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함께 시간여행, 울산 고래문화마을
고래와 함께 시간여행, 울산 고래문화마을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7.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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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6월의 수국, 옛마을로 시간여행
곳곳의 장애인 불편시설 반드시 개선해야

[휠체어 명소 탐방기]

각종 고래 조형물이 설치된 고래문화마을 ⓒ소셜포커스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를 테마로 조성된 문화관광 시설이다.

장생포는 울산시내를 가로질러온 태화강이 동해로 빠져나가는 울산만 서쪽에 위치한 포구마을이다. 이곳은 한때 우리나라 포경업(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다.

포경산업은 포경선이 원근의 바다로 나가서 집채만 한 고래를 잡아오면 해체작업을 통해 고기와 기름 및 각종 부산물을 채취하여 각지의 음식점이나 수요처에 공급했다. 1970년대는 20여 척의 포경선이 조업을 하는 등 전성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상업포경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의 고래잡이 어업은 영구 중단됐다.

울산이 한때 근대 포경업의 중심지였지만,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고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태화강 상류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의 포경활동 모습을 수천 년 동안 생생하게 간직해 왔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인류 최초의 포경유적으로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2015년 장생포고래를 주제로 고래문화특구를 조성했다. 고래문화특구는 중심이 되는 고래문화마을을 비롯하여 고래박물관 및 고래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유람선), 고래관련 어린이 키즈랜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문화특구 일대를 공중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으며, 고래유람선을 타고 인근 해역으로 나가서 고래탐사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몇 년 전 5월에 방문했던 고래문화마을은 황금색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어 마을 곳곳을 수놓고 있더니, 얼마 전 6월 방문땐 수국이 저마다의 다양한 색깔을 뽐내며 온통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울산남구는 2019년부터 고래문화마을 내에 오색수국정원을 조성하고 20여 종 1만본 이상의 수국을 심었다. 지난 6월 24~26일에 개최된 제1회 장생포수국페스티벌 행사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꽃이 귀한 여름철 꽃축제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았다.

신석기시대 고래잡이 모습이 조각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소셜포커스
울산 장생포고래문화마을의 안내도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어있던 몇 년 전 5월 고래문화마을 풍경 ⓒ소셜포커스
화려한 수국이 잔치를 벌이는 6월의 고래문화마을 풍경 ⓒ소셜포커스
고래문화마을과 연계하여 고래박물관, 고래유람선, 고래생태체험관을 갖춘 울산고래문화특구 ⓒ소셜포커스
고래문화마을의 장생포모노레일, 그러나 휠체어는 탑승할 수 없다. ⓒ소셜포커스

고래문화마을의 정문인 동편 진입로로 들어가면 관리사무소와 매표소가 나온다. 장애인은 무료이지만 복지카드를 제시하고 입장권을 받아야 한다. 고래문화마을에서도 포경업이 성업이던 당시 장생포의 마을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장생포옛마을 관람을 위해서는 입장권이 필요하지만 그 외 문화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것은 누구나 무료다.

장생포옛마을에서는 1960~70년대 시골 읍내의 모습과 당시 장생포국민학교의 모습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장생포만의 유일한 풍경이라 할 수 있는 고래해체장과 착유장(고래기름을 채취하는 작업장)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민가 마을을 재현하여 포경선 선장의 집, 고래를 사냥하는 포경선 포수의 집, 고래해체원의 집 등 과거 고래잡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래 해체 모습을 통해서 고래가 얼마나 거대한 동물인지 실감할 수 있다. 고래 한 마리를 잡아서 항구로 예인해오면 해체원들은 1m가 넘는 긴 칼을 들고 사다리를 이용해서 고래 등에 올라가 해부를 시작한다.

고래관련 시설이 있는 주변으로는 당시의 시골 우체국과 양복점, 책방, 음식점 등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양복점에서는 70년대까지 중고생들이 입었던 교복이나 교련복을 빌려주기도 한다. 관광객 중에는 옛날의 교복을 빌려 입고 영화배우인양 여기저기 옛날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골목길에는 오징어게임 등 옛날에 어린이들이 하고 놀았던 놀이장이 그려져 있고, 전래놀이인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게임을 하는 모습의 조형물도 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은 길바닥에 오징어 형상의 도형을 그려놓고 편을 갈라 공격과 수비를 하는 게임이다.

최근 “오징어게임”이라는 영화가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영화 속에 등장했던 오징어게임장이 그려지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놀이를 회상하거나 달고나 찍어내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이곳에도 방문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원래는 오징어게임 영화와 이곳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는데, 영화 속 일부 게임을 고래마을 방문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활용한 작은 아이디어가 대박을 불러온 것이다. 오징어게임 도형도 영화 흥행 이후에 그려진 것 같다.

