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기기 ‘공무원 맞춤서비스’ 전락
장애인 보조기기 ‘공무원 맞춤서비스’ 전락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2.05.13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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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유형별 선별 지원으로 이용자들 외면
교부실적 줄이고 연구개발비 32.6% 증액
국립재활원.
국립재활원.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보조기기 사업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논란이다. 정부가 보조기기를 장애유형별로 선별해 교부하면서다. 또, 전체 사업비는 줄이면서 연구개발비는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체 품목 수는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매년 증가세인 중복장애인 이용 수요와는 영 딴 판이다. 일각에선 행정편의에 기댄 독선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82년부터 지체·뇌병변·심장·호흡·시각·청각·언어·지적·발달장애인 중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장애인 보조기기를 지원해 주고 있다. 관할 읍면동 접수 후 보조기기센터 적합성 평가를 거쳐 교부된다. 지원품목은 욕창예방 방석, 목욕의자, 낙상알림기 등 총 36개다.

그러나, 각자 수요에 맞춰 맘껏 고를 수는 없다. 쓸 수 있는 보조기기가 장애유형별로 정해져 있다. 욕창예방 방석과 매트리스는 심장장애인에만 지원된다. 또, 의류·신발은 지체·뇌병변·심장·호흡장애인 몫이다. 전체 36개 품목별로 보면  ▲심장장애인 2개 ▲시각장애인 5개 ▲청각장애인 3개 ▲뇌병변장애인 1개 ▲지체·뇌병변장애인 19개 ▲지체·뇌병변·심장·호흡장애인 5개 ▲뇌병변·지적·자폐성·청각·언어장애인 1개 등이다.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선택과 차별을 강요하는 꼴이다.

그마저 보조기기 교부실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최근 5년새 33% 정도 감소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15억1천200만원 ▲2018년 13억8천400만원 ▲2019년 11억1천500만원 ▲2020년 11억2천400만원 ▲2021년 10억 1천200만원 등이다. 올해 예산은 15억4천800만원으로 편성했다.

반면, 보조기기 연구개발 사업비는 매년 늘고 있다. 연구를 시작한 2020년 48억원에서 이듬해 76억원으로 증액했다. 올해는 32.6% 늘어난 100억7천800만원을 편성했다. 보조기기 교부사업 전체 예산의 6.5배 수준이다. 전체 사업비는 줄이고 연구비는 늘리는 기이한 구조다. 하지만, 정작 보조기기 신규 품목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동안 추가 폼목이 4개 늘었다. 2020년 32개, 2021년 35개, 올해는 36개 품목이다.

사정이 이렇자 보조기기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2020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중 77.8%는 보조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자신에게 보조기기가 적합하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용환경이 맞지 않아 사용이 어려워서’(22.3%) , ‘소지 이후 신체적 변화로 인해’(13.7%) 등의 순이다. 이 조사는 지난 2020년 5월 전국 17개 시‧도 일반주거시설 거주 등록장애인 중 7천25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가구방문 면접방식으로 진행했다.

또, 매년 증가세인 중복장애인과 이용수요와도 역행한다. 최근 5년(2017~2021년) 중복장애인은 20만여 명에서 23만여 명으로 늘었다. 차상위 장애인 수급자도 10만여 명에서 15만여 명으로 많아졌다.

그러자, 현실은 아랑곳 않는 행정편의 지적부터 제기된다. 한 휠체어 장애인은 “지원 품목도 30개 남짓해 턱 없이 부족한데다 선택에 상당한 제약이 있어 정작 필요한 건 신청도 못하고, 엉뚱하게 받은 보조기기는 써 먹지도 못 한다”며 “이 정도면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라 공무원 자신들을 위한 행정편의 맞춤서비스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공급자 편의가 아닌 장애인 필요에 따라 신청한 보조기기를 쓸 수 있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보건복지부 건강보건연구과 관계자는 “신청자 일부에 집중되지 않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 고르게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차원”이라며 “앞으로 교부 품목도 단계적으로 늘려 장애인 당사자 분들의 생활편의 증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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