판사)는 조태흥 활동가 등이 국민의힘 곽상도·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을 기각했다. 같은 내용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각하했다.

곽상도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쪽 눈을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썼다. 외눈박이는 한 쪽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등을 낮잡아 부른 말이다. 허은아 의원은 2021년 2월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했다.

또, 조태용 의원은 2021년 3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윤희숙 전 의원도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 진단할 수 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라고 썼다. 김은혜 의원 역시 2021년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대변인 논평에서 ‘친일 낙인 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후보에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라고 썼다.

이밖에 이광재 의원은 2020년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현병, 정신분열, 벙어리, 절름발이 모두 장애 비하 표현이다.

이에 원고들은 지난해 4월 이들에게 1인당 위자료 100만원씩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박 의장에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와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 모욕 발언 금지 규정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춰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각 표현이 장애인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관련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 평가하게 되면 모욕죄 및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비하 발언이라는 것을 인정했는데도 청구 취지는 받아들이지 않아 여전히 편향되고 폐쇄적인 장애인식을 가진 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며 “의뢰인들과 항소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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