먼바다에서 포획하여 항구로 예인된 고래를 사람들이 구경하는 모습(고래박물관 전시사진)과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
1960~70년대 장생포 옛마을의 모습, 돈을 물고 있는 개 조형물에서 포경업 전성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오징어게임 등 과거의 놀이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놀이판 도형과 조형물 ⓒ소셜포커스

장생포옛마을 구역은 대체적으로 휠체어 통행에도 지장이 없도록 골목길은 단차가 없이 꾸며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되는 가게 중 일부는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달고나 찍어내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일부 지역은 진입통로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주변의 지형으로 보아 경사로 구조가 불가능한 지역이 아님에도 굳이 계단으로 시공되어 휠체어나 유아차 및 노인보행기(이하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동약자에게는 차별구역이 되고 말았다.

장생포옛마을 뒤쪽으로 오색수국정원이 꾸며져 있다. 수국정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숲속 산책로를 통한 접근이 가능한데 산책로 일부구간이 산비탈의 가파른 언덕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가 통행하기에는 위험한 구조다. 언덕길 옆 산비탈로 휠체어가 추락하지 않도록 경계턱이나 간단한 펜스시설만 갖춰져 있더라도 휠체어가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시설이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구경을 포기해야 한다.

안전펜스는 일정한 간격으로 30cm 정도의 말뚝을 박고 말뚝사이를 로우프로 연결해 두기만 해도 작은 비용의 훌륭한 안전펜스가 될 것이다. 사실 안전펜스가 너무 높아도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할 때 측면 시야 확보에 장애물이 되어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데 불편을 주기 때문에 이럴 때는 적당히 낮은 펜스가 오히려 좋다.

고래문화마을을 탐방하다 보면 ‘고래광장’, ‘고래조각공원’, ‘선사시대 고래마당’, ‘고래이야기 및 고래만나는 길’ 등 많은 시설에서 고래를 만나볼 수 있다.

고래광장은 고래문화마을의 중심 공간으로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가 가능한 오픈 스페이스다. 광장 한쪽으로 전망대가 있다. 그러나 전망대로 접근하는 길은 계단이다. 넓은 공간에 높지도 않은 계단을 만들면서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형 통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야속한 일이다.

고래조각공원에서는 대왕고래, 귀신고래, 밍크고래, 향고래 등 다양한 고래 모습을 실물크기의 조형물을 통해서 감상해 볼 수 있다. 또 ‘선사시대 고래마당’은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잡이 벽화 등 선사시대 고래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학습공간이다. 여기에도 여러곳에 고래조형물을 배경으로 하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지만 모두 한뼘도 안되는 단차때문에 휠체어 이용자는 소외감을 느껴야 한다.

‘고래이야기 길’은 엄마고래와 아기고래 장생이, 그리고 장생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남과 추억의 테마를 가진 스토리텔링형 포토존이다. 그리고 ‘고래만나는 길’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늘 함께할 수 있는 고래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교감과 공존의 테마를 가진 포토존이다.

옛 마을을 재현한 골목길이 단차와 계단으로 시공되어 있어 이동약자의 출입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수국정원으로 접근하는 통로는 가파른 경사는 물론 옆은 산비탈이므로 경계턱이 없으면 휠체어가 이동할때 매우 위험하다. ⓒ소셜포커스
전망대 등으로 이동하는 통로의 계단과 단차는 이동약자에게 불편을 준다. ⓒ소셜포커스
고래조각공원에는 여러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지만 한뼘도 안되는 단차가 휠체어 진입을 막는다. ⓒ소셜포커스
고래 이야기길의 모습 ⓒ소셜포커스

 

고래 조형물과 고래조형물을 이용한 화장실의 외부모습 ⓒ소셜포커스

탐방로를 돌다 보니 육각형의 정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는 전국의 관광지나 사람들이 쉴만한 곳에서 정자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흔히 만나게 되는 마루가 있는 정자는 지상과 일정한 단차를 두고 있으며, 계단 한두 개는 거쳐야 정자의 내부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휠체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래마을의 정자는 휠체어를 타고 마루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전국에 홍보를 해야 할 대표적인 무장애 휴게시설이다. 전국의 많은 지역을 탐방해 봤지만 처음 본것이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그 정자 앞에까지 접근해야 할 통로는 휠체어가 넘을 수 없는 단차가 가로막고 있다. 병주고 약주는 것보다 더한 약주고 병주는 꼴이 아닌가? 무장애 개념을 가졌으면서도 이동약자를 가로막는 셈이니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고래문화마을에 접근하는 길은 정문 외에도 서편 진입로 쪽에도 있으나 도로에서 공원산책길로 연결된 통로는 한뼘도 안되는 단차가 가로막고 있다. 그 외에도 일부 전용보도에서 일반도로로 연결되는 지점에 단차해소용 연석시공을 하지 않아 휠체어가 전용보도를 이동하다가 단절지점을 만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에는 공중을 누비고 다니는 모노레일이 운영되고 있다. 모노레일을 이용하기 위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예, 탑승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장애인도 얼마든지 탑승이 가능합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은 휠체어에서 내려서 휠체어를 보관해두고 모노레일카를 타시면 됩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이동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휠체어에서 내려서 타면 된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악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롱당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휠체어가 마루까지 들어갈 수 있는 정자, 그러나 그 정자로 휠체어가 가는 길은 없다. 장애인을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보도의 단차, 공무원과 공중시설 시공회사의 장애인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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