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약자 기만하는 광주송정역
이동약자 기만하는 광주송정역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2.07.25 14: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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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구조 경사로 지적에 곧바로 시정 약속
시정은 커녕 오히려 휠체어만 통행금지 조치
광주송정역 역사 진입로의 경사로는 법정기울기를 4배나 초과하는 위험시설이다. 개선을 약속하고 다른 대책이 없이 휠체어 통행을 막아버렸다. ⓒ소셜포커스

본지는 2021년 2월 1일 광주송정역 대합실 진입용 경사로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법정 안전 각도를 3배 이상이나 초과할만큼 너무 가파른 구조다. 그래서 휠체어나 유아차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는 물론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사람에게도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시설이었다.

주변의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5번 출구 쪽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좌우로 길다란 계단이 보이고 중간쯤에 경사로가 있다. 계단구조는 계단 4개에 불과하여 높지는 않다. 그러나 계단은 두 곳을 거쳐야 한다. 4번 출구 뒤의 지하철 옥외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더라도 그 계단쪽으로 연결된다. 역사 진입을 위한 동선이 집중되는 통로다

4번 출구 구조물 옆으로도 경사로가 있기는 하나 급경사이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길게 펼쳐진 계단 앞쪽으로 광장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승용차를 타고 와서 주차장에서 내리더라도 그 계단과 경사로를 이용하게 된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약칭: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제2조(편의시설 세부기준)와 관련한 별표1에서 「1.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항목을 보면 “접근로의 기울기는 18분의1 이하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지형상 곤란한 경우에는 12분의1 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18을 각도로 환산하면 3.2도가 되고, 1/12는 4.8도가 된다. 그러나 광주송정역 진입용 경사로는 측정결과 16도에 가까운 기울기가 나왔다.

본지는 지난 보도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자세히 지적하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 당시 본지의 보도가 나가고 광주송정역 역장은 물론 국가철도공단에서도 본지에 즉각 시정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특히 국가철도공단 호남본부에서는 안전혁신처장 명의의 내부검토 문건까지 보내왔다. 그 문건에는 본지 보도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본지가 제시하는 대안을 그대로 수용할 듯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본지에서는 이 문건을 토대로 2021년 2월 10일자 “광주송정역광장 경사로 개선하겠다”라는 후속기사까지 실었다.

본지가 제시한 대안대로 시정하면 예산이 많아 들어갈 상황도 아니고 평소의 시설유지비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보았기에 금방 시정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정도 지났다. 지난 21일에 이곳을 방문하고 어이없는 현장을 목격했다.

경사로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경사로 위에 과거에는 없었던 경고 표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캐리어 전용통로, 휠체어 통행금지”라는 것이다.

4번 출구 구조물 옆의 통로는 조금만 개선하면 완만한 경사로가 가능한 곳임에도 같은 내용의 문구를 통로 바닦에 페인트로 써놓았다. 흉한 광경이 필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 광주송정역으로부터 기만을 당했다는 느낌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휠체어 통로는 설치하지 않았고, 멀리 엘리베이터 쪽 우회통로에 대한 안내표시도 없다. 휠체어가 역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로찾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의 동선이 집중되는 그 계단과 경사로를 올라오면 에스컬레이터 옆에 엘리베이터 이용안내가 있다. 그때서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별도의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힘들게 올라왔을 이동약자는 얼마나 허탈할까?

과거 취재를 할 때 광주송정역 관계자로터 “그 경사로는 휠체어용 통로라기 보다는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을 위한 시설이라는 한심한 변명을 들은 적은 있다. 그러나 곧바로 시정하겠다는 서면 약속까지 있었던 터라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나!"하는 생각이다.

관계 법령에서 경사로의 안전기울기를 규정한 이유는 휠체어의 안전한 통행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노인, 임산부 및 캐리어 등 무거운 짐을 휴대하는 사람 등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모든 이동약자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령의 명칭에 나타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에 담김 의미는 모든 이동약자를 포함하고 있다.

그곳이 캐리어 전용통로라고 해도 그렇다. 그곳의 급격한 경사로에서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캐리어를 끌고 내려온다고 생각해보자. 자칫하다가 넘어지거나 구르게 되면 발목 등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다. 무거운 캐리어라면 급경사에서 가속도가 붙어 사람을 추돌할 수도 있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올 때는 더욱 위험할 것이다. 캐리어를 끌고 그 경사로를 올라갈 땐 힘이 더 들기는 하겠지만 위험성은 덜할 것이다. 그런데 왜 내려올 때의 위험성은 왜 생각을 못할까?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 더욱 편리한 법이다. 휠체어 통행기준에 맞추면 유아차나 캐리어, 노인 이동보조장비 등을 이용하는데도 편리하다.

이러한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것은 법령에서 금지하도록 규정한 장애인 차별행위 속한다.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철도공사에 조속한 시정을 촉구한다.

실제 기울기 16도는 법정각도 4.8도를 3배 이상 초과하는 위험시설이다. ⓒ소셜포커스
기울기를 완만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장소에 시정은 커녕 아예 휠체어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본지 1차 보도 후 개선을 약속하면서 본지에 보내온 국가철도공단 호남본부 내부문건,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소셜포커스
국가철도공단에서 지난 2월초 본지 1차보도 직후에 위 사진과 함께 본지에 보내온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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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 2022-08-01 19:16:26
떡갈비때문에 가던곳인데 그런줄 몰랐네요 ㅠㅠ