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숨쉬는 ‘생의 찬미’
전통과 현대가 숨쉬는 ‘생의 찬미’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2.07.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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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9월25일까지 한국 채색화 특별전
한옥 방문 형식 6개 섹션…수어·음성해설 서비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안내도(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안내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현대박물관 과천을 찾았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현대에 새롭게 시도된 다양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물론 검은 먹으로 여백의 미를 단색으로 표현한 전통의 산수화도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 생의 찬미 전시관 입구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전시관 입구

전시는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 장식화, 20세기 후반 이후에 제작된 창작 민화,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작품이 8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참여 작가도 70여 명이다.

모란숲
모란숲

한옥을 관람하는 동선으로 구성해 작품을 전시했다. 한옥 앞에 서면 솟을대문을 지나고 너른 마당이 나온다. 마당에는 상서로운 동물과 식물이 자리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형형색색으로 물든 진귀한 수집품과 서책으로 가득하다. 후원은 아름다운 꽃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희망을 묘사했다.

백두산천지
백두산천지

전시 동선은 첫번째 마중, 두번째 문 앞에서:벽사, 세번째 정원에서:십장생과 화조화, 네번째 오방색, 다섯번째 서가에서: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 여섯번째 담 넘어 저 산:산수화 등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작품설명을 읽고 있는 장애인 부자
작품설명을 읽고 있는 장애인 부자. ⓒ소셜포커스

전시관 입구에 휠체어를 탄 젊은이와 은빛 회색 머릿결을 한 중년이 뒤에서 휠체어 잡고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부자지간인 듯 했다. 두 사람은 안내 글을 천천히 읽고 미소지으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승화(출처 국립미술곤 과천)
승화

솟을대문에 들어서자 처용무 영상이 마중 나왔다. 그 공간에서 12분 동안 숨 쉴 수 없을 정도의 음악과 춤에 압도됐다. 슬픈 듯하며 기쁘고, 영의 세계에 있은 듯하면서도 현실 세계에 있다. 한 삼 자락은 부드럽지만 힘차게 허공을 갈랐다.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입구에서 본 장애인 부자도 들어 왔다. 그 분들도 처용무에 흠뻑 빠져든 듯 했다. 국립시설물이라서 그런지 이동 약자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시각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및 수어 해설도 제공됐다. 음성해설은 전시장 입구와 개별 작품 QR코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수어해설 영상도 전시장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수기맹호도
수기맹호도

벽면 전체에 한 작품으로 채워진 대형 작품도 많았다. 화려한 채색의 십장생도, 짙게 옻칠된 호랑이의 위엄, 광활하게 솟은 백두산의 웅장함이 가슴 벅차게 했다. 유화로 그린 모란도는 채색이 눈이 부시도록 강렬했다. 문자도, 책가도는 이런 채색화도 있구나 할 정도로 신기했다.

창경궁 책가도(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창경궁 책가도

관람하는 사람마다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네번째 섹션에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흰색으로 가득한 방이었다. 설원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다. 백호 여러 마리가 전시돼 있다. 그런데 섹션명은 오방색이다.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얀색 뒤에 오방색 세계가 숨겨져 있다.

백호
백호

백호는 기백이 느껴지는 위엄이 있는 자태다. 우측 방향으로 돌았다. 백호 뒷면에는 오방색으로 채색된 호랑이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천천히 <사.방.호>를 한바퀴 돌았다. 360도 지나가는 시각마다 호랑이 모습이 달라졌다. 느릿느릿한 백호의 여유로움이 보이기도 하고, 날렵하고 용맹한 호랑이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움직임이 없던 설원의 호랑이가 포효하며 땅을 호령하는 맹수의 왕 다운 기상이 서려있다.

오방 오간색으로 그린 호랑이
오방 오간색으로 그린 호랑이

오방색(황, 청, 백, 적, 흑)은 알고 있었지만 오간색(녹, 홍, 벽, 자, 유황)은 알지 못했었다. 이제는 그 색을 알게 됐다.

문(問)과 암(闇)
문(問)과 암(闇)

눈길을 제일 끌고 몸을 오래 머물게 했던 작품은 문(問)과 암(闇)이었다. 붓끝이 아주 섬세하고 예리했다. 마치 부적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설명문을 읽은 후에 멀찌감치 떨어져 두 글자와 마주했다.

문(問)과 암(闇)은 답 없는 인생에 대해 인간은 언어로 묻지만, 신은 분위기로 대답한다는 의미다. 두 글자는 인간의 본질을 묻고 답하고 있다. 물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삶에 박물관 관람자가 인간이 되고 때론 신이 되기도 하는 공간이었다.

날아오르다
날아오르다

오랫동안 서서 관람한 탓에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고 영혼은 깨끗해 졌다. 머리는 화려한 오방·오간 색 아우라로 꽉 채워졌다. 미술관을 나왔다. 맑은 하늘에 공기는 깨끗하고 시원하다. 야외조각공원을 돌아보는 것은 보너스다. 지친 장마와 뜨거운 여름 땡볕을 피해 이곳으로 피서를 한번 다녀오는 건 어떨까?

 

선명한 화려함이 담긴 추상화
선명한 화려함이 담긴 추상화

이번 전시회는 오는 9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2천원, 통신사 LG U+회원이면 50% 할인된다. 주차료는 2시간 기준 2천원이다. 관람 시간은 화~일요일 10:00~18:00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미술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미술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가는 길은 승용차가 편하지만, 대중교통도 가능하다. 대공원역 4번 출구 좌측 30미터 지점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탑승하면 미술관까지 갈 수 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운영 여부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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