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또 장애인 발 빠짐 사고
서울지하철 또 장애인 발 빠짐 사고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4.19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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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지체장애인 시민 도움으로 참사 피해
사고 재발방지 약속 입에 발린 ‘헛구호’ 지적
시민들의 도움으로 발을 뺀 환자에게 응급조치 중인 서울 중부소방서 구급대원들. ⓒ연합뉴스
구급대원들이 시민들 도움으로 발을 뺀 A씨에게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서울 중부소방서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서울시가 장애인 교통안전 대책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지하철 승강장 발빠짐 사고에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매년 지적받는 자동안전발판 설치도 해묵은 과제가 돼 버렸다. 그새 시를 향한 불신과 공포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결국, 안전사고 재발 방지 약속 역시 입에 발린 헛구호란 지적이다.

19일 서울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께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20대 지체장애인이 승강강 틈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A(24) 씨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오른쪽 다리가 끼어 옴짝달싹 못했다. 그 순간 당황하고 덜컥 겁까지 나 어쩔 줄 몰랐다. 그러다 낀 다리에 고통이 느껴지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A씨는 어떻게든 혼자 발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낀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 시민들 도움으로 끔찍한 사고는 피했다. 같은 칸에 있던 승객 30여 명이 A씨를 도우려고 나섰다. 이들은 승강장 틈을 벌리기 위해 열차를 밀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씨름하다 마침내 A씨 다리를 빼냈다. 이후 A씨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급대원에 인계됐다. 그는 주변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승객은 “한 눈에 봐도 체구가 굉장히 작고 팔 길이도 짧아 몸이 불편하신 분이란 걸 알았다”며 “지하철 출입문 근처 남자 승객 몇 명이 다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안되자 다른 승객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와 전동차를 밀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자칫 참변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간 발빠짐 사고 위험 경고도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는 1~9호선 296개 역(승강장 2만423곳)을 관리한다. 이 중 전동열차와 승강강 간격이 10㎝ 이상인 곳은 179개 역 3천647곳이다. 모두 자동안전발판 등 안전설비 설치 의무대상이다.

그러나, 자동안전발판 설치 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3호선 경찰병원역과 9호선 한성벽제역 두 곳 뿐이다. 이들 역 승강장 16곳에 자동안전발판이 설치돼 있다. 승강장 1천567곳 중 40곳은 열차와 10㎝ 이상 벌어져 있다. 공사는 2015년 관련설비 설치계획을 내놨지만,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시스템 구조, 유지보수 등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승강장 발빠짐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04건과 96건을 기록했다. 그러다 2020년 들어 46건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실제, 1~9호선의 연간 수송 인원을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 17억5천169만 여명, 2019년 17억9천971만 여명에서 2020년 13억758만 여명으로 24%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13억1천846만 여명을 기록했다.

그러자 뒷걸음질 치는 장애인 교통안전 대책 문제가 또 제기된다. 사후약방문식의 안전사고 재발방지 약속에 대한 불신으로 보인다. 한 휠체어 장애인은 “지하철역에서 장애인 발빠짐 사고가 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사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다 끝날 판”이라며 “사고는 끊이지 않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서울시와 교통공사 말만 믿고 기다려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교통약자와 시민 안전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연구하고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더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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